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황수정 기자] 아이들을 따뜻하게 바라보고, 우리말 교육에 힘써온 이오덕, 권정생의 오랜 우정을 담은 연극 '오래된 편지'가 개막했다.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드림시어터에서 연극 '오래된 편지'(연출 이구열) 프레스 리허설이 진행됐다. 전막 시연 후 진행된 간담회에는 연출 이해웅, 배우 김정석, 최우성, 장용현, 주영, 윤지홍, 정세희가 참석했다.
연극 '오래된 편지'는 평생을 우리글 바로쓰기 교육에 힘써 온 교육자 이오덕과 '강아지똥' '몽실언니'로 잘 알려진 아동문학가 권정생의 이야기를 담는다. 실제 그들이 30년간 주고받았던 편지의 내용을 바탕으로 한다.
이구열 연출은 "글을 소재로 하는 연극이기 때문에 조율을 위한 고민이 많았다. 작가님과 배우들과 많은 얘기를 하며 찾아 나갔다"며 "특히 이오덕, 권정생 선생님을 연기한 배우 두 분께 강조했던 부분은 '아이들을 소중하게 다루는 모습'이었다. 이오덕 선생님은 어린아이에게 함부로 반말하지 않았다고 한다. 권정생 선생님은 아이들이 본인에게 다가오는 게 어려워질까봐 스스로 가난한 삶을 선택했다. '눈높이 교육'이라는 게 누구나 아는 단어지만 정말 실천했던 두 분"이라고 설명했다.
지금은 자주 볼 수 없는 '편지'라는 매개체로 천천히, 진중하게, 서로의 생각과 마음을 주고받았던 두 인물의 이야기를 통해 우정과 신뢰를 전한다. 이오덕 역은 배우 김정석, 권정생 역은 배우 최우성이 연기한다.
권정생 역의 최우성은 "역할을 어떻게 소화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자료 조사를 많이 하지 않고 대신 '오래된 편지'라는 책 하나만 백번 넘게 봤고, 그 안에서 이야기가 나올 거로 생각했다"며 "공연이 끝날 때까지도 계속 고민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정석은 자신이 맡은 이오덕 역할에 대해 "이 분의 책과 생전 영상을 보면서 제가 받았던 느낌은 되게 외로웠을 것 같았다. 하신 말씀 중에 좋고 옳은 말이 많았는데, 그 시절에는 그런 얘기를 제대로 못 받아들이는 사람이 많았을 것 같다"며 "가장 중요시했던 게 '고리타분하게 들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가르치는 듯이 말하지 말자'였다. 관객들에게 부드럽고 따뜻한 느낌으로 전달됐으면 했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배우 장용현, 주영, 윤지홍, 정세희와 아역 배우 권미조, 이진우가 출연한다. 이들은 일인다역을 소화하며 극의 흐름을 이끌어나간다. 특히 아역 배우의 출연에 대해 이 연출은 "성인 배우와 호흡을 맞추기 쉽지 않고 몰입이 깨질 수도 있어서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러나 두 분의 편지로 접근해 두 분의 삶을 마주하니 어린아이로 귀결되더라. 진짜 어린아이가 있어야 저희가 전달하고자 하는 정서가 전달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서울문화재단 2017 최초예술창작지원사업에 선정, 공연기획사 티위스컴퍼니와 극단 행이 공동 제작했으며, 이오덕과 권정생의 시와 글에 곡을 붙인 작곡가 백창우의 음악이 삽입됐다. 공연계 외에도 양철북 출판사, 어린이문화연대, 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 이오덕 학교 등 각종 교육, 출판 관계자들이 참여했다.
양철북 출판사 조재은 대표는 "연극을 보면서 내내 눈물이 났다. 책을 만들 때는 두 분의 편지를 전달하는 우편배달부가 된 심정으로 편집하고 만들었는데, 연극에서 실제 움직이는 모습을 보니 어떤 심정이었을지 생각이 많이 들었다"며 "힘든 조건인데도 불구하고 정성을 다해 무대에 올려 고맙다. 너무나 어려운 시대를, 거짓 문학과 잘못된 교육 속에서 참된 교육과 올바른 문학을 지켜가고자 애쓰셨던 두 분의 만남이 오롯이 전달되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연극 '오래된 편지'는 23일부터 오는 12월 3일까지 대학로 드림시어터에서 공연된다.
[뉴스핌 Newspim] 황수정 기자(hsj1211@newspim.com)·사진 티위스컴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