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정치

속보

더보기

[박종인과 7분] 굿바이! MB

기사입력 : 2018년03월28일 10:05

최종수정 : 2018년03월28일 10:08

"월급쟁이 신화 주인공, '패가 망신' 본보기로"

 

  [뉴스핌=박종인 상무] “ㅇㅇ엄마는 좋겠어. 남편 잘 생겼지, 힘 좋지, 우리 동네 최고 신랑이야. 안 그래?”
“얼굴 잘 나고, 힘 좋으면 뭐하누. 애는 ‘주렁주렁’인데 벌이가 시원치 않으니…”
“그려, 남자는 능력이 있어야 해. 얼굴에서 돈이 나와, 쌀이 나와. 남자는 능력이야, 그래야 가족 고생 안시키지”

#'능력'과 '부수입'이 최고이던 시절

 동네 아주머니들의 남자 평가는 단호했다. 늘 ‘능력’이었다.
 내 친구 ㄱ의 아빠가 단연 ‘1등 남편’으로 꼽혔다. 매일 아침 지프차가 모셔가고 저녁에 모셔왔다. 칼날처럼 날선 군복에, 어깨엔 무궁화 두 개, 육군 중령. 헌병대에서 일하는데 아주 높은 자리라고 했다. 다들 쉬쉬하면서 ‘부수입’을 얘기했다. 반 옥타브 낮은 톤으로.

 어머니와 이모는 물론 동네 아주머니들의 남성 평가기준은 ‘능력’과 ‘부수입’이었는데, 그 상관관계를 당시 나는 100% 이해하지 못했다. 초등학교 3학년, 10살짜리 코흘리개가 이해하기에는 너무나 오묘한 세상이치였을 것이다.

 그래도 어렴풋이 뭔가 옳지 않다고 느꼈던 거 같다. 위인전에서 읽은 위인들이 몸으로 보여주는 가치와는 다르다고 직감했다. 음습한 냄새를 본능으로 맡은 것이다. 떳떳하다면 어른들이 쉬쉬하면서, 반 옥타브 낮은 톤으로 우리 어린이 눈치 봐가며 뒤에서 수군거리지 않았을 거 아닌가.

 가장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대목이 아버지에 대한 평가였다. 수학 교사였던 우리 아버지의 ‘능력’은 과외수업이었다. 두 칸 짜리 셋방에 중학교 형, 누나들이 몰려오면 우리 4남매는 꼼짝없이 뒷방으로 밀려났다. 수업이 끝날 때까지 숨죽이고 틀어박혀 있어야 했다. 말소리가 조금이라도 커지면 어김없이 어머니의 꿀밤이 떨어졌다.

그 시장에도 갑과 을이 엄존하였으니 어머니의 태도에서 과외 받는 형, 누나들이 갑이란 걸 알아챘다. 이런저런 불편은 있었으나 ‘과외’를 할 때의 아버지는 부수입이 짭짤한 ‘능력’ 있는 남편이었다. 그러나 그 능력이 오래가지는 못했다.

 그 지방도시에도 고교평준화란 ‘과외시장 한파’가 찾아왔고 매일 저녁 몰려오던 고교입시를 준비하던 형과 누나의 발길이 뚝 끊겼다. 급전직하, 시골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전쟁 통에 지방 사범학교를 근근이 졸업한 뒤 대가족을 이끌고 이 도시, 저 도시를 떠돌며 셋방을 전전했던 우리 집 가장은 ‘부수입’이 끊기자 박봉의 월급쟁이, 평범한 중학교 수학선생이란 본래의 자리로 되돌아온 것이다.

# 샐러리맨 신화와 패가망신 사이

바로 그 시절, 우리 가장과는 달리 ‘월급쟁이의 신화’를 새로 써가며 대한민국 넘버원 ‘능력남’(‘능력있는 남편’)으로 떠오르던 인물이 있었다.

