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문화·연예 연극

속보

더보기

[컬처톡] 삶의 불가해가 주는 고통과 불행, 그리고 위로…연극 '공포'

기사입력 : 2018년05월12일 11:51

최종수정 : 2018년05월12일 11:51

제39회 서울연극제 공식 참가작 선정
안톤 체홉을 위한 오마주, 삶의 본질을 탐구한다
14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

연극 '공포' [사진=K아트플래닛]

[서울=뉴스핌] 황수정 기자 =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각각의 이유로 불행하다."(톨스토이)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만의 행복의 기준이 있고, 또 불행의 이유가 존재한다.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불행은 공포를 불러오고, 공포는 인간을 시나브로 잠식해 버린다. 그리고 이후의 선택은 개인마다 다를 수밖에.

제39회 서울연극제 공식 참가작으로 선정된 연극 '공포'(연출 박상현, 작가 고재귀)가 끊임없이 시험의 순간을 제공하는 인간의 삶을 차분하게 그려내며, 그 본질에 대해 질문하게 만들고 있다. 러시아 작가 안톤 체홉이 사할린 섬을 여행하고 돌아와 발표한 동명의 단편소설과 그의 사할린 경험을 합쳐 새롭게 창작한 작품이다. 소설 속 화자 '나'가 극 중 '안톤 체홉'으로 바뀌어 무대화됐다.

연극 '공포' [사진=K아트플래닛]

공연은 사할린 여행에서 돌아온 체홉이 농장을 경영하는 친구 실린의 집을 방문하며 시작된다. 친구는 없지만 그의 아내 마리가 체홉을 반갑게 맞이한다. 겉으로 보면 행복해 보일 이 가정은, 끊임없는 불평과 우울한 기운이 가득하다. 여기에 조시마 신부가 찾아와 음주벽으로 쫓겨났던 하인 가브릴라를 다시 맡아달라 부탁하고, 쫓겨났던 또다른 하인 까짜를 실린이 데려오면서 집안은 더욱 냉담한 분위기만 가득하다.

이들은 각자의 이유로 불행하다. 마리는 시골 생활에 염증을 내고, 실린은 예측 불가능한 삶에 공포를 느낀다. 까짜는 동정심 때문에 자신의 삶까지 버려야 했고, 가브릴라는 자신 때문에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맞이한다. 얽히고설킨 이들의 관계를, 가늠할 수 없는 이들의 고통을 옆에서 지켜보는 이가 바로 체홉. 그 또한 마리와 이룰 수 없는 사랑을 하면서 불행의 일부가 된다.

그러나 극 중 인물들이 삶을 대하는 방식은 제각기 다르다. "유령도 무섭지만 현실도 무섭다"는 실린은 산다는 것 자체에 공포를 느끼지만, 가브릴라는 산다는 것이 의지임을 안다. 또 누군가는 스스로를 놓아버리고, 누군가는 마음을 잃어버린다. 시간이 흐르면서 변화하는 이들의 삶의 방식과 행태를 보고 있자면, 스스로의 삶에 대해 반추할 수밖에 없다.

연극 '공포' [사진=K아트플래닛]

작품은 가난한 자에게 보이는 동정심, 욕망에 흔들리지 않으려 하지만 고통 받는 연약함, 진실을 드러내지 못하는 나약함 등 다양한 인간상을 담는다. 이는 각종 혐오와 불안증세와 흔해진 현재의 우리들에게도 충분히 찾아볼 수 있다. 시공간이 다름에도 삶이 주는 공포, 공포가 주는 고통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기에 관객들은 작품에 쉽게 빠져든다. 그리고 오히려 위로를 받는다.

러시아의 겨울을 전달하는 황량한 자작나무와, 어딘가 차갑고 정적인 실내를 함께 표현한 무대는 극의 분위기를 더욱 쓸쓸하게 만든다. 배우 이상홍(체홉 역), 이동연(실린 역), 김수안(마리 역), 김은석(조시마 신부 역), 신재환(가브릴라 역), 박하늘(까짜 역), 홍정혜(빠샤 역), 김동휘(요제프 신부 역)의 열연은 말할 필요도 없다.

