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입을 닫았다.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에게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에 대한 수사를 종결할 것을 종용했다는 내용이 담긴 메모가 있다는 보도가 나온 후 트럼프 대통령이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
트위터를 통해 활발하게 주요 이슈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혀 온 그가 코미 전 국장의 메모에 대한 보도가 나온 후 하룻밤이 지난 17일 오전(현지시간)까지도 언급을 자제하고 있는 것은 이례적으로 여겨진다. CNN에 따르면 이날 코네티컷으로 향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코미 전 국장의 메모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초상화 앞에 세워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밀납인형<사진=AP/뉴시스> |
오히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나섰다.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소치에서 파울로 젠틸로니 이탈리아 총리와 공동 기자회견에서 “미국 정부가 이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한다면 우리는 (세르게이) 라브로프(러시아 외무장관)와 트럼프 대통령의 대화 기록을 미국 상원과 의회에 제공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AP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가 제공하겠다고 밝힌 기록은 녹음이 아닌 녹취 형태로 알려졌다
전날 NYT는 코미 전 국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한 대화 내용을 메모로 남겼다고 보도했다. 이 메모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코미 전 국장을 만나 플린 전 보좌관이 “좋은 사람”이라며 그에 대한 수사를 종결할 것을 부탁했다. 플린 전 보좌관은 러시아와 내통한 의혹을 받고 보좌관직에서 물러난 인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코미 전 국장을 갑작스럽게 해임한데 이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세르게이 키슬랴크 주미 러시아 대사에게 이슬람국가(IS)에 대한 기밀 정보를 전달해 논란을 빚고 있다. 계속되고 있는 ‘러시아 커넥션’ 의혹은 공화당 내부에서조차 트럼프 대통령의 입지를 흔들며 탄핵 여론도 고개를 들게 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코미 전 국장에게 수사 종결을 종용한 것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탄핵소추 요건인 사법권방해죄에 해당한다. 전날 퍼블릭 폴리시 폴링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48%의 응답자가 트럼프 탄핵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공화당의 폴 라이언 하원의장 이 사안에 대해 조심스러운 접근을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나선 라이언 의장은 “틀림없이 누군가가 트럼프에 해를 주고 싶어 하는 것 같다”며 “우리는 코미(전 국장)로부터 이야기를 듣길 원할 것이며 우리의 일은 판단하기 전에 모든 사실을 들여다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백악관과 러시아 측은 트럼프 대통령과 러시아의 연루 의혹에 대해 끊임없이 부인하고 있다. 이날 푸틴 대통령은 이 의혹에 대해 “이런 말도 안 되고 쓰레기 같은 말을 지어내는 사람들이 다음에 뭘 꾸며낼지 상상하기도 힘들다”고 비난했다.
[뉴스핌 Newspim] 김민정 특파원 (mj722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