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아무리 압박해도 안보 위해 핵 포기 않을 것...대화 장으로 끌어오기 위해 노력”
[뉴스핌=송의준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에서 열린 한·러정상회담에서 북한의 원유공급 중단에 대해 협조를 요구했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민간의 피해를 거론하며 거부의사를 밝혔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정상회담 및 공동 언론발표 직후 브리핑에서 이같이 설명했다.
윤 수석은 먼저 “양 정상이 수교 30주년을 맞는 오는 2020년까지 한·러 간 교역액을 300억달러로, 인적교류는 연 100만명 이상으로 만들기 위해 경제교류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북한 6자 핵실험과 관련해 러시아가 제안한 근본적 변화를 위한 로드맵을 북한이 진지하게 검토하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북한이 도발을 멈춰야 한다”며 “북한의 도발을 멈출 수 있는 지도자가 푸틴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 주석인 만큼 북한이 핵과 미사일 도발을 멈추도록 두 지도자가 강력한 역할을 해 달라”고 요청했다.
또 “특히, 북한을 대화의 길로 끌어내기 위해서는 안보리 제재의 강도를 더 높여야 한다”며 “이번에는 적어도 북에 대한 원유공급을 중단하는 것이 부득이한 만큼 러시아도 적극 협조해 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푸틴 대통령은 “북한은 아무리 압박을 해도 안보를 지키기 위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러시아는 북한에 1년에 4만톤 정도의 아주 적은 미미한 석유를 수출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우리도 북한의 핵개발을 반대하고 규탄하고 있다”며 “다만 원유중단이 북한의 병원 등 민간에 대한 피해를 입힐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6일(현지시각)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에서 열린 한-러 공동언론발표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월드컵 본선 진출 축하 발언에 밝게 웃고 있다. <사진=뉴시스> |
문 대통령은 또 “과거 참여정부 때 6자 회담을 통해 북한의 핵 포기뿐만 아니라 북‧미와 북‧일 관계의 정상화 등 북한의 체재를 보장해 준다는 데도 함께 했었다”며 “푸틴 대통령이 제시한 단계적이고 포괄적 제안과 같은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만 북한이 최조의 6자회담에 응하지 않아 중국이 원유공급을 중단한 바도 있었다”며 “그 후 북한이 6자회담에 참여했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만일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주변국들이 체제 안정을 보장해준다면 남북과 러시아는 철도 연결, 전력 연결 북한을 통한 러 가스관 연결을 통해 자연스럽게 경제 번영을 함께 이뤄나갈 수 있다”며 “북한이 아무리 핵 개발을 해도 국제사회에서 고립된다면 체제 보장이나 북한 주민들의 행복을 바라는 건 매우 비관적”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푸틴 대통령은 “한‧러가 같은 입장에 있다고 본다”며 “어떻게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고 올지에 대해 저도 더욱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답했다.
한편, 윤영찬 수석은 “이어 열린 확대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사전에 열렸던 한‧러 경제공동위원회 결과를 보고받았다”고 밝혔다.
한‧러 경제공동위에는 한국 대표단으로 김동연 경제부총리를 비롯해 13개 관계 기관이 참여했고, 러시아에서는 부총리 겸 극동전권 대표와 극동개발부, 에너지·교육과학부 등 여러 부처가 참여했다.
공동위에서는 한-유라시아 FTA 추진을 위한 한‧러 공동작업반 구성에 합의했으며 올해 10월 개최 예정인 EEC(유럽경제공동체) 5개국 총리회담에서 러시아 측이 한-유라시아 FTA를 적극 지지할 수 있도록 요청했다.
문 대통령도 단독 정상회담에서 한-유라시아 FTA추진을 푸틴 대통령에게 적극 타진했고, 푸틴 대통령도 원칙적으로 동의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한‧러 경제공동위원회에서는 가스관과 전력망, 한반도종단철도(TKR)‧시베리아횡단철도(TSR) 연결 등 남‧북‧러 3각 협력 사업에 대한 협의 채널 재개 및 공동연구 수행 등을 진행키로 합의했다.
문 대통령은 “지금까지는 한‧러 협력 관계가 남북 러시아 3각 협력차원에서 다뤄져 왔으나 남북 관계가 좋지 못하면 한‧러 관계마저 정체되는 상황이었던 만큼 한‧러 협력 자체를 목표삼아 양국이 협력하되 이후 남북 관계가 개선되면 북한이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어 공동위는 또한 극동지역 인프라 사업 등에 우리 기업 지원을 위해 3년 간 20억달러 규모의 극동 금융 이니셔티브를 신설키로 했다. 또 한국전력과 러시아 로시티 간 사이의 아시아 슈퍼그리드의 일부가 될 수 있는 한‧러 전력망 사업에 대해 사전 공동연구를 실시키로 합의했다. 이와 함께 극동지역 주 정부와 한국의 지자체 간 협력 증진을 강화하기 위해 2018년 한‧러 지방협력포럼을 처음으로 개최키로 합의했다.
[뉴스핌 Newspim] 송의준 기자 (mymind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