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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항겪는 '드루킹 수사' 어디까지 왔나...대선 전 댓글작업 정황 확인

기사입력 : 2018년05월14일 10:54

최종수정 : 2018년05월14일 11:01

올 1월19일 수사의뢰 후 4개월만 중대 변곡점 맞아
수사 한달만 추가 혐의 조작댓글 수 1만배 증가...부실·늑장수사 자초
경찰, 이러지도 저러지도…결국 특검이 답?

[서울=뉴스핌] 윤용민 기자 = 드루킹 김모(49·구속기소)씨 일당의 네이버 댓글조작 사건 수사가 오는 19일로 만 4개월로 접어든다.

14일 경찰, 사정당국 등에 따르면 그간 조사 결과에서 드루킹 김씨 일당의 대대적인 여론조작 혐의가 추가로 드러나며 향후 수사와 사법처리 방향에 관심이 쏠린다.

친문 핵심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경남지사 예비후보 연루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가 제자리걸음을 하며 진척 없이 표류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댓글 여론 조작 혐의로 구속 기소된 '드루킹' 김모씨가 조사를 위해 지난 11일 오전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로 압송되고 있는 모습. 2018.05.11 leehs@newspim.com

◆난항겪는 경찰 수사…댓글조작은 대선 전?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경찰청은 지난 11일과 12일 이틀에 걸쳐 수감 중인 드루킹 김씨를 강제 소환해 조사를 벌였다. 불법 댓글조작이 지난 19대 대선 전에도 있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드루킹에 이어 구속된 핵심 공범 박모(31·필명 서유기)씨가 경찰 조사에서 "대선 전부터 매크로(자동 반복 프로그램)를 이용해 댓글 순위를 조작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는 일보 보도에 대해 공식적으로 부인했다.

하지만 이미 드루킹 일당이 대선 전에도 댓글 작업을 했다는 정황은 어느 정도 확인된 상태다.

드루킹의 최측근인 '초뽀' 김모씨의 주거지에서 인터넷 기사주소(URL) 9만여 건이 들어 있는 보안 이동식저장장치(USB)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해당 USB에는 2016년 10월부터 올 3월까지 인터넷에 게재된 기사 URL과 '킹크랩 사용 지침'이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킹크랩은 드루킹 일당이 자체적으로 구축한 매크로 서버로, 일반 매크로 프로그램보다 광범위한 댓글 조작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증거인멸을 우려하고 있다.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위해선 킹크랩 서버를 확인해야 하는데, 서버가 미국에 있어 자료를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설사 확보한다 하더라도 수사가 지연되는 동안 자료가 삭제될 경우 기술적으로 복구가 어렵다.

게다가 보존 기한만료에 따라 김 예비후보의 대선 전 통신 기록마저 사라진 상태다. 김 예비후보와 드루킹 간 관계 규명을 위한 핵심 증거가 날아갔다는 얘기다.

서울경찰청 전경 /윤용민 기자 nowym@

◆서서히 드러나는 댓글조작 실체, 부실·늑장수사?

경찰은 지난 7일 "드루킹 일당이 올해 1월 17~18일 이틀간 매크로(동일 작업 반복 프로그램) 작업을 통해 기사 676건에 달린 댓글 2만여 건에 부정 클릭 활동을 벌인 것을 추가로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애초 경찰은 지난 3월 말 이 사건을 검찰로 넘기며 드루킹이 평창 동계올림픽 남북 단일팀 관련 기사 1건에 댓글 2개를 조작했다고 밝힌 바 있다. 수치로만 보면 기사 수는 676배, 댓글 수는 1만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부실·늑장수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이유다.

현재까지도 드루킹 일당은 지난 3월 경찰이 발표한 혐의로만 재판을 받고 있다.

여기에 핵심 관련자인 김 예비후보를 상대로 압수수색도 없이 지난 4일 '참고인'으로 소환 조사하며, 과연 경찰이 사건 실체를 밝히려는 의지가 있느냐는 회의론도 쏟아졌다. 23시간이 넘는 고강도 조사를 했다는 자평이 흘러나왔지만, 막상 내용은 없는 면피용 수사에 그쳤다는 지적이다.

당시 김 예비후보는 경찰 조사에서 "2016년 6월쯤 의원회관에서 처음으로 드루킹을 만난 이후 7, 8회가량 만난 것으로 기억한다"며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역시 다른 문팬 모임과 다름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선 기간이 포함된 2016년 11월부터 약 1년간 기사 URL 10개를 전송한 부분에 대해서도 "다른 사람들에게도 보냈다. 정치인이라면 누구나 그렇게 한다"며 드루킹과의 커넥션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으로 출석하여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모습. 2018.05.04 kilroy023@newspim.com

◆핵심은 커넥션 의혹…결국은 특검으로?

이 사건 핵심은 역시 김 예비후보가 드루킹 일당의 불법 행위를 인지했는지와 양측 간 대가성이 담긴 금전이 오갔는지 여부다.

만약 드루킹이 김 예비후보에게 직접적인 지시나 돈을 받은 사실이 밝혀진다면 양쪽 모두 사법처리를 피하기 어렵다.

게다가 초뽀의 USB에 경공모(경제적공진화모임) 회원 200여명이 김 예비후보에게 후원금 2700만원을 모금해 건넨 기록까지 나오며 조만간 김 예비후보를 재소환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른 한편으로 무리한 수사를 자제하려는 경찰 내부의 기류도 읽힌다. 선거를 앞둔 예민한 시기인 데다 이 사건의 폭발성을 감안할 때 결국 특검으로 갈 것이란 전망에 더욱 무게가 실리고 있는 탓이다.

섣불리 나서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다는 정무적 판단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수많은 민생법안과 추경안, 남북 정상회담 비준안 처리 등 산적한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특검을 무한정 거부하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nowym@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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