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문화·연예 문화·연예일반

속보

더보기

'니키 드 생팔' 전시회…여성의 분노가 미술로 치유됐을 때

기사입력 : 2018년07월23일 14:13

최종수정 : 2018년07월23일 14:13

예술의전당 '니키 드 생팔 展 마즈다 컬렉션'
사격회화·나나 등으로 '여성'의 권리와 자유 강조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올해 초부터 일어난 '미투(Me too)' 운동으로 문화계는 여성의 인권, 남성과 같은 고른 기회 보장 등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문화예술계 성폭력 근절과 에술인의 권익 보장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약속했고, 예술인들이 인격적으로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실태조사와 교육, 신고상담센터를 설치했다. 2018년이 돼서야 한국에서도 여성 인권 신장에 대한 인식이 생기기 시작한 거다.

여성 인권은 비단 오늘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50년 전 서양에서도 여성인권 문제는 심각했다. 프랑스에서 태어나고 미국에서 자란 예술가 니키 드 생팔(Niki de Saint Phalle, 1930~2002)은 여성의 자유를 갈망했고 사회에서 남성과 같은 평등한 여성의 권리와 자유를 주장했다.

Niki de Saint Phalle, Buddha, 1999 ⓒ 2017 Niki Charitable Art Foundation / ADAGP, Paris - SACK, Seoul.

그는 유년시절, 아버지로부터 학대를 당했고 결혼해서는 남편으로부터 가부장적 사고를 강요받았다. 당시 충격으로 엄마와 아내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한 채로 성장한 그는 결국 1953년 정신병원에 입원하는 비극을 맞는다. 그러나 치료의 목적으로 미술을 접하면서 마음을 치유했다.

정식 미술 교육을 받지 않았지만, 자신의 메시지를 뚜렷하게 작품에 입히며 미술계에서 자리잡았다. 특히 그는 '여성의 권리'와 관련한 물음과 의미를 과감하게 담은 작품으로 대중과 소통해왔다. 

지난달 30일부터 예술의전당이 개최한 '니키 드 생팔 展 마즈다 컬렉션'은 니키가 예술작품을 통해 상처를 극복하고 타인과 관계를 맺고, 대중에게 치유를 어떻게 공유했는지에 대한 고찰을 담고 있다.

대개 사람들은 니키 드 생팔을 이야기할 때 프랑스 파리 퐁피두 센터 앞 스트라빈키 광장에 있는 조각분수를 만든 작가, 혹은 그의 대표 작품인 '나나'를 떠올린다. 특히 생동감이 넘치는 캐릭터 '나나'로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는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예술의전당에 전시된 니키 드 생팔의 '붉은 마녀'. 2018.06.29 89hklee@newspim.com

그러나 '나나'가 탄생하기 전까지 그의 작품은 분노가 요동친다. 니키의 '사격회화(Shooting painting)'에서 살펴볼 수 있다. 전시장에 입장해 가장 먼저 마주하는 작품 '스웨덴 TV 프로그램을 위한 사격회화'는 마치 눈물을 쏟아내듯 석고물이 흘러내린다.

이 작품은 니키를 일약 스타덤에 올린 '사격회화' 연작 중 하나로 1961년 2월 파리에서 열린 '비교: 회화-조각' 전에 인물의 머리가 과녁으로 된 '내 연인의 초상'이라는 작품을 출품하면서 영감을 받은 결과물이다. 그의 작품 옆에 걸린 네덜란드 화가 브랑 보가르의 흰색 부조작품에서 니키는 '그림이 피를 흘리는 것처럼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사격회화는 물감이 담긴 오브제를 석고로 덮은 뒤 실제로 총을 쏘아 제작하는 작품이다. 인간의 신체에 비유한 예술 작품에 상처를 내는 작업으로 그는 폭력의 가해자가 돼 연기하면서 공격성이 남성성에 고정화된 이미지가 아님을 보여줬다. 그는 직접 이 과정을 대중 앞에서 퍼포먼스로 선보였으며 제작하는 모습을 영상에 기록했다. 사격회화는 1960년대 초 미국과 유럽계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초기 사격회화는 특정한 형태가 존재하지 않았지만, 점점 명확한 형태를 가지게 됐고 니키의 공격 대상도 구체적으로 변하게 된다. 그는 남성작가나 남성비평가가 지배해 온 미술사에 대한 공격, 전형적인 여성상에 대한 파괴 행위, 냉전기 정치상황에 대한 비평 등 남성이 만든 파괴와 폭력의 이미지에 총격을 가했다. 이 대상은 가톨릭 대성당이었다. 일곱살 때부터 보수적인 수도원 학교를 다니고 아버지의 강압적인 권위가 군림하는 과정에서 엄격한 가톨릭 교육을 받은 종교의 속박은 그 자체가 가부장적이고 그에게는 정신적인 억압이었다. 수도원 학교에 입학한 뒤 반항적인 기질로 전학과 자퇴를 반복했다. 

