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국정원 특활비 ‘주범’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 결론
'MB 직접' 다스 현황 파악한 청와대 문건도 확보
‘軍 댓글부대’ 수사 속도..올림픽 이후 소환 '만지작'
[뉴스핌=김규희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을 향한 검찰의 칼끝이 점점 날카로워지고 있다.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와 다스 실소유주 의혹, 군·국정원 댓글공작 수사, 민간인 사찰 등 수사의 꼭짓점에 이 전 대통령이 있어 검찰 조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검찰은 평창동계올림픽 이후 이 전 대통령을 수사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통령을 향한 수사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눠 하고 있다. 국정원 특활비 수사는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송경호 부장검사)가, 다스 관련 의혹은 서울동부지검 다스 수사팀(팀장 문찬석 차장검사)과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신봉수 부장검사)가 맡았다. 군과 국정원의 댓글공작 수사는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팀장 박찬호 차장검사)이 수사 중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달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자신과 관련된 검찰의 수사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형석 기자 leehs@ |
◇검찰, 국정원 특활비 주범으로 ‘MB’ 결론
국정원 특활비 수사는 어느 정도 ‘그림’이 나온 상황이다. 검찰은 관련 수사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을 ‘주범’으로 판단했다. 지난 5일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의 집사로 알려진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을 국정원 불법 자금 수수의 ‘방조범’으로 구속기소 하면서 공소장에 이 전 대통령을 ‘주범’으로 적시했다.
김 전 기획관은 지난 2008년 5월께 국정원으로부터 특수활동비 4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 돈이 이 전 대통령이 직접 국정원에 요청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이 김 전 기획관에게 국정원에서 돈이 올 것이니 받아두라고 직접 지시했다.
최측근으로 일한 김희중 전 제1부속실장도 등을 돌렸다. 김 전 실장은 최근 검찰 조사에서 지난 2011년 국정원 직원으로부터 10만달러(약 1억원)를 받아 이 전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 측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2011년 김진모 전 청와대 민정2비서관이 민간인 사찰 폭로를 막기 위해 장진수 전 주무관에게 건넨 5000만원도 국정원에서 나온 것으로 파악했다. 김 비서관은 구속됐다.
이 전 대통령 친형인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도 억대의 국정원 특활비를 불법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전 의원은 지난달 26일 검찰에 소환됐으나 이틀 전인 24일 자택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다.
◇다스 현황 파악한 청와대 문건 확보...실소유주 수사 속도
자동차부품회사 다스 실소유주 의혹 수사도 빠르게 진척되고 있다. 영포빌딩 내 다스의 ‘비밀 창고’에서 이 전 대통령이 직접 다스의 경영 실태를 파악한 정황을 보여주는 청와대 문건이 나오는 등 이 전 대통령과 다스 관계가 차츰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다스 설립 과정에 참여한 뒤 회사 경영까지 책임 진 김성우 전 다스 사장은 지난달 “2008년 정호영 특검에서 다스에 대해 거짓 진술을 했다”는 자수서를 서울중앙지검 첨수1부에 제출했다.
김 전 사장은 이 전 대통령이 다스 설립과정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다스의 임원으로 근무한 권승호 전 전무도 같은 취지의 내용이 적힌 자수서를 제출해 과거 진술을 번복했다.
또 이상은 다스 회장의 아들 이동형 다스 부사장은 2016년 3월 녹취록에서 “아버지도 여기서 월급 받고 있지”라고 말해 다스의 실제 소유주가 아버지인 이상은 회장이 아니라 이명박 전 대통령임을 짐작케 만들었다.
18년 동안 이상은 다스 회장의 운전기사로 일한 김종백씨는 “이 전 대통령이 ‘왕 회장’으로 불렸다”며 “(다스는) 이 전 대통령의 소유가 맞다”고 말했다.
참여연대 안진걸 사무처장이 다스 비자금 의혹과 관련해 고발인 자격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지난해 12월 28일 오전 서울동부지검에 출석한 가운데 두손에 증거품을 들고 있다. /김학선 기자 yooksa@ |
◇‘댓글 부대’ MB 청와대가 직접 운영?
검찰은 군 사이버사령부와 국정원이 불법으로 정치에 개입한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이고 있다. 특히 군 사이버사령부가 청와대와 협조해 2012년 대선에 개입한 정황이 담긴 문건도 확보한 상황이다.
7일 검찰은 2013년 국군 사이버사령부 댓글 의혹 사건을 축소 수사했다는 의혹을 받는 백낙종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육군 예비역 소장)에게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검찰은 지난 5일 백 전 본부장 자택을 압수수색하고 백 전 본부장을 소환해 군 당국이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축소 외압이 있었는지 등을 조사했다.
당시 군 당국은 사이버사 일부 요원의 과욕으로 인터넷에 정치적 글을 작성했다고 결론을 냈는데, 검찰은 여기에 군 당국이 개입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와 관련, 최근 군 검찰과 서울중앙지검은 백 전 본부장의 지휘를 받은 수사본부장 김모 대령과 부본부장 권모 예비역 중령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구속했다.
아울러 한 언론사를 통해 지난 5일 지난 2010년 당시 국군 기무사령부 2처 5과장이 김철균 청와대 뉴미디어홍보비서관에게 기무사 사이버 활동 내용을 보고한 정황이 담긴 문건이 공개됐다.
문건에 따르면 당시 청와대 비서관실은 정부 지지글 및 이명박 대통령이 관심 갖는 글에 수시로 사이버 상 활동을 하고 있으며 기무사에 관련 활동을 요청할 예정이었다.
이와 관련,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해 11월 검찰 조사에서 “사이버사 작전 현황 등 보고서를 청와대로 보냈다”고 밝혀 댓글공작의 ‘윗선’에 대한 수사도 진척을 보일 전망이다.
[뉴스핌 Newspim] 김규희 기자 (Q2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