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인근의 카페에서 진행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배우 임종인(왼쪽)과 박슬마로. |
[뉴스핌=글 황수정 기자·사진 이형석 기자] 원작에는 없다. 그러나 무대 위로 오르면서 주인공만큼이나 시선을 강탈 중이다. 연극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사이토 역으로 관객들을 만나고 있는 배우 임종인(31), 박슬마로(24)를 만났다.
연극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다리가 불편한 조제(쿠미코)와 츠네오의 사랑과 이별을 이야기한다. 2003년 이누도 잇신 감독의 동명 영화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작품이 무대화 되면서 기존에는 없던 인물 '사이토'가 등장한다. 스토리라인 주요 부분을 차지하는가 하면 분위기 조성, 비주얼을 맡으며 큰 호응을 자아내고 있다.
"관객분들이 많이 귀여워 해주시고 사랑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원작의 엄청난 팬이라 회사에 요청에 간절한 마음으로 오디션을 봤어요. 원래는 다나카 역의 오디션이었는데 사이토가 더 잘 어울릴 것 같아 따로 준비했더니, 정말로 사이토로 캐스팅이 됐어요(웃음). 제 간절함을 알아보신 것 같아요."(임종인)
"저는 지금 후회 중이에요. 사실 얼마전까지 연극은 나이가 더 들어서 할거란 생각을 했거든요. 이번 작품 오디션을 준비하면서도 '드라마를 놓치는게 아닌가' '영화를 놓치는게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물론 놓친 것도 있지만(웃음). 그런데 지금 공연을 해가면서 왜 이 좋은 걸 더 빨리 하지 않았나 후회하고 있어요."(박슬마로)
두 사람이 연기한 사이토는 일본의 실존 야구선수를 본뜬 캐릭터. 주인공 '츠네오'와 친구이자 한국 유학생 '윤'을 짝사랑하는 인물이다.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유쾌하고 발랄하게 극의 윤활제 역할을 담당한다.
"사이토가 원작에는 없지만 실존하는 인물이기에 작품에 잘 녹여야겠다는 생각을 가장 먼저 했어요. 실존 인물인 사이토 유키의 투구폼을 공부하기도 했죠. 사실 '응답하라 1994'의 칠봉이(유연석)를 보고 많이 참고했어요. 윤을 대하는 태도나 사랑하는 방식이 비슷한 것 같아서요."(임종인)
"누구보다 야구선수들의 성격을 잘 알아서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제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했어요. 제가 봐 온 야구선수들은 여자친구에게 헌신적인 것 같거든요. 또 가족보다 많은 시간을 동료와 보내니까 우정도 져버리지 않는(웃음) 제가 보고 느꼈던 모습들을 표현하려고 했죠."(박슬마로)
박슬마로가 야구선수를 잘 아는 이유는 대학교 1학년 때까지 야구선수를 했기 때문. 그는 부상으로 야구 선수를 그만두고 꿈을 전향해 배우가 됐다. 이번 작품은 그의 첫 연극 무대인 것. 임종인 역시 마찬가지다. 영화학도로 독립영화를 주로 공부했던 그는 학교 작품 외에 연극 무대는 처음이다. 때문에 연습 과정부터 낯설었다.
"소리를 쓰는 방법이라던지, 퇴장하는 순간까지 연기를 해야한다는 것들이 인지가 안돼있던 상태라 처음에는 힘든 부분이 많았어요. 그래서 함께 하는 배우들을 따라하려고 많이 노력했죠. 처음에는 연습실 나가는게 두렵기도 했는데, 점점 너무 즐거워졌어요. 오랜 시간 연습하는 것도, 배우들과 이야기하는 것 모두 행복해요."(임종인)
"사실 연습기간이 정말 힘들었어요. 아침부터 밤까지 연습하지 않는 사람도 다같이 앉아서 모니터하는데 그걸 보면서 제가 어리광이 많고 철이 없단 걸 느꼈죠. 처음에 관객들을 위해 크게 말하는게 정말 어색했어요. 그런데 형, 누나들이 워낙 발성이 좋아서 그걸 맞추려다보니 저도 모르게 좋아졌죠(웃음). 과정은 힘들었지만 결과가 좋아서 너무 감사하고 있어요."(박슬마로)
술술 대사가 나올 정도로 열심히 연습했지만 실수도 있었다. 임종인은 관객과 더 다가서려다 무대에 뿌려진 소금을 발로 차기도 했고(그는 소금을 맞은 관객분께 너무 죄송했다고 덧붙였다), 박슬마로는 의자를 무릎으로 차 시퍼런 멍이 들기도 했다. 반면 박슬마로는 공연마다 즉흥적인 애드리브를 더해 웃음을 주고, 임종인은 의도된 애드리브(의자를 헛밟는 행동)로 디테일을 살렸다. 다른 성격만큼이나 두 사람의 사이토도 다른 매력을 전하고 있다.
