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신뢰 회복·4차산업 정책 기반 구축·규제 선진화 등 당부
[ 뉴스핌=황세준 기자 ]박용만(사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대선 후보들을 잇따라 만나며 경제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다.
10일 대한상의에 따르면 박용만 회장은 이날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초청 강연회를 통해 기업들의 입장을 전달했다. 지난달 23일에는 심상정 정의당 후보를 만났다.
박용만 회장 <사진=대한상의> |
오는 13일에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14일 오전에는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를 만난다. 14일 오후에는 문재인 민주당 후보 초청을 타진 중이다. 이번주 중으로 주요 후보들과의 미팅을 마무리하는 셈이다.
이동근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대선 후보들의 일정이 꽉 차 있어 초청 일정 잡기가 빠듯하지만 문 후보측과도 현재 조율 중"이라고 전했다.
박 회장이 전달하는 '기업 입장'은 대한상의가 지난달 22일 발표한 '대선후보에 바라는 9가지 경제계 제언'이다. 대한상의는 이를 별도 책자로 배포해 각 후보 및 보좌진들은 물론 강연 참석 기업인들에게 배포했다.
경제계는 기존 정책의 연속성이 사라지는 '새정부 신드롬'을 경계하는 입장이다. 5년마다 정책방향이 바뀌고 중장기개혁들이 매몰될 수 있다며 경제 예측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일관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또 경제계는 정부가 기업에 대한 시장 신뢰회복, 혁신 기반 재구축, 규제 선진화, 저출산 대응 관련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박 회장은 지난달 23일 대한상의 회장단과 함께 국회 당대표를 찾아 경제계 제언문을 직접 전달하는 등 기업입장 대변에 앞장서고 있다.
그는 "최근 해외시장은 나아지는데 국내경제는 회복이 더뎌 보인다"며 "지금은 그나마 2%대 성장을 이어가고 있지만, 지금 변하지 않으면 0%대 성장으로 주저앉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경제계를 엄습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노력하면 정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다'는 희망공식을 복원해야 할 때"라며 "희망의 싹은 모든 경제주체가 변해야 틔울 수 있고 변화의 촉매는 바로 정치의 리더십"이라고 강조했다.
박 회장이 이처럼 경제전도사를 자창한 배경은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입지 축소다. 전경련은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되면서 대표성을 잃고 주요 그룹 탈퇴가 이어진 끝에 최근 조직·예산 40% 감축 등 혁신안을 추진 중이다.
올해초 시무식에서 박 회장은 직원들에게 "기업들이 이제 누구를 바라보겠는가? 상의에 기대하는 바가 점점 커지고 있다"며 "조급해 하지 말고 기업들이 우리에게 도움을 청해왔을 때 이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에 대한 생각이 이어지는 한해가 됐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재벌기업들이 임의로 만든 단체인 전경련과 달리 대한상의는 상공회의소법에 근거가 마련돼 있고 재벌 대기업은 물론 중견중소기업의 입장도 아우르는 단체다. 아울러 특정 대기압의 입김이 세게 작용하기 어려운 회비 구조다.
박 회장은 지난해에도 20대 국회 개원 이후 여야 의원들을 만나 반기업 정서가 확대에 대한 경제계의 우려를 전달했다.
그러면서 내부적으로는 정치적 중립을 강조하고 있다. 올해 2월 회장단 회의에서 "상공회의소법은 정치적 중립을 명시하고 있다"며 "정치적으로 한쪽에 치우치는 일 없도록 중심을 잘 잡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황세준 기자 (hsj@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