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내 파벌, 복잡한 계급구조, 잦은 고위급 인사 해소 목소리 높아
'경찰 인사 불만 이유 있다' 박찬운 한양대 교수 글 경찰관들 공감 얻어
[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경찰이 검·경 수사권 조정 등 외부개혁을 두고 힘겨루기를 하는 가운데 정작 경찰 내부에서는 파벌 타파, 계급 간소화 등 내부개혁이 더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7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24일 제21대 경찰청장으로 취임함 민갑룡 청장은 취임사를 통해 “최초로 정부의 수사권 조정안이 마련돼 사법민주화가 작동되는 선진수사구조로 변화하는 데 있어 매우 의미있는 진전이 있었다”며 “앞으로 경찰은 수사개시에서 종결까지 온전한 책임을 가진 수사의 주역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굵직한 경찰 현안을 두고 외부개혁에 고삐를 당기겠다는 것이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민갑룡 경찰청장 후보자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18.07.23 yooksa@newspim.com |
하지만 경찰 내부에서는 경찰대, 비경찰대 등의 파벌 문제와 상대적으로 복잡한 계급 구조, 잦은 고위급 인사 등 내부 문제 해결이 우선이라는 여론이 높다.
현재 경찰의 입직경로는 경찰대, 간부후보, 고시 특채, 순경 공채 등으로 나눠져 있다. 경찰에서는 “출신별로 파벌이 형성돼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주기 때문에 입직 경로에 따라 승진과 좌천이 갈린다”는 얘기가 수시로 나온다. 특히 1985년 경찰대학교가 1기를 배출한 이후 경찰 조직 내에서 경찰대와 비경찰대 출신 간 갈등은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이다.
계급 구조 간소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검찰의 계급 구조가 검사-부장검사-차장검사-검사장-검찰총장 등으로 비교적 단순하게 구성된 반면 경찰은 순경, 경장, 경사, 경위, 경감, 경정, 총경(서장급), 경무관, 치안감(지방경찰청장급), 치안정감(서울경찰청장, 부산경찰청장, 인천경찰청장, 경찰청 차장, 경찰대학장), 치안총감(경찰청장)까지 11개 계급으로 이뤄져 있다. 순경 출신이 치안총감까지 올라가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이로 인해 승진 적체 현상도 심화되면서 ‘만년 경위’라는 말도 생겨났다. 결국 승진에 물먹은 만년 경위들이 일선 지구대나 파출소로 밀려나는 현상이 벌어진 지 오래다.
이런 가운데 경찰개혁위원으로 활동했던 박찬운 한양대 로스쿨 교수가 지난 26일 자신의 SNS에 ‘경찰 인사에 대하여(경찰 인사 불만 이유 있다)’라는 글이 경찰관들 사이에서 빠르게 공유되고 있다.
박찬운 한양대 로스쿨 교수가 지난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긴 글 [사진=박찬운 교수 페이스북 캡처] |
박 교수는 이 글에서 “경찰은 15만 명의 거대 공무원 조직임에도 기관장이 차관급인데 반해 검찰은 차관급 대우를 받는 검사장이 40명이 넘는다”며 “특히 경찰은 순경으로 들어와 경찰서장급 총경이 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인데다 경찰총수는 치안정감(총 6명) 중에서 발탁되니 그 인재풀이 너무 적다”고 지적했다.
진급 문제와 관련해서는 “법무부의 경우(검찰 제외) 현재 3만 명 조금 넘는 조직에 4급이 400명 정도로 경찰과 비교하면 3배 이상 많다”며 “경무관급 이상도 상대적으로 적어 인사경쟁이 너무 치열해 이 같은 극단적인 피라미드 구조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박 교수는 끝으로 “1년 개혁위 활동 중 경찰청 차장과 수사분과 카운터파트였던 수사국장이 각각 두 번씩 바뀌었다”며 “청장 임기가 2년인 만큼, 임기 중 한 번 인사를 하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그 이상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하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이 글은 경찰 내부 전산망에도 공유되는 등 경찰관들의 큰 공감을 얻고 있다.
경기 지역 한 경찰서장은 “경찰 조직 자체가 지나치게 폐쇄적이다 보니 내부의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며 “신임 경찰청장이 외부개혁만큼 내부 개혁에도 힘써야 경찰이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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