Niki de Saint Phalle, Nana Fontaine Type, 1971/1992 ⓒ 2017 Niki Charitable Art Foundation / ADAGP, Paris - SACK, Seoul

미술로 정신적 치유를 하고자 했던 니키는 1961년 성모마리아상이나 예수의 십자가상을 사용해 제단이나 대성당을 모티브로 하는 작품을 선보이기 시작한다. 가톨릭 이미지를 사용하는 것은 가족에 대한 복잡한 마음이 연결돼 있다.

본격적으로 니키는 자신에게 질문을 던진다. '여자는 무엇일까' '나는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으로 '붉은 마녀'라는 작품을 마지막으로 사격회화를 접는다. '붉은 마녀'는 수많은 여성의 이미지로 구성됐다. 마녀의 상반신 중앙에는 성모 마리아상이, 왼쪽 다리에는 아기 오브제가 있으면서도 마녀의 왼쪽 손은 여성의 성기로 향하고 있어 남성을 유혹하는 매춘부의 모습도 띤다. 이는 작가 내면의 다양한 여성성의 충돌성을 표현하면서도 다양한 역할로 사는 여성들의 짊어진 아픔을 친근하고 따뜻하게 보듬어주는 작품이다.

그러다 니키는 친구 클라리스가 임신한 것에서 영감을 받아 '나나' 시리즈를 제작한다. 기존에 표현한 여성의 모습과 달리 잠재적으로 임신한 여성을 암시한다. 다리를 벌리거나 춤을 추고 있는 등 활동감 넘치는 나나의 모습은 1960년대 후반 이후 서양사회에 잠재한 여성상과는 반대되는 것이었다.

'나나'는 '보통의 여자 아이'를 뜻하는 불어다. 에밀 졸라의 소설 '나나'로 매춘부 이미지가 떠오를 수 있으나 전혀 관련 없다. 니키는 생전 "그녀들을 뭐라고 부를 지 몰랐다. 나나라고 부르는게 좋다고 생각했다"며 "에밀 졸라의 나나와 전혀 관계 없다. 단지 이름만 같다. 내가 만든 나나는 여성의 자랑이고 나는 모성의 위대함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나나'가 모든 여성을 위로하고 대변하는 상징이길 바랐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그웬돌린. 친구 클라리스의 딸 이름 '그웬돌린'을 따서 지었다. 2018.06.29 89hklee@newspim.com

니키는 1965년 10월 파리의 알렉산드르 이올라 갤러리에서 처음으로 나나를 공개했다. 이 시기에 제작된 나나 시리즈 중 하나로 당시에는 주로 털실이나 천, 종이 등을 덮은 틀 위해 채색을 해 얽히고 설킨 질감을 가진 나나로 제작했다.

이후 '샘의 나나-백색의 춤추는 나나'는 밝은 색체와 대담한 패턴, 그리고 리듬감과 활동성이 느껴지는 에너지를 뿜은 모습으로 바뀐다. 이는 니키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남성의 권위와 위세에 맞서는 저항처럼 활기 넘치는 모습으로 당당한 모습의 자신을 표현한 것이다.

초기에 제작된 나나와 다르게 니키는 1967년 '환상적인 천국'이라는 야외 설치미술을 제작한 이후 폴리에스테르 소재로 나나를 제작한다. 그래서 좀 더 활력이 넘치고 당당함을 뽐내는 자태로 완성된다. 

