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발행 및 매입 동반 활황.."사실상 운용사"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글로벌 채권시장에서 ㈜아메리카의 몸집이 걷잡을 수 없이 확대, 투자자들의 경계감을 자극하고 있다.
저금리에 기대 회사채 발행이 홍수를 이루는 것은 물론이고 국채부터 정크본드까지 채권 보유 규모 역시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났다.
달러화 <사진=블룸버그> |
미국 간판급 기업들이 글로벌 신용시장을 흔들 수 있는 세력으로 부상했다는 얘기다.
14일(현지시각) 회계 컨설팅 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지난 8월 비금융 부문 미국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 규모가 약 860억달러에 이른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3개월래 최고치에 해당한다.
호울푸즈 인수를 결정한 아마존이 160억달러의 채권 매각에 나서면서 전반적인 수치가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이 밖에 중소 기업들 역시 회사채 발행에 잰걸음을 하고 있다.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2.1% 선에서 등락, 저금리가 이어지면서 신규 자금을 확보하는 한편 차환 발행 및 부채 상환을 위한 채권 발행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딜로직은 9월 들어서도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이 크게 늘어났고,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경우 이달 발행 규모가 올들어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와 별도로 투자자들이 긴장하는 것은 미국 기업들의 채권 보유 규모 때문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따르면 30개 미국 기업이 보유한 글로벌 채권 규모가 8000억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 기업들은 주요국 국채부터 회사채, 지방정부채, 기관채, 여기에 모기지담보부증권(MBS)까지 전방위 매집에 나선 것으로 드러났다.
투자자들이 경계하는 것은 채권시장에서 미국 기업들이 프랭클린 템플턴이나 알리안츠번스타인과 같은 자산운용사보다 더욱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 때문이다.
애플을 필두로 해외 이익금을 총 2조달러 규모로 쌓아 둔 미국 기업들은 해당 자금의 미국 송환을 꺼리고 있다. 이 때문에 해외 채권시장에 투자할 수 있는 자금력이 높아졌다는 것이 투자자들의 분석이다.
JP모간의 라마스워미 바리안카발 기업 금융 헤드는 파이낸셜타임즈(FT)와 인터뷰에서 “미국 기업들은 사실상 자산운용사의 대열에 진입한 셈”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채권 매입에 열을 올리는 미국 기업들이 시장 랠리에 힘을 실었고, 자금 조달 비용을 더욱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분석이다.
포드와 보잉, 코카콜라 등 미국 30개 기업의 현금 자산이 1조2000억달러를 웃도는 만큼 투자 열기가 지속될 것으로 월가는 내다보고 있다.
애플을 포함한 일부 기업들은 자금 운용을 위한 팀을 별도로 가동하고 있다. 자산운용사들이 위협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