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밑천은 오로지 인적네트워크와 친화력
중국 기라성같은 엔젤투자자 주목한 청년 사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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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홍성현 기자] 19세의 나이에 유학비 송금 전문 서비스 업체를 설립해 매출 1600억원의 중견 회사로 키워낸 청년 기업가. 중국 학부모들의 외화 송금 불편을 한방에 해결해준 스타트업 이쓰후이(易思匯 EasyTransfer)의 창업자 가오위퉁(高宇同)이 중국 스타트업 업계에 화제의 인물로 떠올랐다. 1994년생으로 전형적인 90허우(90년대생)인 가오위퉁은 준비된 비즈니스 감각과 탁월한 인맥 관리, 뛰어난 말솜씨로 고객과 유명 투자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 교내 인기스타, 유학생 불편 해결사 자청
유학비 납부(결제) 서비스업체 이쓰후이는 2013년 3월 설립됐다. 창업의 계기는 자신이 겪었던 유학비 송금 관련 골치 아팠던 경험으로부터 비롯됐다. 2010년 8월 가오위퉁(高宇同)은 유학체류비가 엉뚱한 곳으로 잘못 보내졌을지 걱정하는 어머니와 40분 동안 통화하며 진을 뺐다.
사실 그때만해도 이런 일은 일상이었다. 당시 해외에서 공부하는 중국인 유학생들이 학비 등 체류비를 송금 받을 수 있는 루트는 ‘은행 전신환(telegraph transfer)’ 한가지로 국한되어 있었다. 수수료는 2.5%~2.8%로 터무니없이 비쌌고, 서류도 영문으로 된 것뿐이라 학부모들은 정보를 잘못 적어 송금액을 되돌려 받기 일쑤였다. 그러다 보니 유학생들이 필요한 때 돈을 송금 받지 못하는 일이 부지기수였던 것.
“은행의 복잡한 절차를 없애버리고 직접 미국 학교와 연계할 수만 있다면 유학생 1명당 3000위안은 절약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아이디어가 떠오른 가오위퉁은 그 즉시 사업파트너를 모집하기 시작했다. 평소 입담 좋고 똑똑하기로 유명했던 가오위퉁, 그의 파트너는 가까운 곳에서 나타났다. 바로 가오위퉁과 절친한 사이를 유지해온 상샤오(尚嘯)였다. 당시 미국에서 MBA 과정을 밟은 상사오는 미국 최대 등록금 납부 서비스업체 넬넷(Nelnet)의 관계자와 친분이 있었던 터라 그 분야에 해박했고, 서비스 개발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었다.
사업초기에는 어려움도 많았지만 남다른 사업감각과 네트워크, 뛰어난 친화력 으로 난국을 돌파해나갔고 마침내 성공적인 스타트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이쓰후이 창립자 가오위퉁(高宇同) <사진=바이두> |
가오위퉁은 학창시절 학급 간부를 도맡아 할 정도로 리더십과 친화력을 갖춘 아이였다. 여름 방학을 이용해 미국으로 캠핑을 갔다가 자율적인 학습 시스템에 반한 그는 미국 유학길에 오른다.
유학생활은 생각처럼 녹록하지만은 않았다. 당시 가오위퉁은 그 학교 최초의 중국인 유학생이었다. 아는 이 하나 없는 낯선 공간, 입에 맞지 않는 미국 음식, 순전히 영어로만 진행되는 수업은 스트레스 그 자체였다.
가오위퉁은 친구를 사귀는 것부터 하나씩 극복해나갔다. 타고난 스포츠 감각을 바탕으로 테니스, 수영 등에서 실력을 발휘했고, 3개월 뒤에는 학교 내 유명인사가 됐다. 한편으로는 밤낮없이 영어 단어를 암기하며 어학실력 늘리기에도 힘썼다. 반 년의 시간이 흘렀고, 가오위퉁은 교내 외 각종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며 학교 신문을 장식했다.
3년이 지난 2013년, 우수한 성적으로 서던 캘리포니아(남가주) 대학교 마샬경영대학원에 입학한 가오위퉁. 그는 중국학생 연합회 대표 등 활동을 하면서도 자신의 장기인 화술과 수학 실력을 바탕으로 수업 중에도 빛을 발할 수 있었다.
