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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피해자 처지서 성희롱 판단해야”..성희롱 재판기준 첫 제시

기사입력 : 2018년04월13일 09:35

최종수정 : 2018년04월13일 09:39

"성희롱 교수 해임 취소 2심 판결 다시 하라"...성인지 감수성 강조
성희롱 소송 심리· 증거판단 법리 제시한 첫 판결

[뉴스핌=김규희 기자] 대법원이 대학 소속 학과 학생들에게 성희롱했다는 사유로 해임당한 교수에게 내려진 처분이 적법하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아울러 ‘성인지 감수성’을 언급하며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자의 사정을 충분히 고려해 증거능력을 판단해야 한다는 기준을 새로이 제시했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뉴스핌 DB]

대법원 2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지방의 한 대학교수 A씨가 교원소청심사위원회를 상대로 낸 해임 결정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원고 패소 취지로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고 13일 밝혔다.

A씨는 소속학과 학생들에게 “뽀뽀해 주면 추천서를 만들어 주겠다”, “남자친구와 왜 사귀냐, 나랑 사귀자”며 학과 엠티(MT)에서 자는 여학생의 볼에 입을 맞추는 등 14건의 성희롱이 문제가 돼 2015년 4월 해임됐다.

이에 A씨는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해임처분 취소 심사를 청구했으나 “징계사유가 사실로 인정된다”며 기각 결정을 받았다.

A씨는 심사 결과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고 1심은 징계사유를 모두 사실로 인정하고 “해임처분 결정은 적법하다”면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2심 판단은 달랐다. 2심 법원은 피해 사실 자체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2심은 “피해자가 교수에 대한 익명 강의평가에서도 관련 언급이 없었고 다른 피해자가 권유하거나 부탁하지 않았다면 피해자가 과거의 행위를 비난하거나 신고하려는 의사가 있었는지 의심스럽다”고 판단했다.

이어 “평균적인 사람의 입장에서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는 정도에 이른 것이라 보기 어렵다”며 “징계사유가 모두 인정된다더라도 해임 처분은 A씨 행위의 비위 정도에 비춰 지나치게 무겁다”고 했다.

대법원은 다시 2심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2심에 대해 “피해자가 A씨의 수업을 들었던 점을 근거로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했다”며 “충분한 심리 끝에 내린 결론이라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들과 같은 처지에 있는 평균적인 사람의 입장에서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는 정도였는지를 기준으로 심리하고 판단했어야 옳았다”면서 “법원이 성희롱 관련 소송의 심리를 할 때 그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법원이 ‘2차 피해’에 대한 불안감이나 두려움 등 피해자의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성희롱 소송의 심리와 증거판단의 법리를 제시한 최초의 판결”이라며 “향후 모든 성희롱 관련 사건에 중요한 판단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규희 기자 (Q2kim@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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