 ‘대학 졸업 후 1965년 종업원이 100명도 되지 않던 ㅎ건설에 입사한 그는 입사 5년 만에 이사, 12년 만에, 만 35세 나이로 ㅎ건설의 최고경영자(CEO)에 오르며 1977년 ‘샐러리맨의 신화’가 되었다. 그 과정에서 ㅎ건설은 종업원 18만명의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했다. 특히 싱가포르 리콴유 총리, 말레이시아 마하티르 총리, 중국의 장쩌민 주석, 구소련의 고르바초프 서기장 등과 교류를 통해 한국의 대표적인 CEO로서 국제적인 감각을 폭넓게 익혀 왔으며, 세계에서 3번째로 긴 말레이시아 페낭대교(연륙교), 당시 최대 규모 역사(役事)였던 사우디아라비아의 주베일 산업항 건설 등 열사의 나라에서부터 동토의 시베리아까지 지구촌 곳곳을 누비며 세계가 인정하는 최고경영자로 자리매김 했다.’ (‘이명박 대통령기념재단’ 홈페이지에서 인용)

 ‘샐러리맨 신화’를 밑천삼아, ‘능력남’에 대한 국민적 열광을 토대로, 그는 서울시장이 되고, 대통령이 된다.

 그리고 세월이 더 흘러 그는 그 ‘능력’에 발목 잡혀 ‘패가망신’의 본보기로 전락하고 만다.
 (참고로 패가망신(敗家亡身)을 인터넷 사전에서 검색해보니 ‘집안을 망가뜨리고 자기 몸까지 망함’으로 풀어놓았다. 그 다음이 극적인데 ‘자수성가(自手成家)의 반대 뜻’이라고 적고 있다. 마치 일련의 사태를 예견한 듯 말이다.)

# 진정한 능력과 평범 지키기

돌이켜 보면, 그리고 좀 솔직해지면, 우리가 그를 대통령으로 선택한 결정적 이유가 바로 그 ‘능력’ 아니었을까. 아이들이 들을 새라 반 옥타브 낮은 톤으로 쉬쉬하며 얘기하던 ‘부수입’에 직결된 그 ‘능력’을 높이 평가한 것은 아닐까.

 깊이 반성한다. 한 때나마 ‘평범한 봉급쟁이’ ‘시골 중학교 수학선생’을 ‘무능력자’로 매도한 것을. ‘능력’ 또는 ‘수완’을 추종하며 어지러이 살아온 지금까지의 내 생에 대해서도.

 그리고 당당하게 아이들에게 말하고 싶다. 능력은 평범한 일상을 지켜나가는데 있다고. ‘포레스트 검프’의 ‘힘’을 믿으라고.

