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일부터 300인 이상 기업 근로시간 단축
300인 미만도 기업은 2020년부터 순차 시행
근로자 임금 걱정..사장님은 구인난 직면
"정부 지원 턱없이 부족..한시적 지원도 문제"
[세종=뉴스핌] 정성훈 기자 = 주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근로시간을 줄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근로시간 단축 개정안' 시행이 한달 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제도 시행으로 서민지갑만 얇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3월 국회를 통과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따라 상용 근로자 300명 이상 기업들은 한 달 뒤인 내달 1일부터 근로시간을 주당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여야 한다. 50인~300인 미만 중견기업은 2020년 1월 1일, 50인 미만 중소기업은 2021년 7월 1일부터다.
◆ "투잡도 고려"..얇아지는 지갑이 걱정인 근로자들
정부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워라벨(Work-life balance 준말·일과 삶의 균형)을 실현하고, 일자리 창출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공언하고 있다.
김영주 고용부 장관은 이달 초 근로시간 단축 관련 기업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근로시간 단축으로 우리나라의 장시간 노동관행을 개선해 노동자들에게 저녁이 있는 삶을, 청년들에게는 더 많은 일자리를, 기업에게는 생산성을 향상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의 기대에도 불구하고 기업 현장에선 근로자들의 우려 섞인 목소리가 높다. 특히 300인 미만 중소·중견기업에 근무하는 근로자들은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해 당장 생계를 걱정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월 평균 27만원이 감소할 것이란 중소기업중앙회의 통계도 있다.
이성기 고용노동부 차관이 6일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기자실에서 노동시간 단축입법 개정안 주요 내용 및 향후 계획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스핌DB> |
충북 제천의 A제조업체에 근무하는 김모(38) 대리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퇴근 후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한편으론 줄어들 임금 때문에 마음이 편치 않다.
그는 "선진국의 근로 환경에 맞춰 근로시간 단축을 추진하는 정부 정책에는 환영하지만 당장 줄어들 임금이 걱정된다"며 "보통 일주일에 2번씩 3~4시간 동안 야근하면서 월 100만원 정도를 더 가져갔는데 근로시간이 조정되면 이마저 가져갈 수 없게 된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경기도 광명의 B무역회사에서 근무하는 박모(37) 과장도 근로시간 단축으로 임금이 크게 줄진 않을까 노심초사다. 당장 올해 2세가 태어나는 박 과장에게 임금 문제는 민감한 사안이다.
그는 "회사 규모가 크지 않다보니 근로시간 단축 등 정부 정책에 더 휘둘리는 느낌"이라며 "특히 이번 근로시간 단축으로 개인 취미 생활은 늘어날 수 있겠지만 줄어들 임금걱정에 투잡을 뛰어야 하는지 걱정도 앞선다. 최근엔 맞벌이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낙연 국무총리 <뉴스핌DB> |
◆ 신규 채용 확대 유도?…중소기업 채용난만 심화 우려
정부는 주 52시간 근무제 시업에 따른 기업의 신규채용 인건비와 기존 재직자의 임금감소분을 보전해 준다는 방침이다. 4700억원을 들여 신규채용은 1인당 월 최대 100만원, 임금감소분 보전은 최대 40만원까지다. 지원 기간은 각각 3년이다.
하지만, 실제 인력을 늘려야 하는 중소기업 사장들은 정부의 지원금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고 항변한다.
한국경제연구원의 '근로시간 단축의 비용 추정 보고서'에 따르면 근로시간 단축으로 연간 12조 3000억원의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중 중견·중소기업들이 추가로 부담해야 할 인건비 규모는 8조 6000억원에 달했다. 부족인력도 26만6000만명으로 추산된다.
더구나 정부의 지원은 한시적인 것으로 5년 뒤인 2023년부터는 지원금이 줄어들거나 없어질 수 있다.
일할 사람을 찾기 어려운 것도 문제다. 대기업 쏠림현상이 심화되면서 중소기업에서 유능한 인력을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 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중소기업 채용난이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실제, 경기도 군포에서 자동차 부품 공장을 운영하는 정모(57) 사장은 현재 20명 안팎의 인력을 근로시간 단축에 맞춰 30명까지 증원할 계획이지만 상황이 녹녹치 않다.
일도 고될 뿐 아니라 납품 기일을 맞추기 위해선 연장근로를 해야 하는 상황도 수시로 발생하기에 지원자가 거의 없기 때문. 이 때문에 인력난 해결을 위한 방안으로 외국인 노동자 채용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는 "중소기업 사장들 모임에 나가면 인력난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다"며 "정부가 중소기업 취업자에 대한 일부 임금보전을 한다고는 하지만 대기업과 비교해선 턱없이 부족한 상황인데가 언제까지 이뤄질지도 명확하지 않아 인력을 채용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중소기업에 대한 인식 개선이 이뤄지지 않은 이상 근로시간 단축 이후 중소업체들의 채용난은 더욱 심각해질 수 밖에 없다"며 "중소업계 내부의 근무환경 개선과 정부의 인식 개선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j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