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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용 대란' 돌파구 없는 환경부…진퇴양난에 현장만 맴돌기

기사입력 : 2018년04월05일 17:41

최종수정 : 2018년04월05일 17:49

플라스틱·비닐 무색으로?
실효성 의문·중소업체 반발 우려도
SRF 활용은 미세먼지 배출하고
EPR 지원금 조기지급은 조삼모사

[세종=뉴스핌 이고은 기자] ‘수도권 재활용 쓰레기 문제 대응방안’ 발표 일정이 돌연 취소되는 등 환경부가 진퇴양난에 빠졌다. 실효성 없는 ‘궁여지책’ 대책으로 이낙연 국무총리의 핀잔 대상으로 전락하는 등 앞뒤 어디로도 갈 곳이 없다. 환경부에는 봄이 왔지만 된서리만 가득하다는 평가다.

당장 문제를 풀어낼 실마리가 없는 상황에서 주민 불편만 더욱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정치권·총리까지 나서 확실한 대책을 주문했지만, ‘환경 무능의 극치’만 보이고 있어 '환무부'(환경무능부)라는 비아냥도 나온다.

정부로서는 폐스티로폼·폐비닐 등을 국내에서 재활용할 방법을 찾고 있다. 그러나 당장 폐비닐과 페트병 등 '처리거부 쓰레기'는 날마다 쏟아지며 '서울과 수도권이 쓰레기판'이 될 처지지만, 대책이라고는 '중장기 수립 과제'타령으로 일관해 환경부의 앞날이 봄안개 속에 파묻힌 처지다.

◆ 빨·주·노·초 등 색상비닐·스티로폼, 재활용 어려워

비닐·스티로폼·플라스틱류를 재활용하는 방법으로는 크게 물질재활용과 열에너지재활용이 있다. 그러나 두 방법 모두 넘어야 할 장애물은 만만치 않다.

환경부는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열에너지 재활용보다 물질재활용을 대책으로 삼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폐비닐·폐플라스틱의 물질재활용을 위해서는 이물질이 묻지 않거나 도색·인쇄 등을 통한 색상이 없어야한다.

환경부 관계자는 “색이 있는 플라스틱류는 물질재활용이 어려운 게 맞다”며 “그래서 일본은 페트병 등 플라스틱 제품에 대해 등급평가를 받은 후 기준에 따라 되도록 무색을 사용하도록 법에 규정돼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플라스틱과 비닐을 제조·생산하는 단계에서 물질 재활용을 고려해 ‘무색’ 제조·생산 유도를 검토 중이다. 이 관계자는 “물질재활용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플라스틱류에 색 사용을 줄이는 방안을 재활용 쓰레기 대책에 포함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유통·제조업체 등의 불만도 거셀 가능성이 높다. 특히 영세한 인쇄업자들의 반발이 클 수 있어 문재인 대통령의 ‘일자리정부’에도 치명타로 작용할 우려가 높다.

김은경 환경부 장관 <사진=뉴시스>

◆ 고형연료 활용?…미세먼지·지역사회 벽 높아

물질재활용보다 쉽고 즉각적으로 효과를 볼 수 있는 방법은 열에너지 재활용이다. 폐플라스틱과 폐비닐을 파쇄·압축해 고형연료(SRF)로 만든 후 열병합에너지 발전소를 통해 소각하는 방식이다.

국내 전문가들은 중국의 금수조치 못지않게 국내 SRF 수요 축소도 이번 폐비닐 수거거부 사태를 촉발하는데 일조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배재근 서울과학기술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는 “폐비닐 수거거부 사태는 중국의 금수조치도 영향을 미쳤지만, 정부가 규제정책을 바꿔 SRF제조·사용 시설로 폐비닐류가 들어가지 못해 일어난 사건이기도 하다”면서 “실제로 분리수거 현장을 가보면 물질재활용을 할 수 있는 깨끗한 폐비닐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더욱이 SRF 수요가 줄어든 요인에는 미세먼지 배출 주범으로 열병합발전소가 지목된 탓도 있다. 미세먼지 역시 환경부가 해결해야할 과제로 SRF 활용을 독려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재활용 쓰레기 처리를 위해 미세먼지를 외면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는 얘기다.

아울러 열병합발전소에서 흘러나오는 다이옥신 등 유해물질 배출 우려가 제기되는 등 추가 건설을 막는 지역사회의 반발도 거세다.

◆ 회수선별업체, 누적된 불만?…짬짜미 가능성도

‘폐비닐을 수거하지 않겠다’고 나선 재활용품 회수선별업체를 달랠 방법도 사실상 마땅치 않다. 회수선별업체들은 폐비닐 수거의 수익성 문제를 비롯해 그간 아파트 관리사무소와의 계약관계 등 누적된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아파트 측과의 불안정한 계약관계로 매년 입찰을 거쳐야하는 수거업체들로서는 계약 간의 불만도 높다. A수거업체는 “그동안 회수업체들이 쓰레기들을 잘 치워줘도 아파트 측에서 일년이 지나면 공개입찰을 붙인다. 입찰대금이 큰 곳으로 회수업체를 바꾸곤 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나 정부로서는 수거업체와 아파트 간 계약관계에 개입할 법적 근거가 없다. 정부가 나서 아파트와 수거업체간 재계약을 독려하는 수준 정도다. 재활용 선별업체들로서는 막힌 재활용 수출길과 고처리비용을 들어 폐비닐·스티로폼류를 받지 않다보니 ‘수도권 재활용 쓰레기 대란’이 터진 셈이다.

폐플라스틱 수거 중단을 놓고 경기지역 일부 재활용품 수거업체와 아파트 관리사무소 간 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5일 오후 경기도 군포의 한 아파트 단지에 아직 수거해 가지 않은 폐플라스틱이 쌓여 있다. /김학선 기자 yooksa@

지난 2일 정부는 수거를 거부할 경우 지자체가 직접 수거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바 있다. 현행법상 수거처리 업무는 지자체에서 맡게 돼 있다. 그러나 재활용품이 유가성인 관계로 민간이 주도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병화 환경부 자원순환정책과장 “기본적으로 법상에서는 지자체에 처리책임이 있는데 유상이다보니 민간으로 넘어갔다”며 “재활용품으로는 유가성이 있으니 팔건 팔고 처리할 것은 처리하는 식이 됐다”고 설명했다.

정부 한 관계자는 “급한 불을 먼저 끄는 것이 순서로 관련 대책보단 현장 긴급점검을 우선하고 있다”며 “전날 발표가 취소된 이유도 지난 2일 발표한 대책을 좀 더 구체화한 것으로 사전 보고 자리에서 이낙연 국무총리에게 혼쭐이 났다는 얘기를 들었다. 주민 불편 사항을 먼저로 보고 현장청취 중”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주민들의 불편을 최우선적으로 살피되, 재활용품 회수선별업체에 대한 담합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공정거래위원회에 문의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한편 환경부는 ‘궁여지책’으로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지원금을 재활용업체에 조기 지급토록 하는 안을 밝혔다. EPR이란 생산자에 재활용 비용을 분담금 형식으로 부담하게 하고, 이후 재활용업체에 지원금 형식으로 지급하는 제도를 말한다. 그러나 추후 지급될 지원금을 조기 지급하는 ‘조삼모사’식 대응이라는 지적이 많다.

[뉴스핌 Newspim] 이고은 기자 (goeu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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