강도높은 특검수사·반기업 국민정서 확산 등 부담 높아
[뉴스핌=황세준 기자]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안 표결이 9일 오후 진행된다. 기업들은 탄핵안 가·부결 어느쪽으로 결론 나든 경영 환경에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탄핵 표결 이후 진행되는 최순실 게이트 특검조사 등이 부담이다.
관련업계 및 회사측에 따르면 주요 재벌기업들은 탄핵 이후 특검 조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박영수 특별검사는 지난 6일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 정치상황에 상관없이 수사를 하겠다는 의중을 내비친 바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재계총수들이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 위쪽 시계방향으로 손경식 CJ 회장, 구본무 LG 회장, 김승연 한화 회장, 이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조양호 한진 회장, 정몽구 현대차 회장. <사진=김학선 사진기자> |
강도높은 특검 수사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기업들은 비상 대응모드다. 뇌물죄 혐의가 어떻게 적용되는지에 따라 총수들이 '참고인'이 아닌 '피의자'로 조사를 받게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내년 경영에 어려움은 더 가중된다.
삼성은 최순실 게이트 의혹에 연루되면서 이미 매년 12월초 내던 사장단 인사를 하지 못했고 향후 일정도 미정인 상태다. 이재용 부회장이 청문회에서 언급한 미래전략실 해체, 전경련 탈퇴 등 굵직한 과제도 안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특검조사가 끝난 뒤에나 인사를 단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 부회장은 청문회에서 "특검 조사가 끝나면 저를 포함해서 조직 안에 누구든지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SK그룹도 지난달까지는 정기 임원인사가 예년처럼 12월 중순경 단행될 것이라는 쪽에 무게가 실렸으나 최근 들어서는 "예측이 힘들다"는 분위기다.
또 SK는 최태원 회장이 지난 7월 경영 확대회의에서 "변화하지 않으면 급사할 수 있다"고 언급하고 10월 각 계열사에 비상경영상황실을 구축토록 특명을 내리면서 큰 폭의 인사가 점쳐졌으나 예상과 달리 승진 규모 등이 소폭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롯데도 신동빈 회장이 특검 조사를 받을 가능성 등을 고려해 연말에 진행해 왔던 정기임원인사를 내년 초로 미뤘다.
재계 일각에서는 이제까지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규제개혁에 더 이상 진전이 없고 오히려 반기업 정서 확산으로 내년 사업환경이 더 어려워 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다만, 이런 가운데서도 재계는 각종 불확실성을 극복하고 최대한 경영활동을 차질 없이 진행하기 위한 노력들을 이어가고 있다.
삼성은 일단 증권, 화재, 생명, 자산운용 등 서울 태평로 삼성본과에 입주해 있는 금융 계열사들의 서초 사옥 이전을 예정대로 진행할 계획이다. 이번주부터 순차적으로 이사를 시작해 26일부터는 금융사 4곳이 모두 서초에서 근무를 시작한다.
LG그룹은 지난 1일과 2일 양일에 걸쳐 계열사별 임원인사를 단행했고 LG전자 등 일부 계열사는 조직개편도 마쳤다. 이달 중 조직개편이 완성되면 예년대로 내년 1월 중순경 글로벌 CEO 전략회의도 예정대로 진행한다.
경제계 대표단체인 대한상의는 탄핵과 상관 없이 매년초 진행하는 '경제계 신년인사회'를 내년에도 개최한다는 방침이다.
경제계 신년인사회는 매년 1월 첫 주에 열려 대통령과 경제인들이 만나는 자리다. 올 초에도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해 경제 6단체장, 기업 대표, 국회의원, 주한외교 사절 등 각계 인사 1500여명이 참석했다.
내년 행사에 대통령 참석은 불투명하다. 지난 1984년 전두환 전 대통령이 아웅산 테러로,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재계 관계자들을 따로 면담했다는 이유로 불참한 바 있다.
[뉴스핌 Newspim] 황세준 기자 (hsj@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