"(박슬)마로는 야구선수 출신이다보니 폼이 누가 봐도 멋있어요. 또 마로의 사이토가 더 밝고 명랑해서 신나고 유쾌하죠. 제 사이토는 조금 더 차분해요. 극 말미에 사이토가 윤에게 고백을 하는데, 처음에 너무 들떠있다가 갑자기 고백하는 것보다 개연성을 주려고 앞 부분을 조금 죽이는 면이 있죠."(임종인)
"(임)종인이 형 자체가 워낙 진중해요. 저와는 완전 반대죠. 저에겐 볼 수 없는 진중한 사이토를 종인이 형에게서 찾아보시면 돼요. 제 사이토는 밝으니까 밝은 성향의 관객분들이 더 좋아할 것 같아요. 일본 감성이신 분들은 종인이 형 사이토를 보시면 될 것 같아요(웃음)."(박슬마로)
성격은 다르지만 두 사람은 배우보다는 우선 '연예인'이 되고 싶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시간이 흐르고 임종인은 학창시절 연극반의 경험으로, 박슬마로는 운동으로 늦게 끝나도 심야영화를 챙겨보던 애정을 바탕으로, '배우'라는 확고한 방향을 잡게 됐다. 연기에 매력을 느끼면서 롤모델이 생기고, 더나은 배우가 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조정석, 에릭 선배님이 롤모델이에요. '연애의 발견' 또 오해영'의 캐릭터가 너무 매력적이어서 제가 저 역할을 한다면 그만큼 할 수 있을까 궁금하거든요(웃음). 또 조정석이라는 배우가 가진 이미지, 감성들이 제가 추구하는 방향과 맞는 것 같아서 그분을 쫓아가고 싶어요. 그래서 이분들의 연기를 찾아보고 화술, 눈빛 연기를 많이 따라해 제 일상으로 녹아들게 노력 중이에요."(임종인)
"저는 차태현 선배님입니다. 예능이나 영화, 드라마에 나올 때 그냥 그 사람 자체를 보는 것처럼 너무 자연스러워서요. 일단 선배님 자체가 너무 행복해 보여요. 제가 힘든 부분을 잘 모르는 것일 수도 있지만요(웃음). 제가 행복하지 않으면 어떻게 연기를 할까 싶어요. 언제든 연기할 수 있게 몸을 만들고 있어요. 또 여행을 많이 다니면서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경험하려고 해요."(박슬마로)
이제 겨우 첫발을 딛은 임종인과 박슬마로. 성격이나 태도는 다를지언정, 연기를 향한 열정만큼은 뒤지지 않는 두 사람의 앞날이 어떨지 기대된다. 두 사람이 출연 중인 연극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오는 29일까지 CJ아지트 대학로에서 공연된다.
"뻔하지만, 한결같고 항상 노력하는 배우라는 소리를 듣고 싶어요. 사실 이번에 연극을 할 때 다시는 연기를 안 할거라는 마음을 먹었어요. 일부러 사람들에게 말하고 다녔죠. 그런데 지금 되게 후회하고 있어요(웃음). 연습하면서 저 스스로 많이 바뀌었어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을 잘 마치고 다시 한 번 더 연극 무대를 서고 싶어요. 남은 갈증을 다음 공연에서 풀고 싶어요."(임종인)
"거리감 없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영화든, 드라마든, 공연이든, 다 도전하고 싶어요. 좌우명이 '후회할 짓 하지 말자'에요. 후회 없는 연기를 계속할 테니, 대중들도 공연을 안 보시고 후회하지 않았으면 해요(웃음)." (박슬마로)
[뉴스핌 Newspim] 글 황수정 기자(hsj1211@newspim.com)·사진 이형석 기자(leeh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