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 근절대책 마련 및 경영평가 등 ‘조건부’ 유보
[뉴스핌=강필성 기자] 금융감독원에 대한 공공기관 지정이 유보됐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기획재정부에 판정승을 거뒀다는 평가다.
기재부는 지난해 감사원 감사결과 채용비리와 방만경영이 드러나자 금감원을 준정부기관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31일 공운위는 치열한 토론 끝에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을 유보하기로 결정했다.
공운위 측은 “채용비리와 방만경영 등으로 공공기관 지정 여론이 있었지만, 금융감독체계 개편 논의가 금년에 본격 진행되는 점을 감안해 지정 유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이형석 기자 leehs@ |
이에 따라 공공기관 지정을 반대해온 금융위는 한시름 놓는 분위기다. 사실 금융위는 그간 기재부와 금감원 공공기관 지정을 두고 번번이 맞서왔다.
금감원은 지난 2009년 금융감독기구의 독립성 보장을 이유로 공공기관에서 제외됐다. 지난해 감사원의 감사 결과 고위 간부의 채용비리, 임직원의 차명 주식거래, 방만 경영 등이 드러나면서 적잖은 비판에 직면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기재부는 이 과정에서 금감원을 ‘위탁집행형 준정부기관’으로 지정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국회에서 금감원이 금융사로부터 받는 감독분담금을 준조세 성격 부담금으로 지정해 기재부에서 예산통제권을 관리하는 ‘부담금관리기본법’ 개정안이 논의되기도 했다. 이에 금융위가 직접 나서 논의를 보류해달라고 요청했다.
김동연 부총리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금융감독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금감원이 준정부기관으로 지정되면 예산, 보수, 조직운영, 인사관리는 물론 기관장의 임원의 임명 및 해임에 대한 사안까지 공운위의 심의와 의결을 받아야 한다. 사실상 기재부 산하로 재편되는 셈이다. 금융정책기관인 금융위의 권한과 역할이 자연스럽게 축소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에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18일 국회 정무위원회 현안질의에서 “금감원을 감독하는 금융위 입장에서는 (비리를) 부끄럽게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공공기관으로 지정해서 해결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의견을 밝힌 바 있다.
금감원도 금융위에 이어 기재부의 관리를 받는 상황을 불편해하는 것은 마찬가지.
최흥식 금감원장도 “공공기관 지정은 실익이 없다”며 “기재부 장관이 조직·인사·예산 통제는 물론 금감원장 해임 요구까지 할 수 있는 등 내부 경영 간섭을 넘어 감독·검사·소비자보호 등 업무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결과적으로 금융위가 판전승을 거두면서 기재부와 금융위 사이의 알력도 어느정도 해소되는 분위기다.
다만, 공운위는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을 보류하면서도 금융위에 금감원의 채용비리 근절대책을 마련하고, 비효율적 조직 운영 등에 대한 감사원 지적 사항을 개선, 공공기관 수준의 경영공시 및 엄격한 경영평가를 실시하라고 요구했다.
아울러 금융위가 이 사항을 제대로 추진했는지를 공운위에 보고하고 미흡할 경우 내년에 금감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하겠다는 조건을 걸었다.
경우에 따라서는 금감원의 공공기관 재지정을 두고 다시 기재부와 갈등 기류를 형성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