안톤 체홉을 위한 오마주, 연극 '공포'는 오는 13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hsj1211@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美, 인텔 이어 삼성도 지분 내놔라?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반도체법(CHIPS Act)상 보조금을 활용해 인텔 지분 확보를 추진 중인 가운데, 삼성전자와 대만 TSMC 등 다른 반도체 기업에도 같은 방식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로이터 통신이 두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은 삼성전자, 마이크론, TSMC 등 미국 내 공장 건설과 투자를 진행 중인 반도체 기업들을 상대로, 조 바이든 전임 행정부 시절 약속된 정부 보조금 제공과 맞바꿔 지분을 확보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현실화하면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 파장이 불가피하다. 미국 정부에 지분을 넘기고 싶지 않다면 보조금을 포기해야 할 수 있는데 이 경우 기업들의 순익 전망과 투자 계획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미국의 산업정책이 정권에 따라 오락가락한다는 업계의 불만과 비난 또한 커질 수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성격상 귀담아 들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러트닉 장관은 CNBC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거래에서 실질적 이익을 얻어야 한다고 본다"며 "왜 1천억 달러 규모의 기업에 돈을 줘야 하는가. 우리는 약속한 보조금을 지급하되, 그 대가로 지분을 받아 미국 납세자들에게 혜택을 돌릴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인텔 지분 10%를 확보할 경우 최대 주주가 될 수 있지만, 러트닉 장관은 "경영권에 개입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조치는 전례가 없는 것이며, "이는 대기업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 확대라는 새로운 시대를 열게 될 것"이란 진단이다.  로이터는 "마이크론은 인텔에 이어 반도체법 보조금을 가장 많이 받는 미국 기업이며, 삼성전자와 TSMC 역시 주요 수혜 대상"이라며 "이번 검토는 미국 정부가 반도체 산업에 대한 직접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6월에도 비슷한 조치가 있었는데, 트럼프 정부는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승인 조건으로 '황금주(golden share)'를 확보해 주요 경영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 건설 현장. [사진=삼성전자] wonjc6@newspim.com   2025-08-20 08:31
사진
"10개 석화기업 NCC 370만톤 감축" [세종 = 뉴스핌] 김범주 기자 =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일 위기에 처한 석유화학 업계에 대해 강도 높은 '자구노력'을 요구했다. 업계가 제출한 계획에 대한 진정성 여부를 판단한 후 금융, 세제 등 종합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방침도 공개했다. 구 부총리는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산경장)를 주재하고, 10개 석유화학 기업과 사업재편 협약을 체결했다. 이재명 정부의 첫 산경장이다. 이번 협약은 최대 370만톤 규모의 설비(NCC) 감축을 목표로 연말까지 각 사별로 구체적 사업 재편 계획을 제출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협약식에는 LG화학, 롯데케미칼, SK지오센트릭, 한화토탈, 대한유화, 한화솔루션, DL케미칼, GS칼텍스, HD현대케미칼, S-OIL 등 10개사가 참석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정부 경제성장전략 당정협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5.08.20 pangbin@newspim.com 구 총리는 "중국·중동 등 글로벌 공급과잉이 예고됐는데도 국내 석화 업계는 과거 호황에 취해 오히려 설비를 증설했다"며 "고부가 전환까지 실기하며 큰 어려움에 직면했다"고 질타했다. 이어 "이제 첫걸음을 뗀 것일 뿐 갈 길이 멀다"며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예고했다. 구 부총리는 "기업과 대주주가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바탕으로 구속력 있는 사업 재편·경쟁력 강화 계획을 빠르게 제시해야 한다"며 "당장 '다음 달'이라도 계획을 제출하겠다는 각오로 속도감 있게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석유화학 업계가 정부에 제출한 계획이 진정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규제완화, 금융, 세제 등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구 부총리는 "사업 재편을 미루거나, 무임승차하려는 기업에 대해서는 정부 지원 대상에서 배제하는 등 단호히 대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과거 뼈를 깎는 구조조정 과정을 거쳤지만, 현재 활황을 보이는 조선업은 '좋은 선례'라고 소개했다. 그는 "조선업은 과거 고강도 자구 노력이 열매를 맺어 세계 1위로 재도약하고, 최근 한-미 관세협상에도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며 "조선업의 발자취를 따라간다면 석유화학산업도 화려하게 재도약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wideopen@newspim.com 2025-08-20 13:15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