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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얼쑤' 한국 고전 단편소설의 유쾌한 재탄생…웰메이드 창작극의 귀환

기사입력 : 2018년05월10일 19:33

최종수정 : 2018년05월10일 19:33

뮤지컬 '쿵짝'의 두 번째 시리즈
'메밀꽃 필 무렵' '봄봄' '고무신' 원작
6월 3일까지 대학로 자유극장에서 공연

뮤지컬 '얼쑤' 포스터 [사진=우컴퍼니]

[서울=뉴스핌] 황수정 기자 = 어린 시절 읽었던 단편 소설을 무대 위에서 즐길 수 있는 새로운 창작 뮤지컬 '얼쑤'가 관객과 만나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명작 단편 소설을 엮어 새롭게 만들어진 뮤지컬 '얼쑤'가 지난 3일 개막한 가운데, 10일 오후 대학로 자유극장에서 프레스콜이 진행돼 전막 시연과 함께 짧은 간담회가 진행됐다. 아시아문화원 공동제작 및 기획공연으로, 앞서 뮤지컬 '쿵짝'의 두 번째 시리즈다.

뮤지컬 '얼쑤'는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 김유정의 '봄 봄', 오영수의 '고무신'을 원작으로 각 작품의 시대에 맞는 민요와 한국 무용을 활용해 탄생됐다. 한국 문학 최고의 단편소설들을 수능 점수를 위한 청소년 필독서가 아닌 무대 위 배우들의 노래와 연기로 살아 움직이는 뮤지컬로 만날 수 있게 됐다.

우상욱 연출가는 "단편소설에 나오는 세 주인공의 첫사랑을 주제로 '인연'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사람의 인연이라는 것이 얼마나 신기하고 얼머나 오묘한지 이야기하고 싶었다"며 "한국 단편소설은 읽으면 읽을수록 참 좋다. 수능을 보기 위해 지루하고 재미없게 배우던 이야기에서 벗어나, 한국 문학이 재미있다는 걸 알리고 싶었다. 첫 작품 '쿵짝'이 기대 이상의 호평을 받아 '얼쑤'까지 만들게 됐다"고 작품을 만든 계기를 밝혔다.

우 연출은 세 작품에 대해 "개인적인 취향으로, 공연을 보고 가장 감동받고 기억에 남을 때는 '사랑' '웃음' '슬픔'이 있었다. '메밀꽃 필 무렵'이 사랑을, '봄 봄'이 웃음을, '고무신'이 슬픔을 표현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실 마지막에는 황순원의 '소나기'를 하고 싶었지만 원작자의 허락을 받지 못했다. 나중에는 황순원의 작품을 모아서도 해보고 싶다"고 귀띔했다.

작품은 판소리를 하는 유쾌한 당나귀 '판당'이 내레이터가 되어 극을 이끌어나간다. 첫 사랑에 대한 인간 내면의 심리를 때로는 유쾌한 목소리로, 때로는 아련한 눈물로 표현한다.

'판당' 역 중 한 명인 배우 박정은은 "요즘에는 나귀를 보기가 힘들지만, 원래는 사람과 가장 친숙한 동물이라고 하더라"며 "어떻게 말과 다르게 표현할까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 '슈렉'의 동키를 보며 표정 연구를 많이 했다. 또 직접 소리를 들으며 많이 연구했다"고 말했다. 이어 "소설 속에 나귀가 등장하기도 하고, 극 중 화자로 이야기도 해야 하는데, 여기에 판소리까지 해서 굉장히 힘들었다. 또 판당이 개개인이 두각되기 보다 세 명이 하나의 인물처럼 표현하기 위해 합이 굉장히 중요했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뮤지컬 '얼쑤' 공연 장면 [사진=우컴퍼니]

특히 무대 한 쪽에는 악사들이 위치해 실제로 국악이 라이브로 연주된다. 가야금, 피리, 장구, 태평소, 피아노 등을 통해 세 곡의 아리랑과 판소리와 민요, 창작곡들을 생생하고 아름다운 선율로 울려퍼진다.

박지만 음악감독은 "라이브 연주가 있는 뮤지컬을 보면 늘 선물을 받는 기분이었다. 이번 작품을 하며 무리수일 수도 있지만 라이브를 제안했는데 연출이 흔쾌히 수락했다"며 "작품이 따뜻하고 토박한 느낌이 있다. 어울리는 소리결을 찾기 위해 고민하다 가야금, 피리, 태평소 등을 사용했다. 또 고수가 함께 해 단순히 반주를 벗어나 이야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도 한다"고 소개했다.

우 연출은 "민요와 판소리를 하다보니 잘 모르는 분야라 음악감독과 회의를 많이 하고 고민을 많이 했다. 특히 '아리랑'이라는 한국의 대표적인 곡을 어떻게 잘 녹일지 고심했다. 모든 아리랑을 들어봤다"고 털어놨다.

첫 번째 시리즈였던 '쿵짝'은 2016년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시작됐다. 웰메이드 창작 뮤지컬로 떠오르며 관객에게 큰 사랑을 받았던 첫 작품과 마찬자기로, 두 번째인 '얼쑤' 역시 관객들에게 사랑 받을 이유가 충분하다.

배우 조현식은 "'쿵짝'과 '얼쑤'의 공통점은 배우들이 연기하다가 감동을 받을 정도로 원작의 힘이 크다. 앞서 '쿵짝'은 배우들이 상상하고 채워넣는 부분이 많았다면, '얼쑤'는 노래와 춤이 정말 좋다. 배우로서 흥미로웠고 욕심이 났다"며 두 작품의 매력을 어필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우 연출은 "사실 난독증이 있어서 서른 전에 장편소설을 읽지 못했다. 뒤늦게 한국 소설에 관심을 가져쓴데, 좋은 작품을 만들고 싶다"며 "'우컴퍼니'의 '우'에서 우리의 소리, 우리의 문학, 우리의 음악, 우리의 역사 등이 연관됐다. 이런 것들을 무대에 잘 펼쳐 알려주는 컴퍼니로 만들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뮤지컬 '얼쑤'는 오는 6월 3일까지 대학로 자유극장에서 공연된다. 

hsj1211@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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