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지인들 "왜 그랬을까. 큰 꿈을 가진 사람인데.."
캠프 측근 "그냥 화가 난다. 미칠 것처럼 화가 난다"
與 관계자들 "입에서 욕 나오는걸 억지로 삼키고 있다"
충남도청 관계자 "여성인권에 신경 많이 썼는데 도대체 왜.."
[뉴스핌=조정한 기자]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여비서 성폭행' 의혹에 정치권 뿐 아니라 민심이 술렁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의혹이 제기된 5일 안 지사 제명을 2시간 만에 속전속결로 처리했고, 국회에선 또 다른 '미투(Me too)'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안 지사의 측근들은 이구동성으로 "충격적이다.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마치 꿈을 꾸는 것 같다. 왜 그랬을까. 대망을 그리던 사람인데, 도대체 뭐가 부족해서 그런 일을.."이라는 반응 일색이다.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정무비서인 김지은 씨가 안 지사의 성폭력을 폭로해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안 지사가 6일 충청남도의회 의장 앞으로 제출한 사임 서면이 공개됐다. /김학선 기자 yooksa@ |
◆ 안 지사의 측근들 "충격적이고 미칠 것처럼 화가 난다"
안 지사의 측근들은 대부분 연락이 안되거나 언론과의 접촉을 일부러 피하고 있다. 실망감이 너무 커서 할 말이 없기 때문이란다. 이들 대부분이 안 지사에 대한 '의리','충성심'이 강했기 때문에 그만큼 실망감도 커보인다. 일부는 스트레스가 극도로 심해진 '트라우마' 상태라는 말도 들린다.
어렵게 통화가 된 안 지사의 한 지인은 "평소 알던 안 지사의 모습이 아닌 것 같다"며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안 지사의 측근이자 충남지사에 출사표를 던진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은 6일 선거운동을 잠정 중단했다. 자신이 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닌데, 평생을 준비해왔던 도지사 선거전을 일단 멈춰세웠다.
박 전 대변인도 연락이 되지 않았다. 그를 잘 안다는 한 지인은 "박수현씨는 안희정 지사와 운명공동체 같은 인연이다. 오죽하면 '안희정의 입'이라는 별명을 그렇게 좋아했겠나. 상실감이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충격은 세간의 예상보다 훨씬 더 큰 파도가 됐을 것이다. 안 지사 주변사람들을 통째로 흔들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이날 박 전 대변인은 '충남도민께 올리는 글'을 통해 "너무나 충격적이다.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면서 "안 지사의 친구이기에 더욱 고통스럽다. 모든 것이 무너지는 안타까움"이라고 착찹한 심경을 드러냈다.
박 전 대변인은 지난 2010년 충남지사 지방선거에 출마한 안 후보의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으며, 지난해 대선에선 안희정 캠프의 대변인을 맡기도 한 '최측근'이다.
안희정 캠프에서 활동했던 한 관계자 역시 6일 '뉴스핌'과의 통화에서 "사람들이 이번 사건을 충격적으로 받아들이는 이유는 안 지사가 폐지될 위기에 처했던 충남인권조례를 지키기 위해 재의결을 요구하기도 했고, 여성정책담당관을 처음 도입하기도 했기 때문일 것"이라면서 "정말 여성인권에 대해 신경을 많이 쓴 사람인데, 도대체 왜 그랬는지 알 수가 없다. 충남도청 공무원들이 느끼는 충격도 매우 클 것"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측근으로서 여성 문제에 대해 안 지사가 평소 이해가 있었고, 자신만의 의견과 인식이 있다고 그렇게 알고 있었다"면서 "그런데 (알면서도) 그렇게 행동을 했다는 게 더 용서가 안 되고 화가 난다. 머리로는 이해하는 척을 했지만 실제로 자신의 삶을 바꾸지도 못한 채 범법자가 된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19대 대통령선거후보자 방송사 합동토론회 준비를 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
◆ '친정 마저 분노' 민주당 인사들 "입에서 욕을 삼킨다. 안타깝지만 버려야할 카드"
민주당 내에서도 분노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한 의원은 "입에서 욕만 안 나왔을 뿐"이라며 "다들 점잖게 이야기하는 것이지, 육두문자를 내뱉어도 모자란 상황"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그는 "그 사람 자체도 문제지만, 6.13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당이 불미스러운 상황에 휩싸이는 것 자체가 굉장히 열받는 것"이라며 "평화적으로 올림픽도 끝나고 대북 특사까지 가고 당이 잘 하고 있는 마당에 왜 이런 일이.."라고 말 끝을 흐렸다.
또 다른 의원도 "추미애 대표가 제명을 잘했다"며 "입에 담기도 싫다"고 짧게 말했다.
한편 민주당 젠더폭력대책TF는 이날 오전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안 전 지사에 대해 형법과 성폭력특별법 등 관련법에 의한 엄중 처벌을 촉구하고 충남도청 내 또 다른 피해에 대한 진상조사도 이뤄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민주당은 TF 명칭을 '젠더폭력대책위원회'로 격상하고, 성폭력 관련 제보를 집중 처리하기로 했다.
남인순 젠더폭력대책TF 의원은 "국회 안에서 나오고 있는 '미투'에 대해서도 당 차원의 성폭력 범죄 신고상담센터를 설치해 상담과 조사를 신속히 진행하겠다"면서 "국회 내 독립기구인 인권센터를 조속히 설치해 외부 젠더 전문가들이 상담과 교육, 예방업무 등을 수행할 수 있도록 협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조정한 기자 (giveit9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