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실명제 추진, 거래소 폐쇄는 추후 결정”
ICT 업계 “투기는 잡고 기술 육성은 확대해야”
선진국은 블록체인 전폭 지원, 정책 유연성 필요
[뉴스핌=정광연 기자] 정부의 가상화폐 규제를 놓고 투기는 막고 블록체인 기술은 육성하는 유연한 정책을 요구하는 정보통신업계(ICT)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실명제를 통한 투명성 확보는 찬성하지만 거래소 폐쇄 등 극단적인 조치는 가상화폐의 기반인 블록체인에 대한 연구개발 및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국무조정실 주재로 부처합동 브리핑을 열고 지난해 12월 28일 특별대책에서 밝힌 가상화폐 실명제를 차질없이 추진한다고 15일 밝혔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언급한 거래소 폐쇄에 대해서는 법정부 차원의 협의와 의견조율을 거쳐 결정할 예정이며 이와는 별도로 정부차원의 블록체인 연구개발 투자 및 지원은 지속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서는 가상화폐는 법정화폐가 아니며 투자에 따른 손실은 개인에게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한 정부 방침에 환영의 뜻을 나타내고 있다. 비정상적인 투자 열풍이 소위 ‘한탕주의’에 있다는 판단에서다. 같은 이유로 실명제를 통해 가상화폐를 제도권 안으로 끌어오겠다는 움직임에도 큰 거부반응 없다.
서울 중구 빗썸 광화문 센터에서 투자자가 가상화폐 시세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이형석 기자 leehs@> |
하지만 여전히 거래소 폐쇄의 가능성을 남긴 결정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가상화폐 극단 규제가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에 대한 규제 강화와 공포감 조성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가상화폐의 기반은 블록체인이다. 모든 거래내역을 ‘블록’ 단위로 저장하고 각각의 블록이 ‘체인’ 형태로 연결된 가상화폐는 위조나 해킹이 불가능하다. 가상화폐를 통해 완벽한 보완성이 검증되면서 블록체인을 도입하는 영역은 금융과 물류, 보안, 사물인터넷(IoT) 등 빠르게 확산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블록체인의 가장 대표적인 결과물인 가상화폐를 놓고 거래 자체를 금지하는 규제를 도입할 경우, 기술 자체에 대한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해외 거래소에 가상계좌를 만드는 간단한 작업만으로도 국내 가상화폐를 해외로 옮길 수 있어 거래소 폐쇄의 효율성은 거의 없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오히려 정부가 블록체인 투자 강화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 ICT 업계의 반응이다. 이미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들이 가상화폐 활성화를 통해 블록체인 고도화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규제에 발목이 잡힐 경우, 4차 산업혁명의 핵심으로 꼽히는 블록체인 대응에 필연적으로 뒤쳐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주부부처인 과기정통부의 내년 블록체인 예산은 시범사업 42억원과 연구개발(R&D) 가업 45억원 등 총 87억원에 불과하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상황에서 오히려 규제가 강화되는 건 글로벌 흐르에도 역행한다는 반응이다.
김용대 카이스트 교수는 “가상화폐와 블록체인은 기술적 연관성이 높다. 가상화폐 자체가 블록체인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에 가상화폐 자체를 인위적으로 제거하는 건 블록체인 기술 고도화 및 적용분야 확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며 “잡아야 하는 건 투기로 이에 대한 적절한 대응을 마련해야지 기술 자체에 대한 규제 강화로 이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정광연 기자(peterbreak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