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지은 기자] 비록 아쉬운 부분도 있었겠지만, 첫 악역을 무리 없이 소화했다. 유라(26)가 걸그룹 걸스데이가 아닌, 이번 ‘라디오 로맨스’를 통해, 진태리라는 역할을 통해 어엿한 배우로 한 뼘 더 성장했다.
유라가 KBS 2TV 월화드라마 ‘라디오 로맨스’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지난 20일 종영한 이 작품은 대본이 있어야만 말할 수 있는 대본에 특화된 톱스타가 라디오 DJ가 되면서 벌어지는 휴먼 로맨스. 여기서 그는 아역 출신 20년 차 배우이자 20년 동안 여배우로 살면서 산전수전 공중전을 다 겪은 것 같은 애늙은이 진태리 역으로 분했다.
“첫 악역이라 긴장도 많이 했어요. 소리를 이렇게 질러 본 것도 처음이었고요. 하하. 저한테는 인상이 깊은 작품이에요. 극 중 태리는 어설픈 여우같은 느낌이었어요. 다른 작품에서 악역은 이미지가 확실하잖아요. 그런데 태리는 다르더라고요. 그래서 다른 캐릭터를 참고하지 않았어요. 그냥 태리에만 집중했죠.”
극 중 진태리는 악역이지만 마냥 미워할 수 없는 인물이다. 어딘가 짠하면서도 귀여운 구석이 있다. 유라 역시 이런 부분에서 경계선을 찾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이번 인물은 누구의 도움 없이, 스스로가 만든 인물이었다.
“다른 작품을 찍을 때는 연기 선생님에게 레슨을 받았는데, 이번에는 제 스스로 준비를 했어요. 독학을 한 거죠(웃음). 이번에는 발음이 꼬이는 한이 있더라도 이 역할에 집중을 해보고 싶었어요. 무지에서 시작을 하니까 현장 분위기를 제가 직접 느끼게 되고, 실제 상황처럼 연기가 나오더라고요. 처음에는 태리가 너무 밉게 나와서 힘들었는데, 후반부로 가면서 덜 얄밉게 그려져서 그래도 편안하게 했어요.”
어느 누가 자신의 연기에 만족할 수 있을까. 매번 촬영 때마다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유라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의 연기가 마음에 안 들어 재촬영을 하자고 할 만큼이었다. 그래도 스스로가 만족했던, 뿌듯했던 연기 장면은 있었다.
“과거 장면 중에, 엄마가 재혼을 한다고 말하고 차에서 오열하는 장면이 있었어요. 제가 사실 눈물이 정말 없는데,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눈물이 많아졌더라고요. 하하. 지금까지 눈물 흘리는 장면이 힘들었는데, 이번엔 태리한테 집중이 잘 됐는지 눈물이 멈추질 않더라고요. 정말 슬퍼서 울었어요. 대본만 봐도 슬펐어요. 감정이 확실히 예전보다 풍부해진 것 같아요(웃음).”
작품에서 연기 20년차 배우를 연기한 유라. 그는 실제로 자신의 20년 뒤를 상상하며 결혼과 육아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놨다.
“20년 뒤면 벌써 47살이에요. 일단 최선을 다해 아이를 키울 것 같아요. 두 명 정도 키울 것 같아요. 하하.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로망이 어릴 때부터 있었어요.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당분간은 아이한테 집중을 할 것 같아요. 아이가 어느 정도 크면 일도 병행하겠지만, 그때 가봐야 할 것 같네요. 일이 들어오면 하고, 안 들어오면 못하는 거죠. 하하.”
‘라디오 로맨스’는 유라에게 많은 부분을 배우게 한 작품이다. 그리고 가수 활동과 배우 활동에서의 교집합 부분을 찾아내기도 했다.
“무대 연기와 정극 연기가 비슷하다는 걸 이번에 알았어요. 연기도 끼를 부려야 하더라고요. 제가 맡은 캐릭터가 매력 있어 보이려면 끼를 발산해야 된다는 걸 느꼈어요. 지금까지 연기만 하기 바빠서 그런 생각을 못했는데, 여유가 생기니까 많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라디오 로맨스’를 통해 진짜 배운 점이 많아요. 현장에서 깨닫는 부분이 정말 컸어요.”
배우로서 유라의 강점은 무엇일까. 그가 설명하기론 지치지 않는 체력이 1순위였다. 그리고 많은 감정표현과 남들과 다른 리액션. 이 모든 것이 이번 작품에도 녹아났다.
“제가 리액션도 크고 감정표현도 많은데, 이런 부분이 연기에 도움이 될 때가 많더라고요. 아직까지 많이 부족하지만 에너지적인 면에서는 강점이 꽤 있는 것 같아요(웃음). 차기작에서는 저와 정반대인 차분한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정반대라서 연기가 더 잘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하고 싶은 역할은 많아요(웃음). 이번에 많은 시청자 분들이 태리를 사랑해주셨던 것처럼, 앞으로도 다양한 캐릭터를 보여드릴 수 있는 유라가 됐으면 좋겠어요.”
[뉴스핌 Newspim] 이지은 기자 (alice09@newspim.com)·사진=드림티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