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세무조사 압박 속 입장 밝혀..BBQ는 20일 인상 계획
강행시 경쟁사와 프라이드 기준 3000원 가격차
[뉴스핌=전지현 기자] 교촌치킨, BHC, 네네치킨 등 치킨프랜차이즈 상위업체들이 가격인상 계획을 접었다. 업계 1위인 BBQ의 가격인상에 동참할 것이란 예상과 다른 결과로, 정부의 강경대응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BBQ 황금올리브 치킨. <사진=BBQ> |
13일 치킨프랜차이즈 업계에 따르면 교촌치킨, BHC, 네네치킨 등 업계 상위권을 차지하는 치킨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이날 "가격 인상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네네치킨 관계자는 "(원가 상승 등)외부적인 환경의 변화로 가격인상에 대한 고민이 있었으나, 내부적으로 협의를 중단했다"고 말했다.
지난 2014년 4월 마지막으로 판매가격을 인상한 네네치킨은 BBQ의 가격인상과 인건비, 외부자재 가격 등 원가상승을 감안해 가격인상을 검토해 왔다.
BHC 관계자도 "내부적인 의견들은 계속 있어 왔으나 이로 인한 가격인상 계획이 전혀 없다"고 했다.
교촌치킨 관계자 역시 "내부적으론 가격인상을 고민하고 있으나 고정비 인상으로 오래전부터 논의하던 것으로 이번 생닭 가격 상승에 따른 최근의 이야기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들 프랜차이즈들이 가격인상 계획을 철회한 것은 정부의 강경대응 움직임 때문으로 풀이된다.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림부)는 치킨값 인상 움직임에 대해 조류인플루엔자(AI) 영향을 핑계로 한 꼼수라고 규정하고, 국세청 세무조사, 공정거래위원회 불공정 거래행위 조사 의뢰 등을 내세워 치킨프렌차이즈 업체들을 압박하고 있다.
종전까지 관련업계에서는 프랜차이즈들의 도미노 치킨값 인상을 예상해 왔다. 지난해 2만900원 짜리 메뉴인 마라핫치킨 순살을 출시하며 2만원 치킨시대를 열었던 BBQ가 오는 20일부터 가격을 10% 일괄 인상키로 했기 때문이다.
이번 가격인상으로 BBQ의 대표 메뉴인 후라이드치킨 가격은 1만6000원에서 1만8000원으로 상승하고, 인기 있는 일부 제품은 대부분 1만원대 후반에서 2만원대 초반까지 오르게 된다. BBQ의 가격인상은 지난 2009년 이후 8년여 만이다.
정부의 압박과 경쟁사의 가격인상 철회에 BBQ측은 적잖이 당황한 모습이다.
BBQ 관계자는 "약 8년째 가격을 동결하면서 인상요인들을 적용하지 못해 왔다"며 "고정비 뿐만 아니라 이에 못지 않게 배달앱과 카드 수수료 등 새로운 마케팅 툴들이 생기면서 소상공인들(점주들)에게 부담이 가중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치킨프랜차이즈업계는 지속적인 인건비 상승과 원부자재 가격 및 물류비용 상승 등 원가압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데는 공통된 입장이다.
치킨프랜차이즈업계에 따르면, 판매관리비는 치킨 가격의 약 20~30%를 차지한다. 배달앱만 놓고 봐도 치킨 배달 한건당 수수료가 차지하는 가격이 무려 약 3000원인 상황. 이렇다 보니 일부 가맹점주들은 운영에 어려움이 있어 먼저 본사에 가격상승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치킨프랜차이즈업체 한 관계자는 "신제품에 출시로 버티고는 있지만 임대료와 인건비, 배달앱 등에 제공하는 수수료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치킨 업체가 가격인상을 고려한다면)AI여파로 인한 닭고기 수급 영향 및 원자재 가격상승 때문이라기 보다 고정비 인상 요인이 더 크다"고 말했다.
이들 업체들은 전날 농림축산식품부가 통상 치킨가격에서 닭고기가 차지하는 원가 비중 10% 내외라는 주장도 시장 원리를 모르기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치킨 가격의 원가를 생닭과 비교하는 것이 무리라는 것.
또 다른 치킨업계 관계자는 "(치킨을 만드는 닭은)도계업체로부터 털을 뽑고 뼈를 제거한 닭을 취급하는데 이 도계된 닭가격이 4000원에서 5000원"이라며 "이럴 경우, 생닭 가격의 2배 이상이 되서 오는데 치킨 원재료 가격을 생닭과 비교하는 것에 큰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농림부는 오는 21일부터 정부 비축 닭고기 2000t을 시중가격 보다 낮은 가격에 공급하고, 민간에서 비축하는 물량 1만500t도 조기에 시장에 공급되도록 하겠다고 12일 밝혔다. 또 18~22.6%의 수입산 닭고기 관세를 한시적으로 0%로 조정해, 수입량을 늘리기로 했다.
[뉴스핌 Newspim] 전지현 기자 (cjh7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