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정권 자체가 군사력에 의존"
[뉴스핌=이영기 기자] 7월 4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험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독립기념일에 기분이 언짢았겠지만, 이제는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하고 모든 것을 거기서 출발해야 한다고 윌리엄 페섹 칼럼니스트가 주장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든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든 전제조건을 내세울 수 없는 것이, 핵무기를 폐기하라는 조건에 북한의 김정은이 미동도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20일 자 미국 경제신문 '포브스(Forbes)'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페섹의 외부 기고문을 실었다.
북한 조선중앙TV는 4일 오후 특별중대보도를 통해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화성-14' 시험발사에 성공했다며 ICBM 발사 모습을 공개했다. <사진=뉴시스> |
페섹은 우선 "아첨하는 '예스맨'으로 둘러싸인 지도자에게는 그가 무슨 짓을 하든 지지를 받게 마련이지만, 현명한 지도자라면 필요할 때 아니라고 말하는 조언자를 옆에 둘 것"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어쩌면 김정은에게 필요한 조언자일 것"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문 대통령이 최근 연설에서 북한과의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적대적 접근 금지, 군사적 행위 금지, 북한 정권교체 금지, 강제적 통일 금지 등 4개 금지조항을 제시했지만 북핵 포기를 전제로 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김정은 정권이 군사력에 기대어 유지된다는 점 때문이다. 김정은은 올해만 11차례 미사일 실험을 했다. 대외적으로는 북한에 대한 기피 분위기를 고조시켰겠지만 내부적으로는 그의 권력기반을 강화하는 것이었다. 더구나 최근 ICBM 실험은 미 본토의 백악관을 겨냥하는 것이었다. 이로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우선'정책을 편다면 김정은은 '선군' 정책을 추진한다는 것을 명백하게 보여줬다.
페섹은 이런 맥락에서 보면 문 대통령의 '평화 제스쳐(Olive-Branch)' 전략은 통하지 않을 것이며, 트럼프의 '여차하면 폭격하겠다'는 으름장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문과 트럼프의 전략이 '김정은이 핵무기를 폐기하라'는 공통된 주장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김정은에게서 핵무기 포기는 결코 있을 수 없고 또 그가 어떤 자극에도 반응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문 대통령의 제스쳐는 환영할 만하지만, 지난 15년간의 국제사회의 제재는 아무 효력이 없고 또 중국도 북한의 김정은을 움직이지 못하지 않았다는 것을 환기하라고 페섹은 말했다.
그는 "지금처럼 현상태를 허물겠다는 위협, 제재 등을 되풀이하는 것은 아무런 효용이 없다"며 "이제 우리 인류는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모든 것을 여기에서 출발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문 대통령 뿐 아니라 어느 누구라도 김정은을 무너뜨리겠다고 생각한다면 그는 현실에 있는 것이 아니라 '꿈을 꾸고 있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이영기 기자 (00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