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뉴욕증시가 폭락했다. 지난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언급한 자동차 관세가 무역전쟁에 대한 경계감을 한층 더 부추긴 데 따라 아시아와 유럽에 이어 미국까지 주식시장의 투매가 확산됐다.
블루칩이 장중 한 때 500포인트 폭락한 가운데 약세장에 강한 내성을 보였던 IT 간판급 종목도 이날 힘 없이 주저 앉았다.
뉴욕증권거래소 <출처=블룸버그> |
주가가 가파르게 밀린 한편 시장 변동성이 대폭 치솟았고, 안전자산으로 통하는 국채가 랠리하면서 불안한 투자 심리를 반영했다.
25일(현지시각) 다우존스 지수가 328.09포인트(1.33%) 하락한 2만4252.80에 거래됐고, S&P500 지수는 37.81포인트(1.37%) 밀린 2717.07에 마감했다. 나스닥 지수도 160.81포인트(2.09%) 급락하며 7532.01을 나타냈다.
관세 전면전이 주요국으로 확산, 본격적인 무역전쟁과 함께 경기 침체가 닥칠 것이라는 경고가 꼬리를 물면서 투자 심리를 냉각시켰다.
지난 주말까지도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주요 교역국의 불공정한 관행에 대해 불만을 쏟아냈다. 이들 국가가 수입품에 대해 높은 관세와 무역 장벽을 폐기하지 않을 경우 미국 역시 일방적인 호의를 베풀지 않겠다는 얘기다.
이는 EU에서 수입되는 자동차에 대해 20%에 달하는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은 데 이어 나온 발언이다.
무역 마찰이 전세계 경제를 벼랑 끝으로 몰아갈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는 가운데 투자자들은 당장 관세 맞대응에 따른 타격이 예상되는 특정 종목과 섹터에서 발을 빼는 움직임이다.
보스톤 프라이빗 웰스의 샤논 사코치아 최고투자책임자는 마켓워치와 인터뷰에서 “산업재를 포함해 보복 관세에 따른 충격이 예상되는 섹터로 매물이 몰리고 있다”며 “투자자들은 협상을 통한 타결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지만 당분간 금융시장은 커다란 혼란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할리 데이비드슨은 EU가 관세를 종전 6%에서 31%로 대폭 높인 데 따라 일부 생산 라인을 해외로 이전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움직임이 미국 기업들 사이에 속출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수출 시장의 관세를 피하기 위한 공장 이전과 이에 따른 감원 등 연쇄적인 파장이 전개될 것이라는 얘기다.
잿빛 전망이 쏟아지면서 시장 변동성은 크게 뛰었다. 월가의 공포지수로 통하는 CBOE 변동성 지수(VIX)는 장 후반 35% 폭등하며 18을 뚫고 올랐다.
종목별로는 일부 공장의 해외 이전을 발표한 할리 데이비드슨이 6% 가량 폭락했고, 이날부터 다우존스 지수에서 퇴출된 제너럴 일렉트릭(GE)이 2% 내렸다.
중국 기업의 미국 IT 투자가 차단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반도체 종목이 급락, 아이셰어 필라델피아 반도체 상장지수펀드(ETF)가 3% 후퇴했다. 특히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와 AMD가 각각 7%와 4% 가량 내렸다.
반면 수출 타격이 낮은 유틸리티 섹터가 1.4% 상승해 급락장 속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경제 지표는 엇갈렸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이 발표한 5월 전미활동지수가 마이너스 0.15를 기록해 전월 0.42에서 크게 떨어졌다.
반면 5월 신규 주택 매매는 연율 기준 68만9000건으로 시장 예상치인 66만8000건을 웃돌았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