89hklee@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이화영, 대법서 징역 7년8개월 확정 [서울=뉴스핌] 홍석희 기자 = 쌍방울 그룹에서 수억원대 뇌물을 받고, 800만 달러를 북한에 송금한 혐의로 기소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징역 7년 8개월을 확정 받았다. 대법원 2부(주심 박영재 대법관)는 5일 오전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전 부지사에게 징역 7년 8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쌍방울 그룹에서 수억원대 뇌물을 받고, 800만 달러를 북한에 송금한 혐의로 기소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징역 7년 8개월을 확정 받았다. 사진은 이 전 지사가 지난해 10월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박상용 수원지검 부부장검사에 대한 탄핵소추 사건 조사 관련 청문회에서 정청래 법사위원장 질의에 답변하는 모습. [사진=뉴스핌 DB] 이 전 부지사는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지사이던 2019년, 쌍방울로 하여금 도지사 방북 비용 300만 달러와 북한 스마트팜 사업 비용 500만 달러 등 총 800만 달러를 북한 측에 보내도록 한 혐의로 기소됐다. 경기도 평화부지사, 경기도 산하기관인 킨텍스 대표로 재직 중 쌍방울로부터 법인카드와 차량 등 3억3400여만 원의 정치자금을 제공받은 혐의도 받았다. 검찰은 이중 2억5900여만 원에 대해 뇌물 혐의를 적용했다. 1심은 이 전 부지사의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판단해 정치자금법 위반 징역 1년 6개월, 특가법상뇌물 및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징역 8년을 합해 총 징역 9년 6개월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쌍방울이 경기도 스마트팜 사업비(500만 달러)와 당시 경기지사였던 이 대통령의 방북비용(300만 달러)을 대납하려 했다는 검찰 측 판단을 모두 받아들였다. 다만 검찰이 공소사실에 적시한 총 800만 달러 중 394만 달러만 해외로 밀반출된 불법 자금으로 인정했다. 2심은 1심 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7년 8개월 및 벌금 2억5000만원, 추징 3억2595만 원으로 감형했다. 구체적으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8개월을, 특가법상뇌물 및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7년을 각각 주문했다. 1심 형량과 비교해 1년 10개월이 감형됐다. 2신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검찰이 기소한 대북송금 800만 달러 가운데 394만 달러만 북한 측에 밀반출됐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특히 이 중 200만 달러는 김 전 회장이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의 방북비용으로 대납한 것이라고 봤다. 다만 "뇌물죄, 정치자금법 위반죄 범행 후 공무원 또는 정치인으로서 부정한 행위까지 나아가지는 않은 점, 스마트팜은 인도적 지원 사업이었고 남북간 평화조성을 위한 남북교류협력사업의 추진이라는 정책적 목적도 있는 점, 김성태가 쌍방울그룹의 대북사업 추진 등 이익을 도모한 사정도 있고 피고인이 김성태에게 비용 대납을 강요한 사정은 없는 점 등을 유리한 양형으로 고려했다"고 감형 이유를 설명했다. 검찰과 이 전 부지사 측 모두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양 측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원심의 유죄 부분 판단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검사의 사전면담 등이 이루어진 증인의 법정진술의 신빙성 판단, 유죄의 인정에 필요한 증명의 정도, 뇌물수수죄에서 직무관련성, 대가성, 뇌물귀속 주체와 고의, 정치자금 부정수수죄에서 정치자금과 고의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hong90@newspim.com 2025-06-05 10:45
사진
외교부 장관 김현종·조현 거론 [서울=뉴스핌] 지혜진 기자= 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하는 새 정부는 민생 회복과 함께 대미 관세 협상 등 외교·안보 문제도 시급하다. 미국 법원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주요국을 대상으로 부과한 상호관세 효력을 정지시켰지만 여전히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이 가신 것은 아니다. 지난 4일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은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 강조해왔다. 민주당 공약집을 보면 통상환경의 변화와 경제안보 중요성에 대응하기 위해 주요 20개국(G20)·주요 7개국(G7) 등의 적극 참여를 통해 글로벌 현안 적극 대응하고 2025 경주 APEC 성공적 개최를 위한 외교역량을 강화할 것을 약속했다. 신남방·신북방 정책을 계승 발전해 글로벌 사우스와 권역별 협력을 심화하고 핵심소재·연료광물의 공급망(GVC) 안정화를 위한 통상협력 강화도 약속했다. (왼쪽부터) 김현종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외교안보특보, 위성락 민주당 의원, 조현 선대위 국익중심실용외교위 공동위원장, 안규백 의원. [사진=뉴스핌DB] 북핵 대응으로는 한국형 탄도미사일 성능과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를 고도화를 내세웠다. 핵무장이나 핵잠재력 확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북핵 대응의 기본 원칙은 한·미 확장억제 강화'라는 기존의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국방 분야에서는 국방 문민화를 비롯해 군 정보기관 개혁, 육·해·공군 참모총장 인사청문회 도입 등을 내세웠다. 이 대통령은 취임 첫날 국가안보실장에 위성락 민주당 의원을 임명했다. 주러시아 대사를 지낸 외교관 출신인 위 의원은 '이재명 후보 외교안보보좌관'으로 임명돼 활동했다. 이번 대선에서는 민주당 선대위 산하 '동북아평화협력위원회' 좌장을 맡았다. 외교부 장관 후보군으로는 조현 전 외교부 1차관과 김현종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언급된다. 조 전 차관은 선대위에서 국익중심실용외교위원회 상임공동위원장을 맡았다. 위 의원과 외무고시 13기 동기로 유엔대사, 외교부 다자외교조정관, 외교부 국제기구국장 등을 역임했다. 김 전 차장은 대선 기간에도 '이재명 후보 외교안보보좌관' 자격으로 백악관 고위 당국자들과 만나 한미동맹과 한미일 3국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이 후보의 입장을 전달하기도 했다. 국방부 장관 자리에는 군 출신이 아닌 5선의 안규백 민주당 의원이 유력하다. 이 대통령은 후보 때부터 군에 대한 '문민 통제'를 강조해 왔다. heyjin@newspim.com 2025-06-05 06:00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