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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호의 4차혁명 오딧세이] "영미~"에서 배우는 4차 산업혁명 성공 조건

기사입력 : 2018년03월20일 15:40

최종수정 : 2018년03월20일 15:40

남들이 알아주지 않을 때 컬링 경기장 만들고 육성
4차 산업혁명 성공하려면 남들이 가지 않는 길 가야

"영미~"가 감동을 주는 이유 : 팀워크, 열정

최근 필자는 평창 겨울 올림픽 이후 식사 자리에서 건배를 제의할 때 "영미~"를 외치곤 한다. 그러면 다른 참가자들도 "영미~"를 따라 외친다. 그러면 모든 참석자의 얼굴에 웃음 꽃이 슬며시 피어 오른다. 다 같이 평창 겨울 올림픽의 컬링 경기의 '영미 스토리'를 떠올리면서 다시 한번 감동하고 행복해 한다.

지난 2월 25일 강원도 강릉 컬링센터에서 컬링 은메달을 획득한 김은정, 김경애, 김선영, 김영미, 김초희(왼쪽부터)가 시상대에 오르고 있다. /2018평창사진공동취재단

컬링 한국 대표팀의 '영미'가 감동을 주는 데는 여러 가지 요소가 있다.

먼저 컬링 게임 자체가 재미있다. 경기의 규칙과 전략을 이해하면서 더 빨려 들어간다. 컬링은 영국 스코틀랜드 지방에서 얼음이 얼면 돌덩이를 굴려 즐기던 놀이가 발전해서 시작했다고 한다. 이것이 캐나다로 이주한 스코틀랜드 출신 이민자들에 의해서 스포츠 경기가 됐다. 그리고 1924년 동계 올림픽 샤모니 대회에서 처음으로 컬링 경기가 시행됐고, 마침내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1909년 캐나다 온타리오에서 열린 컬링 모습. 출처: 나무위키.

다음으로는 이들의 팀워크가 아름답다. 김영미, 김은정, 김경애, 김선영 선수는 모두 경상북도 의성에 위치한 의성여중과 의성여고 출신이다.

주장인 안경 선배로 불리는 김은정은 영미의 친구이고, 서드 김경애는 영미의 동생이다. 세컨드 김선영은 영미 동생의 친구이고, 후보 김초희는 영미의 서울 출신 후배다. 이른바 학연 지연으로 맺어진 '착한 인맥'이다. 바로 이들이 '마늘 소녀들'(Garlic girls)이다. 오랜 기간 어려운 시절을 같이 보낸 변함없는 우정이 눈빛에 넘쳐 보인다.

더 마음을 울리는 것은 이들이 집에서는 엄마 아빠 일을 돕는 효녀라는 점이다. 이처럼 지방의 작은 소도시 지역 출신의 소녀들이 기적을 만들었다. 이들은 힘을 같이 모아 10년을 같이 하면서 노력했다. 중간에 좌절도 겪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안경 선배가 외친 "영미~"라는 외침 속에, 그리고 그 표정 속에 열정과 절박함, 집념을 볼 수 있었다. 뭐니 뭐니 해도 그 결과가 해피 엔딩이다. 일본과의 준결승에서 승리한 바로 그 직후 선수들이 빗자루를 하늘 높이 힘껏 쳐드는 바로 장면은 필자가 가장 손에 꼽는 겨울 올림픽 순간이다.

숨어있는 가치 발견에서 시작된 한국 컬링 

이렇게 마늘 소녀 컬링 팀이 우리에게 큰 감동을 주고, 성공할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는 경북 의성에서 오래 전에 남들이 미처 알아봐 주지 않던 컬링 경기의 가치를 알아보고, 그 컬링 경기장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그 때 그들은 그 맑고 씩씩한 영미 소녀들을 만났다. 그리고 그 마늘 소녀들이 오랫동안 마음껏 뛰놀 수 있게 해줬다. 우리 사회에서 미래 4차 산업혁명을 이끌고, 구글 또는 아마존과 같은 세계적인 벤처 기업을 만들고 육성시킬 인재들은 아마 이들 마늘 소녀와 같은 성장의 길을 걸을 것으로 예측한다.

4차 산업혁명에서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과 더불어 이제 새로 암호 화폐, 블록체인 기술들이 핵심으로 등장하고 있다. 이와 같은 디지털 지능혁명이 가져올 미래를 예측하기 쉽지 않다. 

4차 산업혁명 성공하려면 남들이 가지 않는 길 가야  

예측이 어렵고 그래서 탐험가처럼 미지의 세계를 개척해서 만들어 가는 것이 4차 산업혁명의 모습이다. 이러한 불확실성이 핵심인 4차 산업혁명의 미래는 안전하고 확실한 길만 추구하는 젊은이에게는 기회로 다가 오지 않는다. 법학 대학원으로 진학하고, 의대 입시에 매달리고, 혹은 공무원 시험 준비하는 젊은이들에게서 구글이나 아마존 같은 기업이 나올 수 없다. 그들에게서 블록체인과 같은 분산 공유 개념이 만들어 질 수도 없고,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에 대한 발상도 불가능하다.

영미 친구들처럼 지금 어느 알려지지 않은 구석에서 미지의 4차 산업혁명을 개척하기 위해 새로운 분야를 발상하고, 동료들과 팀워크로 뭉치고, 그리고 열정을 가진 젊은이들이 등장하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이러한 친구들이 맘껏 뛰어 놀 운동장과 경기장을 마련하는 것이 정부와 우리의 역할이다. 그들을 격려하고, 놀게 하고, 즐기게 하고, 최소한의 룰을 만들어 주자. 강남 대치동과 노량진 거리처럼 학원들이 빽빽한 거리에서 4차 산업혁명 “영미와 그 마늘 소녀”가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김정호 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공학과 교수]

김정호 카이스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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