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워싱턴DC 29분 주파
머스크 "정부 구두 승인"
[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비행기보다 빠른 하이퍼루프(Hyperloop) 시대가 열릴까.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가 뉴욕과 워싱턴DC를 29분 만에 주파할 수 있는 하이퍼루프에 대한 정부의 구두 승인을 받았다고 밝히면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하이퍼루프 시대가 곧 시작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21일(현지시간) 쿼츠(Quartz)와 USA투데이 등 주요 외신들은 하이퍼루프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전날 머스크 CEO는 트위터를 통해 교통 개선을 위해 만든 보링컴퍼니가 뉴욕과 필라델피아, 볼티모어, 워싱턴DC를 잇는 하이퍼루프 건설에 대한 정부의 구두 승인을 받았다고 밝히며 하이퍼루프에 대한 관심을 띄웠다.
데일리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하이퍼루프는 진공상태에 가까운 튜브를 통해 초고속으로 이동하는 교통수단이다. 사람이 탑승한 유선형 동체는 자기부상기술이나 에어 하키 테이블에서 퍽(고무 원반)이 이동하는 것과 같은 기술을 활용해 튜브 안에서 떠 있게 된다. 마찰이 거의 없어진 튜브 안에서 동체는 이론상 최고 시속 760마일(1224㎞)로 움직일 수 있다.
초기에 동체는 전기모터로 발사되고 표면에서 뜨면 저기압 환경에서 빠르게 움직인다. 하이퍼루프가 지나가는 터널은 지하나 지상에 건설될 수 있다.
<사진=AP/뉴시스> |
진공 튜브를 활용한 교통은 약 100년 전 고안됐지만, 현재 하이퍼루프의 개념은 지난 2012년 머스크 CEO가 처음으로 제안했다. 당시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머스크 CEO는 날씨의 영향을 받지 않고 비행기보다 2배 빠르며 저전력을 소비하는 교통 시스템을 언급했다. 머스크 CEO는 2013년 고속열차는 너무 비싸고 너무 느리다면서 900마일 정도 떨어진 거리의 경우 하이퍼루프가 훨씬 더 효율적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몇몇 기업들은 하이퍼루프를 시험해 왔다. 미국 네바다주에서는 '하이퍼루프 원(Hyperloop One)'이 500m의 테스트 트랙을 설치하고 시험 중이다. 머스크 CEO가 제안한 로스앤젤레스와 샌프란시스코를 잇는 첫 하이퍼루프 사업은 시작되지 못했지만 네덜란드와 핀란드는 하이퍼루프 원의 다음 시험 대상지가 되는 것에 관심을 표시했다. 두바이의 DP 월드 그룹이 이 기술에 투자하면서 두바이와 아부다비 역시 다음 시험 대상지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당장 하이퍼루프 시대가 열린다고 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미국 과학기술 매체 와이어드(Wired)는 머스크 CEO의 전날 트윗이 중대해 보이지만 정부의 구두 승인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백악관 대변인은 정부가 머스크 CEO와 보링 컴퍼니의 임원들과 긍정적 대화를 나눴지만, 그 이상의 논평은 거부했다.
머스크 CEO도 와이어드에 다이렉트 메시지를 통해 ""구두 승인은 공식 승인과 분명히 다르다"면서 "이것이 대중의 지지를 받는다는 것을 감안하면 공식 승인을 위해 4~6개월이 더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와이어드는 백악관이 해당 사업과 관련해 큰 힘이 없다고 주장했다. 브루킹스연구소에서 대도시 인프라를 연구하는 아디 토머 연구원은 "이것은 아무 것도 의미하지 않는다"며 "연방 정부는 일부 토지를 보유하고 있지만, 북동부의 종주지를 보유하지 않았으며 통행권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결국, 하이퍼루프를 위한 터널을 건설하려면 각 주와 도시 등 지방자치단체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와이어드는 또, 하이퍼루프를 관리할 기관도 불분명하며 비용 문제와 환경 영향도 해결해야 할 이슈라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김민정 특파원 (mj722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