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계관 발언...북미협상 막판 긴장감 불어넣어
정상회담 판 깨지 않고 '동등한 협상국 지위' 요구
"일방적 비핵화 거부, 핵 보유국 인정받겠다" 의도
[서울=뉴스핌] 채송무노민호 기자 = 북한이 남북고위급회담을 무기한 연기하고,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의 '북미정상회담 재고' 발언으로 순조롭게 진행되던 비핵화 협상에 '급브레이크'가 걸렸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두번째 방북 이후 북미정상회담에서 북한이 미국의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를 받아들일 것이라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제기되던 상황에서다. 북미 양쪽 모두 협상에 만족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비핵화 방안과 북한의 체제안전 보장책이 합의됐을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졌다.
그러나 김 제1부상의 긴급담화 이후 북미정상회담을 채 한 달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핵심 의제인 비핵화 방안에 대해 북미가 상당한 이견을 갖고 있음이 확인됐다. 이에 따라 앞으로 3주 정도 남은 정상회담에 앞서 북미 간 치열한 물밑 협상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당연히 미 백악관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 서둘러 진화에 나서는 모습이다.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1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것(리비아 모델)이 협상의 일부분인지 알지 못한다"면서 "그것이 우리가 이용하려고 하는 모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샌더스 대변인은 또 "북핵 협상은 리비아식 모델이 아니라 트럼프식 모델"이라며 "이것(비핵화 해법)이 작동되는 방식에 아직 정해진 틀은 없다"고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면서, 김 제1부상이 언급한 발언의 진의를 놓고 외교가의 해석이 분분하다. 과연 북한의 노림수는 무엇인지, 3가지 의문을 짚어봤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좌)과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국무위원장(우) [사진=로이터 뉴스핌] |
① 北, 비핵화 거부 아닌 '일방적' 비핵화는 안된다는데...'판 깨지 않고 동등한 지위' 요구
북한은 김 제1부상의 담화를 통해 북미정상회담의 판을 깨지 않으면서 향후 협상에서 주도권을 잡으려는 의도를 분명히 했다.
김 제1부상은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조선반도의 정세 완화를 주동하고 훌륭한 미래를 건설하기 위한 큰 걸음이 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또한 트럼프 미 행정부의 가장 대표적인 강경론자인 존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공격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서는 비판을 자제해 북미정상회담 자체를 훼손하지는 않았다.
대신 김 제1부상은 미국에 의한 일방적 비핵화를 강하게 거부했다. 김 제1부상은 “일방적인 핵포기만을 강요하려든다면 우리는 그러한 대화에 더는 흥미를 가지지 않을 것”이라며 “다가오는 북미정상회담에 응할지를 재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② "리비아·이라크 등과 비교 말라" 언급한 속내는..."핵보유국 인정해달라" 의도
북한의 '비핵화'에 대해서는 부인하지 않았다. 하지만 일방적인 비핵화 방식을 받아들였다가 정권이 몰락한 리비아, 이라크와 북한의 입장이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세계는 우리나라가 처참한 말로를 걸은 리비아나 이라크가 아니라는데 대해 너무도 잘 알고 있다”며 “핵개발 초기단계에 있었던 리비아를 핵보유국인 우리 국가와 대비하는 것 자체가 아둔하기 짝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미 핵무력의 완성을 선언한 이상 핵보유국으로서 미국과 대등한 위치의 협상에 나서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사진=조선중앙TV/뉴시스> |
③ "경제보상 거래, 절대로 안한다"...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 '시그널'일 수도..
임재천 고려대 교수 "북미 협상과정에서 반대급부 얻는 단계적 접근 고려했을 것"
김 제1부상은 비핵화에 따른 경제적 보상에 대해서도 "앞으로 그런 거래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북미정상회담 테이블에 올려질 북한의 체제보장 대책과 대북제재 해제 등 경제적 보상책이 무관하지 않음에도 불구, 이 같은 주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일각에선 미국이 주장하는 '선(先)비핵화, 후(後)보상'이 아닌 '단계적 동시적 방법'을 주장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임재천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실무차원에서 구체적인 이야기가 나오면서 기본적으로 밀리지 않겠다는 뜻이 큰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이 계속 공세적으로 나오는 가운데, 북한은 일단 핵에 초점을 맞추면서 조금 더 빨리 반대급부를 받고 싶어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임 교수는 "자기들은 이미 '핵보유국'이고 카드도 많은데 그런 식으로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이 말은 협상 과정에서 반대급부를 받는 단계적 접근법과 관련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조진구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조교수는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으로 큰 줄기의 협상은 끝났지만 아직도 물밑 협상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좀 더 북한 쪽에 가깝게 가져가려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dedanh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