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이탈리아 반(反)체제 정당 '오성운동'과 극우 정당 '동맹'이 세르지오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의 연립내각 승인을 31일(현지시간) 얻어냈다. 이에 따라 새 정부 출범에 의회의 신임 투표만 남겨두게 됐다. 지난 약 3개월 동안의 이탈리아 정치 혼란으로 촉발됐던 금융 시장 불안감은 한층 누그러질 전망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날 저녁 주세페 콘테 총리 지명자는 로마 퀴리날레궁에서 마타렐라 대통령에게 각료 명단을 제출했다. 양당 주요 직책에 있는 학자와 정치인들이 명단에 포함됐다. 마타렐라 대통령은 이같은 인선안을 수락했고 이에 따라 새 내각은 1일 오후에 선서를 실시한다. 유로존 3위 경제 대국에서의 반유럽연합(EU)과 반난민 정서의 색채를 띤 포퓰리스트 정부 출범이 임박한 셈이다.
세르지오 마타렐라 대통령(우), 주세페 콘테 총리 지명자 (좌) [사진= 로이터 뉴스핌] |
지난 3월 4일 총선 이후 이탈리아는 정부 구성을 못해 다시 총선을 치를 위기에 몰렸었다. 오성운동과 동맹 등 EU에 비판적인 입장을 가진 정당이 반 EU성향의 장관을 임명하는 문제를 두고 세르조 마타넬라 이탈리아 대통령과 충돌하면서다. 하지만 연정 구성 논의를 중단했던 양당 지도부는 논의를 재개, 정부 구성의 불씨를 살렸다.
토르 베르가타 대학교의 정치 경제학 교수 조반니 트리아가 재정경제 장관이 될 전망이다. 반유로 성향을 가져 마타렐라 대통령에 의해 재정경제 장관직이 거절됐던 파올로 사보나는 유럽연합(EU) 담당 장관이 될 예정이다. 마리오 몬티 전 총리의 보좌관인 엔조 모아베로 밀라네시는 외무장관이 된다.
오성운동 대표 루이지 디 마이오는 부총리와 노동·경제개발 장관을 겸임한다. 무역정책도 담당한다. 마테오 살비니 동맹 당수는 내무장관을 맡아 이민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FT는 전했다.
루이지 디 마이오 오성운동 대표는 페이스북에 "모두에게 고맙다. 변화의 정부는 현실"이라며 이탈리아인의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해 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중도 좌파 민주당의 마우리지오 마르티나 대표 대행은 "동맹-오성운동 정부는 포퓰리스트이자 이탈리아에 위험한 정견을 가진 우파 (정부)"라며 "극단주의와 반유럽주의, 불평등이 혼합됐다"고 비판했다.
이제 정부 출범의 마지막 허들은 다음 주 의회의 신임 투표다. 지난 3월 총선에서 오성운동과 동맹은 경제 둔화와 이민 위기, 기성 정치 세력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의 바람을 타고 각각 33%, 17%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양당은 의회서 가까스로 과반을 차지하고 있다.
향후 이탈리아와 유럽연합 간 충돌이 예상된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회 위원장은 이탈리아는 "더 많은 노력과, 덜한 부패, 진지함"이 필요하다"며 "우리는 항상 그랬듯이 그들을 도울 것이다. 하지만 EU에 책임을 지우는 게임은 하지말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안토니오 타야니 유럽의회 의장은 융커 위원장의 발언을 비판했다고 FT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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