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창출 어려운 반도체 호황…민간 소비로 이어지지 않아
사드보복과 소비위축 등 내수 둘러싼 여건도 불안
[뉴스핌=김은빈 기자] 올해 1분기 성장률은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은 ‘깜짝’ 실적이었다. 건설투자와 설비투자가 '투톱'으로 경제를 이끈 영향이다. 특히, ‘슈퍼호황’을 지속하고 있는 반도체를 비롯해 주요 수출품목이 호조가 눈에 띄었다. 이에 경제가 회복국면에 접어든 게 아니냐는 낙관론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수출 훈풍은 딱 거기까지였다. 내수 회복세가 여전히 미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불안의 씨는 여전히 존재한다.
정규일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이 27일 2017년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속보)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 내수회복으로 이어지지 않는 반도체 ‘슈퍼호황’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2017년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속보)’에 따르면 1분기 GDP는 전기 대비 0.9%성장했다. 지난해 2분기(0.9%) 이후 3분기 만에 가장 높은 기록이다.
특히 설비투자의 증가가 두드러졌다. 올해 1분기 설비투자 증가율은 전기 대비 4.3%였다. 하지만 전년 동기 대비로는 14.3%나 증가해, 26분기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특히 반도체 호황 덕이 컸다는 평이다. 정규일 한은 경제통계국 국장은 “반도체 제조용 장비 등 기계류를 중심으로 투자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반도체 부문은 호황을 계속하고 있다. 이날 삼성전자는 1분기 영업이익을 발표하면서 반도체 부문에서 사상최대의 영업이익(6조3100억원)을 거뒀다고 했다. 호조세를 보이는 수출에서도 반도체의 영향은 절대적이다. 지난 3월 반도체 수출액은 76억2000만달러로 전체 수출액에서 16%에 육박하는 비중을 차지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반도체를 비롯한 IT업종은 내수로 이어지기 어려운 구조라고 지적한다. 가장 큰 이유는 ‘고용’이다. 수요가 10억원이 늘 때 창출되는 일자리 수를 뜻하는 ‘취업유발계수’가 반도체 업종은 3.6명에 불과하다. 전체 사업 평균은 12.9명이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반도체 산업 특성상 고용유발효과가 크지 않아서 내수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적다”면서 “과거에도 부품중심으로 성장할 때는 수출과 내수의 괴리가 컸다”고 지적했다.
한 반도체업계 관계자도 “공장 자동화로 가는 추세기 때문에 업계가 호황이라고 해서 고용이 특별히 늘진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 사드보복·소비위축에 내수는 여전히 미진
내수를 둘러싼 대내외 여건이 우호적이지 않다는 점도 경계감을 낳는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둘러싼 중국의 보복조치다.
직격타를 맞은 건 서비스업이다. 1분기 서비스업 성장률은 전기대비 0.1%로 32분기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특히 도소매 및 음식, 숙박업(-1.2%)과 문화 및 기타 서비스 부문(-0.8%)의 타격이 컸다. 정규일 국장은 “도소매 및 음식, 숙박업은 관광객과 직결되는데, 중국인 관광객 감소의 영향을 받았다”며 “문화 및 기타 서비스 역시 외국인 관광객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고 설명했다.
민간소비가 수출에 비해 미진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내수부진에 한몫한다. 1분기 민간소비는 전기대비 0.4% 성장했지만 지난해 2분기(0.8%)와 3분기(0.6%) 성장률과 비교하면 부진하다. 민간소비가 전체 GDP에서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우려가 드는 대목이다.
게다가 이마저도 국내보다는 국외소비가 늘어난 영향이 컸다. 한은 관계자는 “민간소비를 국내소비와 거주자 국외소비로 봤을 때 거주자 국외소비 쪽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소비를 이루는 항목 중 비내구재와 서비스 소비는 되려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가 상승궤도에 접어들기 위해서는 내수를 살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금의 수출호조는 국제경기 회복으로 인한 측면이 크기 때문에 본격적인 경기회복으로 가려면 국민들이 소비를 할 수 있도록 만드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근태 연구위원 역시 “내수 기반을 장기적으로 만들어 본격적으로 소비를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핌Newspim] 김은빈 기자 (kebj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