 [뉴스핌 Newspim] 박종인 상무(in@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김건희 문자 읽씹' 논란 한동훈 십자포화…전당대회 변수 될까 [서울=뉴스핌] 신정인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지낼 당시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문자를 무시했다는 '읽씹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 한 후보가 5일 "사적인 방식으로 공적이고 정무적인 논의를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냈으나 당대표 후보들은 해명 및 사과를 촉구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한동훈(왼쪽부터)-윤상현-원희룡-나경원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미래를 위한 약속, 공정 경선 서약식'에 참석해 있다. 2024.07.05 pangbin@newspim.com 김규완 CBS 논설실장은 전날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김 여사가 명품백 수수 문제로 당정이 갈등하던 1월 중순께 한 후보에게 '대국민 사과' 의향을 밝히는 문자를 보냈다고 주장했다. 김 실장이 취재 내용을 토대로 재구성했다며 공개한 문자에는 김 여사가 '제 문제로 물의를 일으켜 부담을 드려 송구하다. 당에서 필요하다면 대국민 사과를 포함해 어떤 처분도 받아들이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김 실장은 "김 여사가 (한 후보로부터 답변을 못 받자) 굉장히 모욕을 느꼈고, 윤 대통령까지 크게 격노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한 후보 캠프는 공식 입장을 통해 당시 문자를 받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CBS 라디오에서 방송한 '재구성'됐다는 문자 내용은 사실과 다름을 알려드린다"고 전했다. 한 후보 역시 5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문자) 내용이 조금 다르다"며 "집권당의 비상대책위원장과 영부인이 사적인 방식으로, 공적이고 정무적인 논의를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이어 "총선 기간 대통령실과 공적인 통로를 통해서 소통했고, 당시 국민 걱정을 덜기 위해서 어떤 방식으로든 사과가 필요하다는 의견 여러 차례 전달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당대표 선거 경쟁자인 나경원·원희룡·윤상현 후보는 일제히 한 후보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나 후보는 이날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 후보가 상당히 정치적으로 미숙한 판단을 했다고 보고, 결국 총선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이슈를 독단적으로 판단한 것"이라며 "이에 대해 충분히 사과하고 왜 이런 판단을 했는지 자세히 설명하는 것이 맞다"고 했다. 원 후보도 "영부인이 사과 이상의 조치도 당을 위해서, 국가를 위해서 하겠다는 것을 왜 독단적으로 뭉갰는지에 대해서 (한 후보의) 책임 있는 답변을 바라고 있다"며 "영부인의 사과 의사를 묵살하면서 결국 불리한 선거의 여건을 반전시키고 변곡점 만들 수 있는 결정적인 시기를 놓침으로써, 선거를 망치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됐다"고 지적했다. 윤 후보 역시 페이스북에 "이런 신뢰관계로 어떻게 여당의 당대표직을 수행할 수 있겠냐"며 "검사장 시절에는 검찰총장의 부인이던 김건희 여사와 332차례 카카오톡을 주고받은 것이 세간의 화제가 된 것을 생각하면 다소 난데없는 태세전환"이라고 했다.  allpass@newspim.com 2024-07-05 17:10
사진
美민주당 거액 기부자들도 바이든 보이콧...디즈니家 "후원 중단"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주 TV토론에서 고령 리스크가 불거진 이래 대선 후보직 사퇴 압박을 받는 가운데 민주당 거액 기부자들도 '바이든 보이콧'에 나서는 분위기다. 4일(현지시간) CNBC 방송에 따르면 영화감독 및 기획자이자 월트 디즈니 컴퍼니의 공동 창업자 로이 O. 디즈니의 손녀 아비게일 디즈니는 이날 방송에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직에서 사퇴할 때까지 민주당에 후원금 기부를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열린 첫 TV 대선 토론에서 민주당 후보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고개를 숙인 모습. [사진=로이터 뉴스핌] 2024.07.02 mj72284@newspim.com 그는 "나는 바이든 (후보직이) 대체될 때까지 당에 대한 모든 기부를 중단할 생각"이라며 "이것은 현실적인 선택이다. 바이든은 좋은 사람이고 국가를 훌륭하게 섬겼지만, 위험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바이든이 물러나지 않으면 민주당은 선거에서 패배할 것이다. 나는 이것을 절대적으로 확신한다"며 "패배에 대한 결과는 진정으로 끔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비게일 디즈니는 오랜 민주당 후원자다. 미 연방선거위원회에 제출된 자료에 따르면 그는 4월 제인 폰다 기후 정치활동위원회(PAC)에 5만 달러(약 6890만 원)를 기부했고, 이 중 3만 5000달러가 오는 11월 상·하원 선거에 출마하는 민주당 의원들 선거 자금으로 유입됐다. 디즈니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바이든을 대체하는 데 흠이 없는 대안 후보라며 "우리는 훌륭한 부통령을 두고 있다. 민주당이 그를 중심으로 뭉칠 방법을 찾는다면 우리는 이번 선거에서 큰 격차로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바이든 보이콧을 선언한 후원자는 디즈니뿐이 아니다. 기디언 스타인 모리아 펀드 회장도 계획했던 350만 달러 민주당 후원을 보류했으며, 실리콘밸리의 정신과 의사이자 자선사업가 칼라 저벳슨도 후원 일시 중단을 예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저벳슨은 미국 민주당 후원 '큰 손' 50인 안에 드는 인물로 미 정치자금 감시 단체 오픈시크릿츠에 따르면 그가 올해 민주당에 기부한 금액은 500만 달러가 넘는다. 올해 선거 캠페인 기간에만 20만 달러를 바이든 캠프 모금 조직인 '바이든 빅토리 펀드'에 후원했다. 2020년에는 3000만 달러를 기부하기도 했다. wonjc6@newspim.com  2024-07-05 10:11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