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선임' 난항...대주주 지분율 관계없이 3%만 행사가능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 감사위원회 구성 못하면 '관리종목'
[뉴스핌=김지완 기자] 상장사들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올해를 끝으로 폐지되는 섀도보팅(shadow voting) 때문이다. 상장사들은 당장 내년부터 주주총회 성립요건인 의사정족수(발행주식의 25%)를 채우지 못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거나 최악의 경우 상장폐지까지 갈 위기에 처할 것으로 보인다.
애초 섀도보팅제도는 주주들의 무관심으로 주총 성립 요건을 채우지 못하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도입됐다. 이 제도는 예탁결제원이 보유중인 개인투자자들의 주식을 주총 안건 찬성반대 비율에 따라 의결권을 대리 행사하는 제도다.
하지만 섀도보팅제도는 주주총회가 형식화되는 등 주주권 활성화에 장애가 된다는 이유로 2013년 자본시장법이 개정되면서 폐지됐다. 금융당국은 갑작스러운 제도 폐지에 따른 시장 혼선을 염려해 올해까지 한시적으로 섀도보팅을 허용해왔다.
◆ 섀도보팅 대안으로 꼽히는 전자투표 유명무실...투표율 1.4% 불과
문제는 섀도보팅의 대안으로 꼽히는 전자투표제도의 유명무실 우려다. 이재혁 한국상장사협의회 정책홍보팀장(법학박사)은 "투자자들의 평균 보유 기간을 살펴보면 코스피는 5개월, 코스닥은 2.2개월 수준"이라면서 "금융당국에서는 전자투표가 섀도보팅의 대안으로 꼽고 있지만 개인투자자들은 주가상승 외에는 관심이 없다. 이들에게 주총 참여를 바라는 것 자체가 애초에 무리"라고 지적했다.
12월 결산 상장법인 중 올해 정기 주총 때 전자투표 서비스를 이용한 회사는 705개사에 달했지만 전자투표 행사율은 주식수 기준으로 1.4%에 불과했다.
당장 감사 선임부터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김기남 대원미디어 이사(CFO)는 "최대주주 지분이 확보돼 있어 다른 안건은 처리가 가능한 상태지만, 감사 선임건은 소액주주 보호를 위해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자 합산지분이 아무리 많아도 3%만 권리행사가 가능하다"면서 "전자투표 참여율이 저조한 상황에서 25% 주총 의사정족수를 채워 감사선임안을 통과시킬 방도가 없다"고 걱정했다.
최근 한국상장사협회가 상장사 992개사(유가증권법인 412개사, 코스닥법인 510개사)를 대상으로 섀도보팅 폐지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한 899사 중 91.9%에 해당되는 826개사가 '섀도보팅 폐지가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또 폐지시 예상되는 문제점으로 감사선임 곤란(65.6%) 또는 감사선임+특별결의 곤란(17.1%) 등을 꼽았다.
◆ 정족수 미달로 '감사위원회' 구성 못해...관리종목 상장폐지로 이어질 수도
섀도보팅을 대체할 대안이 부재한 가운데 이대로가면 내년 자본시장은 큰 혼란이 불가피하다. 이재혁 팀장은 "당장 주총 의사정족수 미달로 재무제표 승인을 못하면 주주들이 배당을 못받는 사태가 벌어진다"면서 "또 자산 2조원 이상 법인이 감사위원회를 구성하지 못하면 바로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2년 연속이면 상장폐지 요건에 해당된다. 상법상 과태료도 별도로 내야하는 등 상당한 자본시장의 혼선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23일 기준으로 자산 2조원 이상의 상장사는 유가증권시장 147개사, 코스닥시장 4개사 등 총 151개사다.
해외사례와 비교해 보더라도 국내 상법이 과도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는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박한성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선임연구원은 "선진국의 주총 의사정족수 요건과 비교했을때 한국의 주총 의사정족수 요건은 상당히 엄격한 편"이라며 "일본은 정관개정을 통해 자율조절이 가능하고, 프랑스는 20%이상 참여해야 하나 참석률미달로 다시 주총이 열릴 경우 의사정족수 기준이 사라진다. 영국은 단 2명만 참석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금융당국은 올해를 끝으로 섀도보팅은 폐지될 것이란 입장이다. 송병관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과 사무관은 "이미 5년 유예기간을 통해 상장사들이 충분히 대비할 수 시간을 줬다"면서 "섀도보팅 폐지는 소액주주 의결권 참여가 많아지길 원하는 사회적인 추세를 반영하는 것이다. 현 정부의 스탠스도 이와 같은 방향으로 판단돼 섀도보팅제도를 유예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답했다.
<자료=한국상장회사협의회> |
[뉴스핌 Newspim] 김지완 기자 (swiss2pac@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