◆ 언변의 마술사, 고객 투자자 신뢰 얻어
가오위퉁은 2013년 이쓰후이를 설립한 뒤 파트너 상샤오의 도움을 받아 플랫폼 설계 등 서비스 개발작업을 일사천리로 진행했다. 하지만 막상 미국 학교에 유학 송금 서비스를 설득하고 그들과 사업 협력 제휴를 맺는 일부터 그리 쉬운게 아니었다.
가오위퉁은 그해 4월부터 미국 동서부를 오가며 300여개 학교를 돌았지만 결과는 낙관적이지 못했다. 어찌보면 미국에 온 지 4년밖에 되지 않은 19세 고등학생이 꺼내놓은 사업 아이템이니 문전박대만 당하지 않아도 선방한 셈이었다.
하지만 행운의 여신은 가오위퉁의 절실한 마음을 저버리지 않았다. 가오위퉁의 모교 마운트 마이클(Mount Michael) 고등학교가 구세주 처럼 나타나 도움의 손길을 내민 것. 첫단추를 꿰는데 어려움을 겪고 나자 그 다음부터는 일이 비교적 순탄하게 진행됐다. 삽시간에 미국 상위권 50개 고등학교 및 100대 대학과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특히 2013년 연말에는 하버드, MIT, 예일 등 미국 최고 명문대들과의 제휴에도 성공했다.
가오위퉁이 그 다음으로 한 일은 중국 은행들과의 담판이었다. 안타깝게도 당시 중국에는 국제결제 분야에 관한 명확한 정책이 존재하지 않았고, 은행 입장에서 유학비 송금은 소수에 국한된 업무였기 때문에 가오위퉁의 설득이 잘 통하지 않았다.
여러 번의 헛걸음 끝에 가까스로 한 주식제 은행과의 제휴를 따냈으며, 이후 민생은행(民生銀行), 광다은행(光大銀行)과도 계약을 체결했다. 2015년에는 비자(VISA)카드, 이바오즈푸(易寶支付 YEEPAY)와 전략 제휴를 맺는 데 성공했다.
유학비 납부 서비스 이쓰후이(易思匯 EasyTransfer) 메인 화면 <사진=바이두> |
고객의 신뢰를 얻기 위한 노력도 필요했다. 유학 등록금은 상당히 큰 금액이었고, 따라서 서비스 이용자를 늘리기 위해서 학생 및 학부모의 신뢰 쌓기는 필수적이었다. 2014년 7월, 가오위퉁은 500여명의 학생과 학부모를 초대해 미국 유학생 교류모임을 개최했다. 이후 1년 간 상하이, 광저우 선전 등 유학생을 많이 배출하는 도시를 찾아 유학 경험을 공유하는 교류모임을 가졌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또 다른 문제가 나타났다. 인지도 제고를 위해 투입하는 비용이 워낙 컸기 때문에 자금부족에 시달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때 가오위퉁은 중국 유명 엔젤투자자 쉐만쯔(薛蠻子)를 찾아 나선다. 그는 주어진 시간 단 5분 동안 쉐만쯔를 설득하는 데 성공했고, 곧이어 엔젤투자자 쉬샤오핑(徐小平)로부터도 투자를 유치한다.
서비스 개선을 위한 가오위퉁의 노력은 계속됐다. 단순히 회원 가입에서 그치지 않고 실제로 서비스를 이용하는 ‘실질적 이용자’수를 늘리기 위해 고객 서비스 전담반을 구성했다. 일대일로 서비스를 안내하고 송금이 완료된 사실을 통보해주는 서비스는 고객 신뢰도를 키우는 데 효과적이었다. 이런 방식으로 단 3개월 만에 이쓰후이 이용자의 서비스 재이용률은 55%에서 85%로 30% 증가했다.
2016년 4월, 이쓰후이는 IDG캐피털로부터 Pre-A 시리즈 펀딩으로 수천만위안의 투자를 유치했다. 2017년 1분기 기준, 이쓰후이의 매출액은 10억위안(한화 1600억원)에 달했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0배 성장한 수치다.
중국 매체 시나재경(新浪財經)에 따르면 가오위퉁은 현재 미국 하버드대 MBA 과정에 합격한 상태다. 주경야독의 성실함을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는 가오위퉁. 만23세 청년 창업가의 꿈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홍성현 기자 (hyun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