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 삼성 개별 현안 말 안했는데 포괄적으로 인정
박 전 대통령 독대자리 언급 직접적 증거 없어
[뉴스핌=김겨레 기자] 오늘 28일 시작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항소심 재판에서는 1심 판결의 핵심인 '묵시적 청탁'이 최대 쟁점이 될 전망이다. 법조계에서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논란이 불거지는 쟁점이어서 항소심 재판의 뜨거운 법리공방이 예고된다.
22일 재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삼성측 변호인단은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이 '이심전심'으로 뇌물을 주고받았다는 1심 판결을 이해할 수 없다며 항소 논리를 준비 중이다.
실제 1심 재판부는 삼성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합병으로 생긴 순환출자고리 해소 ▲삼성생명 금융지주회사 전환 세가지 현안 가운데 어떤 것도 명시적·간접적으로 청탁하지 않았다고 봤다.
3차례에 걸친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의 단독면담에서 '청탁의 말'을 건넸다는 증거가 없다는 점을 재판부가 인정한 셈이다.
그러면서도 재판부는 '묵시적 청탁'을 들어 유죄를 선고했다. 세 개별 현안이 포괄적인 의미에서 이 부회장의 승계 작업을 의미하고, 박 전 대통령 역시 이를 인식하고 있었다는 판단이다.
이는 간접 증거만으로 혐의를 인정했다는 의미라서 논란의 소지가 크다는 것이 법조계 안팎의 지적이다. 특히 '제3자 뇌물죄'를 적용한 영재센터 지원(16억원)은 부정한 청탁이 필수로 입증돼야 한다. 승마 지원 부분은 '단순 뇌물죄'가 적용됐다.
변호인단은 삼성 내에서 이 부회장이 사실상 후계자로 지목돼있어 청와대에 묵시적 청탁조차 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또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삼성생명 금융지주 전환 등은 계열사 경쟁력 확보를 위해 진행했을 뿐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와는 관계 없다고 주장했다. 삼성물산 합병 역시 독대 일주일 전에 이뤄져 선후관계로도 승마지원의 대가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개별 현안에 대한 청탁이 없다면서도 묵시적 청탁을 했다는 것은 모순"이라며 "삼성 현안에 대한 청탁을 하지 않았으면 법리로는 무죄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유죄를 내릴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낸 뒤 그에 맞춰 판결했다는 생각까지 든다"며 "삼성은 대통령 강요에 의한 피해자"라고 강조했다.
'수동적 뇌물 공여'도 2심 재판의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1심 재판부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직접 승마 및 영재센터 지원을 요구해 이를 쉽게 거절하거나 무시하기 어려웠다고 봤다.
변호인단은 항소심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 사실관계를 입증할 계획이다. 대통령의 요구를 이 부회장이 어쩔 수 없이 받아들였다는 점이 인정되면 대가와 관련이 없는 강압에 따른 금품제공이라는 논리로 이어질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판결로 정부 정책 협조와 정경유착 사이의 경계가 애매해졌다"며 "현실적으로 대통령이 질책까지 해가며 지원을 요구하면 거절할 수 있는 기업인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겨레 기자 (re97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