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릴,채권단과 협상난항..국내 조선사 '2조'직격탄…내달 시추선 인도 앞둔 삼성重 "올해 50척 인도로 영향 미미"
[뉴스핌=조인영 기자] 글로벌 시추선사인 노르웨이 시드릴(Seadrill)사가 파산 위기에 몰리면서 이 회사로부터 시추 설비를 수주한 국내 조선사들의 유동성 우려가 번지고 있다.
조선업계는 시드릴의 파산 가능성이 높지 않으며, 파산한다 하더라도 유동성 측면엔 영향이 없다는 입장이다.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머스크드릴링사의 대형 잭업리그의 잭킹시운전(Jacking Test) 장면<사진=대우조선해양> |
8일 업계에 따르면 시드릴은 현지 채권단과 10억달러(약 1조1400억원) 규모의 신규 자본 확충과 차입금 만기 연장 등 재무구조 개선안을 놓고 협의중이나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드릴의 담보 채무 규모는 약 80억달러(9조1000억원)이다.
퍼 울프 CEO는 최근 노르웨이의 한 경제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협상이 타결되지 못하면 챕터11(미국 연방파산법상 파산보호신청)로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시드릴이 국내 조선사에 발주한 해양 시추설비는 5척으로 금액은 약 27억달러(약 3조원)에 달한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이 각각 2척, 현대삼호중공업이 1척을 수주했다. 이는 빅3 전체 해양시추설비 계약의 약 22%를 차지한다.
조선사들은 계약금의 약 30%를 선수금으로 받고 나머지 잔금을 인도 시점에 받기로 해, 자칫 시드릴이 지급불능 상태에 빠질 경우, 약 2조원의 대금을 못받을 수 있다.
삼성중공업은 당장 시드릴 드릴십(선박 형태의 원유·가스 시추설비) 인도가 내달 말로 임박한 상태다. 앞서 삼성중공업은 2013년 시드릴로부터 드릴십 2척을 10억4000만달러(약1조1845억원)에 수주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삼성중공업은 "시드릴에서 아직 인도 연기를 요청하지 않았지만 연기 가능성을 열어놓고 대비해왔다"면서 "인도 연기 요청이 들어온다면 연기하는 대신 잔금을 추가로 회수할 계획이며, 드릴십이 연기되더라도 올해 약 50척의 선박을 인도하면서 자금 수지 측면에서 약 2조원 규모의 흑자(순유입)가 나기 때문에 유동성에 영향이 없다"고 설명했다.
삼성중공업은 시드릴의 파산으로 인도가 무산될 경우에도 선수금 30%를 몰취하고 해당 드릴십을 70% 이상의 가격으로 되팔아 건조대금을 회수하겠다는 입장이다.
대우조선은 시드릴과의 계약 규모가 가장 크다. 2013년 대우조선은 11억1000만달러(약 1조2640억원)에 드릴십 2척을 수주했다. 2척 모두 건조를 대부분 완료했으나 시드릴 측의 요청으로 인도 시점이 2018년과 2019년으로 한 차례 연기됐다.
대우조선은 "파산까지 가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실제 파산한다 하더라도 대우조선에 큰 영향은 없다"고 말했다.
현대삼호중공업은 2011년 수주한 5억7000만달러(약 6500억원) 규모 세미리그선(반잠수식 석유 시추선) 1척을 수주했으나 발주가 취소됐다. 이와 관련해 영국 법원서 중재소송을 벌이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현대삼호중공업은 2015년 9월 취소통보를 받고 10월 중재를 신청, 현재 중재가 진행 중이며 손실은 같은 해 3분기에 기반영해 추가 손실이 없다"고 답했다.
[뉴스핌 Newspim] 조인영 기자 (ciy8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