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보람 이성웅 기자] 새벽 일찍 장사를 시작하는 여느 떡집과 달리, 해가 뉘엿뉘엿 저무는 저녁 6시 문을 여는 떡집이 있습니다. 그것도 주말에만요.
서울밤도깨비야시장에서 주말마다 떡을 파는 푸드트럭 '찰지네' 이야깁니다.
'찰지네'는 국내 1호 '한옥' 푸드트럭입니다. 트럭 머리에 앙증맞은 한옥 기와지붕이 트레이드 마크죠. 다음달이면 부부가 되는 정병선(남·29세), 우예슬(여·28세) 커플의 아이디어로 탄생했습니다.
두 사람은 창업 아이템을 고민하던 중,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으로 창업이 가능한 푸드트럭을 선택했고 남들이 하지 않는 아이템인 '떡'을 골랐습니다.
예비 신부가 떡 없이는 못사는 '떡순이'라는 점도 아이템 결정에 한몫했다고 합니다. '사랑꾼'이란 단어가 딱 어울리는 부부죠.
기자가 이들을 만난 때는 다른 젊은이들이 뜨거운 밤을 즐기러 가는 금요일 저녁. 손님들은 본격적인 영업이 시작되는 6시 전부터 푸드트럭 주변을 서성이며 쫄깃쫄깃한 떡과 시원한 식혜를 기다렸습니다.
해가 긴 여름날, 뜨거운 불판 앞에서 떡을 굽는 병선 씨의 이마에는 송글송글 땀이 맺힙니다.
날씨는 푸드트럭을 운영하는 젊은 사업가들에게 언제나 가장 큰 변수죠.
조리시간이 상대적으로 긴 스테이크를 주 메뉴로 판매하는 김진동 필리앤윙스 대표는 더위가 더 괴롭습니다. 깜찍한 노란 푸드트럭 안에서 한참 음식을 만들고 잠시 밖으로 나온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수건으로 땀을 닦아내는 일이네요.
찰지네를 운영하는 예슬 씨는 "저희는 일주일에 한 번만 쉬어야겠다 생각하는데, 어떤 날은 비가 오고 어떤 날은 미세먼지가 오고 그러다보니 일주일에 서너번씩 쉬는 일이 많다"고 아쉬워 했습니다. 더위 뿐 아니라 추위도, 비와 바람도, 미세먼지도 장사를 어렵게 하는 불청객들입니다.
날씨야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일이다보니 어쩔 수 없다 쳐도, 꿈을 싣고 달리는 걸 방해하는 장애물들은 푸드트럭이 많아진 최근에도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특히 아직도 '노점'으로 인식돼 장사를 할 수 있는 장소가 많지 않다는 문제는 대부분 푸드트럭을 운영하는 청년들의 가장 큰 고민입니다.
병선 씨는 "지정된 곳에서만 장사를 할 수 있게 돼 있는데,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는 등 장사에 부적합한 곳이 많다"며 "보다 많은 공간에서 장사를 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전했습니다.
김 대표는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좀 더 사업자들과 소통하고 유연한 운영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합니다.
김 대표의 꿈은 푸드트럭을 밑거름 삼아 맛있는 음식과 술을 파는 멋진 브루잉컴퍼니(Brewing Company)를 만드는 겁니다.
병선 씨와 예슬 씨도 이와 비슷합니다. 푸드트럭 운영을 통해 나중에는 식음료(F&B)와 예술이 공존할 수 있는 멋진 공간을 만드는 게 꿈이죠.
청년들의 꿈을 실은 푸드트럭, 오늘도 내일도 쉬지 않고 힘차게 달리길 바라봅니다.
[뉴스핌 Newspim] 이보람 기자 (brlee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