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조직 환경 모사해 신경세포로의 분화 증진”
연세대 조승우·강훈철 교수팀 연구성과
[서울=뉴스핌] 김영섭 기자 = 국내 연구진이 뇌신경질환 치료용 신경세포 생산 기술을 획기적으로 증진, 약물 치료를 대체할 세포 치료제 개발에 다가갔다는 평가다.
24일 한국연구재단에 따르면 연세대학교의 생명공학과 조승우 교수와 같은 대학 의과대학 강훈철 교수 연구팀은 뇌 조직을 모사한 생체 재료를 이용해 신경세포로의 리프로그래밍 및 신경분화를 증진시킬 세포 배양 플랫폼을 개발했다.
세포 리프로그래밍이란 유전자 및 화학물질을 통해 세포의 형질을 변화시키는 기술로서, 이미 분화한 세포를 줄기세포 및 다른 기능성 세포로 다시 분화시킬 수 있다.
뇌 조직 모사 세포 배양 플랫폼을 이용한 유도신경세포 리프로그래밍 모식도 |
최근 뇌신경질환 환자에게 기능성 세포를 이식하는 세포 치료제가 많은 기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기능성 세포의 대량 확보와 세포 제작 효율, 세포의 치료 효능 등에서 많은 한계점이 있다.
연구팀은 문제 해결을 위해 뇌 조직 특이적인 성분을 가공해 실제 뇌와 유사한 환경의 세포 배양 플랫폼을 개발했다. 화합물 및 일반적인 생체물질로 만든 기존의 세포 배양 기술과 비교할 때, 기능성 세포의 제작 효율이 획기적으로 증진됐다. 제작된 신경세포의 표현형과 기능이 실제 신경세포와 상당히 유사하다.
또한 개발된 배양 시스템으로 기능성 신경세포를 제작했을 때 세포의 치료 효능도 개선되었다. 제작된 기능성 신경세포는 허혈성 뇌졸중 생쥐의 행동 및 운동능력을 크게 향상시켰다.
조승우 교수는 “이 연구는 실제 뇌에 존재하는 복합적인 미세환경을 모사해 기존 세포 분화 기술의 한계를 극복한 것”이라며 “향후 치료용 신경세포의 대량생산 기술에 적용돼 효과적인 뇌신경질환 세포 치료제 제작을 위한 중요 요소기술로 활용되길 기대된다“고 연구의 의의를 설명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지원을 받은 이번 연구성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쳐 바이오메디컬 엔지니어링(Nature Biomedical Engineering) 7월 11일자에 실렸다.
◆ 논문 저자들이 직접 전하는 연구 이야기
연세대학교의 생명공학과 조승우(왼쪽) 교수, 의과대학 강훈철(가운데) 교수, 생명공학과 진윤희(오른쪽) 박사 |
- 연구를 시작한 계기나 배경은?
▲ 세포 리프로그래밍은 다양한 조직을 구성하는 기능성 세포 제작을 위해 많은 각광을 받고 있는 기술로 리프로그래밍 효율 및 제작 세포의 기능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실제 조직과 유사한 환경을 제공하여 줄기세포의 분화 및 기능성을 증진시키는 연구가 주목받고 있는데, 실제 뇌 조직 유래의 성분들을 이용하면 좀 더 조직 특이적인 미세환경을 모사하고 궁극적으로는 기능성 세포 제작의 효율을 높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궁금증을 가지게 되어 연구를 시작하게 됐다.
- 연구 전개 과정에 대한 소개.
▲ 이 연구는 생명공학과 의학이 융합된 연구이다. 조승우 교수 연구팀과 강훈철 교수 연구팀은 오랜 공동연구 및 교류를 통해 각자의 기술을 잘 이해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기존의 신경세포 리프로그래밍이 가지는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낼 수 있었다. 다양한 기능성 생체재료 및 조직 유래 물질의 가공 기술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신경세포 리프로그래밍을 위한 뇌 조직 모사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구축할 수 있었고, 세포 기능성 분석, 표현형 분석, 동물 행동분석 등을 통해 제작된 유도신경세포의 치료 효능 및 임상적용 가능성을 입증했다.
- 연구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어떻게 극복했는지?
▲ 우리 연구실에서는 다양한 줄기세포의 분화 조절 연구를 많이 진행해왔지만 실제 신경세포와 유사한 수준의 기능성과 표현형을 가지는 세포를 제작하고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 다양한 생화학적 분석법과 고도의 숙련된 기술이 필요했다. 또한 개발한 시스템의 뛰어난 효능과 재현성을 확인해달라는 논문 심사자들의 요구가 있었다. 수많은 반복 실험을 진행하면서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인내심을 가지고 서로가 최선을 다한 결과, 좋은 연구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
- 이번 성과, 무엇이 다른가?
▲ 기존에 기능성 신경세포의 생산을 위해 화합물이나 특정 세포외기질 성분(콜라겐, 피브로넥틴, 매트리젤 등)을 이용한 세포 배양 시스템이 사용되었지만 이들은 일부 세포독성을 보이거나 세포의 생존율, 분화 및 기능성을 향상시키는데 한계가 있었다. 더욱 중요하게도 이런 기존 시스템들은 실제 뇌에 존재하는 복합적인 조직 구성성분들을 모사하지 못했기 때문에 신경세포 리프로그래밍 효율, 분화능, 성숙도 증진에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이 연구에서 개발된 뇌 조직 모사 시스템은 뇌 조직과 유사한 미세환경을 세포에 제공함으로써 신경세포 리프로그래밍 및 분화 효율을 극대화하고 궁극적으로는 이를 이용한 뇌졸중 질환에 대한 세포치료 효능까지 검증할 수 있었다.
- 실용화된다면 어떻게 활용될 수 있나? 실용화를 위한 과제는?
▲ 개발된 뇌 조직 모사 신경세포 리프로그래밍 시스템은 뇌신경질환 세포치료제 제작을 위한 중요 요소기술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이 연구에서 개발된 조직 모사기술은 뇌 조직뿐만 아니라 다양한 조직에도 적용돼 줄기세포 치료 및 리프로그래밍 기술의 적응증을 크게 확장시킬 수 있을 것이다. 개발된 기술의 최종적인 실용화를 위해서는 조직유래 구성물의 변형 방지 및 균일한 품질관리가 원활하게 이뤄져야 할 것이다.
- 꼭 이루고 싶은 목표나 후속 연구계획은?
▲ 세포 리프로그래밍을 통한 기능성 세포의 제작 및 이의 임상적용 가능성에 대한 연구는 아직까지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 연구에서 개발된 기술을 바탕으로 신경뿐만 아니라 심장, 근육, 골, 간 세포 등 다양한 세포로의 리프로그래밍 효율을 증진시키는 기술을 개발할 예정이며 나아가 제작된 기능성 세포의 질환 치료 가능성에 대해 검증하는 후속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kimy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