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력 근무, 일선 매장 영업시간 조정 등 적극적 행보
[서울=뉴스핌] 박준호 기자 = 유통업계가 7월부터 시행되는 ‘주 52시간 근무제’를 앞두고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특히 근로시간 단축이라는 사회적 흐름과 맞물려 업무·비용 효율화 작업도 함께 꾀하는 모습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52시간(법정근로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으로 단축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오는 7월부터 본격 시행된다.
대부분의 유통업체들은 기존에도 주당 최대 근로시간이 52시간을 넘지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정부의 정책 기조에 맞춰 근로시간을 과감하게 단축하거나 일선 매장의 영업시간을 조정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서울 시내에 위치한 한 사무실에서 직원들이 근무를 하고 있다. <사진=이형석 기자> |
특히 이참에 업무 효율화를 통해 불필요한 업무 관행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도 엿보인다. 국내 대기업 최초로 ‘주 35시간 근무제’를 선제 도입한 신세계그룹은 효율적인 업무 시스템을 만드는데 주력하고 있다.
◆ '주 35시간' 실험 신세계 "하루 2회 집중근무, PC셧다운"
이를 위해 신세계 계열사들은 오전 10시~11시30분, 오후 2시~4시 하루 두 차례 집중근무제를 도입했다. 해당 시간에는 흡연실도 폐쇄한다. 오후 5시30분 이후에는 PC 셧 다운제를 시행해 업무 집중도를 최대한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임원회의를 비롯해 팀별 회의시간도 1시간 내로 줄여 효율성을 높이고, 단순 업무였던 상품 관리업무도 EDI 전자 문서 시스템을 개편해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롯데그룹도 지난해 백화점·홈쇼핑 등 19개 계열사에서 운영 중이던 PC 오프제를 올해 30여개 계열사로 확대 시행했다. 올해 안에 전사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유연근무제 등 탄력 근무제를 도입해 52시간 근무에 맞춰 업무 효율화를 꾀했다.
GS홈쇼핑도 오전 10~11시, 오후 2~4시를 집중 근로시간으로 지정해 팀 내·외부 미팅을 최소화했다. 당일 마무리해야 하는 필수 업무를 수행해 오후 6시 퇴근을 정례화 한다는 취지에서다.
유통업체들의 이 같은 조치는 근로시간 단축에 맞춘 선제적 조치의 일환이지만, 근본적으로는 노동 생산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포석이다.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불필요한 업무를 없애고 단순 반복 업무의 효율을 높임으로써 생산성을 향상시켜야 한다.
이마트 본사 기준 과거 32%에 달하던 야근율은 주 35시간 근무제 도입 이후 1% 미만으로 감소했다. 팀별 회의실 이용 횟수와 회의 시간도 절반으로 줄었다. 업무시간이 대폭 줄어든 대신 이를 최대한 압축적으로 활용해 생산성은 줄지 않았다는 게 내부 평가다.
◆ 롯데 "PC오프제 확대, 탄력근무제… 마트 영업시간 단축"
대형마트 등 일선 매장의 영업시간 단축 움직임도 가속화되고 있다. 이 역시도 손님이 많지 않은 시간대 근무를 과감히 줄여 비용 효율화를 꾀한다는 취지다.
롯데마트는 이달 1일부터 전 점의 폐점시간을 자정에서 밤 11시로 한 시간 앞당겼다. 이번 롯데마트의 영업시간 단축은 워라밸 기조와 발 맞추는 동시에 비용 효율화를 함께 도모하기 위함이다.
직원들의 퇴근시간은 한 시간 빨라졌지만 근로시간은 그대로 유지된다. 대신 자정까지 근무하는 인력의 10%를 오후 2시~5시 피크타임으로 전환 배치해 운영의 효율화를 꾀했다.
실제로 롯데마트의 밤 11시 이후 매출 비중은 1.5%로 가장 낮지만, 오후 2시부터 5시 사이의 매출이 전체의 절반에 달한다. 매출이 집중돼 있는 시간대로 인력을 이동시켜 상품 보충 진열, 계산대 인력 추가 운영 등을 통해 매출 효율화를 높인다는 복안이다.
주운석 GS홈쇼핑 HR부문장은 “근로시간 단축 흐름에 맞춰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업무에 집중하고 비효율적인 업무들이 없는지 깊이 고민하고 개선해야 한다”며 “근로시간 단축이 회사는 물론 임직원들의 본연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 이마트 매장에서 판매사원이 근무를 하고 있다. <사진=이형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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