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성 규모 역대 최대…상부 폭 20~40m 추정
파수부완·붉은색 연질토기 등도 발견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경남 함안에서 아라가야 왕성의 실체가 처음 확인됐다.
문화재청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소장 김삼기)는 지난달부터 경남 함안군 가야리 289번지 일원에 대한 발굴조사를 펼쳤다. 그 결과 △대규모 토목공사로 축조된 토성과 목책(울타리) 시설 △특수한 목적으로 사용됐을거로 추정되는 건물터 △5세기 중반~6세기 중반의 각종 토기 조각들을 찾아내면서 그동안 문헌이나 구전으로만 전해오던 아라가야(阿羅加耶) 왕성의 실체가 드러났다.
발굴조사지역 전경 [사진=문화재청] |
이번 발굴조사서 확인된 토성은 가야권역에서 발견된 같은 시기 유적과 비교할 때 그간 발견된 사례가 없는 축조기법과 규모를 보인다. 흙을 쌓는 과정에서 성벽이 밀리지 않도록 축조 공정마다 나무기둥을 설치했고 판축 과정에서 흙을 쌓아 다지는 등 매우 정교한 기법을 사용했다. 성벽 상부에는 2열의 나무기둥이 확인됐는데 벙어시설인 목책으로 추정된다.
토성의 규모는 현재 조사구역(2필지, 약 1300㎡) 내에 한정 짓는다면, 전체 높이는 9.5m, 상부 폭은 20~40m 내외이며 규모로 치면 동시기 가야권역에서 유래 없는 대규모다.
토성 내부에서는 방어시설인 목책과 함께 건물터, 구덩이 등이 같이 발견됐다. 정확한 규모와 형태를 추정하기 어려우나 고상건물지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구덩이 안에는 부뚜막으로 추정되는 시설이 있고 주로 고분 등 의례 공간에서 나오는 통형기대(원통 모양 그릇받침)가 출토돼 특수한 목적으로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파수부완(손잡이 달린 완), 붉은색 연질토기 등이 구덩이에서 나왔고, 이 유물들은 건물터 내에서도 발견됐다.
출토유물 [사진=문화재청] |
토기 조각들은 대체로 5세기 중반~6세기 중반의 유물이다. 이 시기는 아라가야 세력이 대형 고총고분을 조성하고 대내외적으로 활발하게 교섭을 전개했던 전성기에 해당한다.
아라가야는 문헌 기록을 볼 때 가야 전·후기를 거쳐 금관가야, 대가야와 함께 가야의 중심세력을 이루었고 6세기에는 신라, 백제, 왜와 국제회의를 개최하는 등 한국 고대사의 주역을 담당했다.
그간 함안군 가야리 일대는 1587년 제작된 조선시대 읍지(邑誌, 한 고을의 연혁과 지리‧인물‧생활‧문화‧풍물 등을 기록한 책) '함주지(咸州誌)'와 일제강점기의 고적조사보고서에서 아라가야의 왕궁지로 추정돼 왔다. 또한 이곳은 '남문외고분군' '선왕고분군' '신읍' 등 왕궁과 관련한 지명도 남아있어 아라가야의 왕궁지로 추정됐으나 최근까지 실질적인 발굴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그 실체를 밝힐 수 없었다. 이번에 토성과 목책, 건물터 등 왕성과 관련한 시설을 확인하면서 전성기 아라가야 최고 지배층의 실체에 다가서는 성과를 거뒀다.
발굴현장 일반 공개설명회는 오는 11일 오후 3시 개최한다. 국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자세한 사항은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에 문의하면 된다.
89hk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