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투, 메리츠 등 국내 주식매매 증권사들 속속 채비
브로커리지 새로운 수익원으로 매력도 높아져
[뉴스핌=박민선 기자] 올 한해 화려한 수익률로 호평을 받아 온 해외주식 투자가 내년엔 한층 더 활발해질 전망이다.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주식투자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10조원대를 돌파한 가운데 주요 증권사들은 본격적으로 글로벌 투자 확대에 방침을 세우고 나서고 있다.
◆ 상위 4개사 '독식', '추격' 나선 한투·KB·메리츠證
8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11월말 현재 해외주식 투자 규모는 10조2798억원(93억4527만달러) 수준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중이다. 작년 말 수준(6조9600억원) 대비 48% 불어났다.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주식매매는 그동안 일부 대형사들이 주도해왔다. 특히 미래에셋대우는 글로벌브로커리지(GBK)본부 신설 1년 만에 해외주식잔고가 3조원대를 넘어서는 등 한해동안 4배 이상 성장세를 보이며 해외주식 투자 시대를 앞당기는 데 일조했다.
삼성증권 역시 꾸준히 투자 규모를 늘리며 2조원대 중반의 잔고를 기록중이고 신한금융투자, NH투자증권 등 상위 4개사의 총합 잔고는 7조원 수준을 넘어섰다.
한국투자증권은 현재 미국, 중국, 일본, 홍콩, 베트남 등 다양한 국가 대상 온·오프라인 주식매매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해외주식잔고는 3000억원대에 그치며 경쟁사들에 비해 미미한 편이다. 초대형 투자은행(IB)으로서 한국투자증권이 IB와 WM 각 부문 선두권을 지키는 가운데 해외주식 부문이 뒤쳐지지는 모습이다.
이에 한국투자증권은 내년을 기점으로 해외주식투자 규모를 본격 확대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한국투자증권 WM부문 임원은 "그간 국내를 중심으로 이뤄졌던 주식투자에 대해 다양한 국가로의 분산투자를 확대함으로써 고객 수익률 안정화를 추구할 것"이라며 "이미 리서치 등 투자관련 인프라가 구축돼 있는 만큼 내년부터 해외주식투자를 적극 키워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메리츠종금증권은 내년 2월 시행을 목표로 해외주식매매시스템 구축 작업이 한창이다. 현재 전산시스템 개발 등이 진행 중인 상태로 먼저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투자하고 있는 미국, 중국, 홍콩 시장에 대한 거래를 1차 개시한 뒤 향후 거래 가능 국가를 확대해간다는 계획이다.
KB증권도 올해 하반기를 전후로 해외주식 전문인력 확충에 주력하는 등 관련 기반을 마련한 만큼 내년부터 추격전에 나선다는 각오다.
◆ 수익률 '고공행진'에 고객도 증권사도 好好
증권사들이 이처럼 해외주식투자 확대에 나서는 이유는 크게 고객 자산관리 측면과 수익성 제고 효과 두가지다. 또 해외주식투자가 단기간 내 빠르게 불어날 수 있었던 것은 투자 종목들 대부분이 안정적인 성과를 보인 영향도 있다.
글로벌 증시가 올해 전반적인 안정세를 보인 가운데 구글, 알파벳, 엔비디아 등 미국 주식은 물론 텐센트, 알리바바, 평안보험 등 중국(A주, H주) 주식들도 가파르게 오르며 연초대비 최대 100%를 웃도는 성과를 기록한 곳들도 상당수다.
민성현 KB증권 도곡PB센터 부장은 "미국시장의 경우 이미 긴세월을 통해 경쟁력이 검증된 기업 수가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에 해외투자를 통해 국내 대비 안정적이고 양호한 성과를 거둘 수 있다"며 "긴호흡으로 본다면 국내 대비 해외투자가 갖는 메리트가 부각되면서 관련 투자가 확대되는 것은 당연한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국내 주식매매가 증권사간 수수료 인하 경쟁으로 인해 수익 기여도가 낮아진 상황에서 새롭게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실제 브로커리지에 기반을 둔 메리츠종금증권의 경우 주식예탁자산이 지난해 3분기 7조9600억원 수준에서 1년 만에 11조6100억원 수준까지 불어났음에도 브로커리지 수익은 141억원으로 제자리 걸음이다.
반면 해외주식잔고 1위를 기록 중인 미래에셋대우는 올해 글로벌브로커리지를 통해 300억원을 웃도는 수익을 거뒀다. 기존 WM본부내 수익구조를 놓고 보더라도 의미있는 변화라는 평이다. 여전히 국내 브로커리지에서 발생하는 대출이자 수익 등과 비교하면 적은 수준이지만 해외 시장에 대한 투자 관심이 지속될수록 관련 수익이 자산관리 사업부문 내에서 한 축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높다.
김을규 미래에셋대우 GBK본부장은 "글로벌 주식투자 확대로 WM 전체의 수익성 개선에도 효과가 있다"며 "고객들에게 좋은 성과를 안겨주고 회사도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수 있어 해외주식투자에서 경쟁력을 갖는 증권사들과 그렇지 못한 증권사 간 격차가 커질 수 있다"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박민선 기자 (pms071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