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홈 경제 경제일반

속보

더보기

[윤동열의 시대유감 특별판 ②] 환율 방어보다 경제 구조 바꿔야…"원화의 힘은 생산성에서 나와"

기사입력 :

최종수정 :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 번역할 언어 선택

AI 핵심 요약

beta
분석 중...
  • 주형환 전 장관이 10일 고환율 피해와 해법을 짚었다.
  • 중소기업·저소득층·청년이 고환율 피해를 크게 받는다고 했다.
  • 원화 신뢰 회복은 생산성 구조개혁이 핵심이라고 했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고환율 충격 중소기업·저소득층·청년에 집중
주형환 "정부는 목표환율 아닌 쏠림·급변동만 관리해야"
"AI 전환 최대 위기이자 기회…산업·노동·교육 동시 개혁해야"

[세종=뉴스핌] 정성훈 기자 = 대한민국은 달러를 벌고도 원화가 강해지지 않고 있다. 수출과 경상수지는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기업은 해외에 투자하고 국민은 미국 주식을 사며 글로벌 자금은 인공지능(AI)과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미국에 집중되고 있다.

달러는 벌지만 국내에 충분히 머물지 않는다.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하고 국민연금의 환헤지를 확대하거나 기업에 해외 외화자금의 국내 환류를 요청할 수 있다. 모두 필요한 조치지만 이것만으로 원화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느냐는 또 다른 문제다.

세계는 이제 상품만을 놓고 경쟁하지 않는다. 자본과 기술, 인재와 생산시설이 어느 나라에 머물 것인지를 놓고 국가 간 경쟁을 벌이고 있다.

윤동열 교수는 <뉴스핌TV> '윤동열의 시대유감' 특별판 두 번째 시간에서 주형환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고환율의 피해가 어디에 집중되는지, 정부와 국민연금은 어디까지 환율 안정에 개입해야 하는지, 기업의 해외자금을 어떻게 국내 투자로 돌릴지, 그리고 AI 시대 한국 경제의 구조개혁 방향은 무엇인지 집중적으로 짚었다.

[윤동열의 시대유감] 진행을 맡은 윤동열 경영학과 교수와 패널로 나온 주형환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토론을 이어가고 있다. jsh@newspim.com

◆ 고환율 피해 누가 가장 크게 받나…"중소기업·저소득층·청년"

윤동열 교수 

환율은 한국 경제의 종합성적표라는 생각이 듭니다. 원·달러 환율이 1550원까지 갔다가 내려왔다고 하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입니다. 고환율이 장기화되면 누가 가장 큰 피해를 보게 됩니까.

주형환 전 장관

가장 큰 부담을 지는 계층을 꼽는다면 중소 제조업체, 저소득 가계, 그리고 취업 문이 좁아지는 청년이라고 생각합니다.

먼저 기업 규모별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처지가 완전히 다릅니다.

대기업은 환헤지 수단이 있고 납품 가격을 조정할 협상력도 있습니다. 일부 수출 대기업은 환율 상승으로 원화 환산 실적이 좋아지는 효과도 얻습니다.

하지만 중소기업은 원자재와 부품을 해외에서 수입하는 비중이 높은 데다 환율이 오르면서 수입가격이 상승해도 이를 그대로 떠안을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환헤지 수단도 부족합니다.

같은 고환율이 대기업에는 실적 개선 요인이 될 수 있지만 중소기업에는 원가 폭탄이 될 수 있습니다.

계층별로 보면 저소득층이 훨씬 아픕니다.

저소득층은 소득 가운데 식료품과 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 즉 엥겔계수가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여기에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면 가계부채가 GDP의 90% 가까운 우리나라에서는 부채가 많은 저소득 가구가 고물가와 고금리라는 이중 부담을 받게 됩니다.

기업의 비용 부담이 채용과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경우 결국 청년 일자리에도 영향을 줍니다.

따라서 정부는 거시적으로 금리를 점진적으로 정상화하는 동시에 확장적 재정정책도 어느 정도 자제하면서 과잉 유동성을 줄일 필요가 있습니다.

2026년 예산의 총지출 규모가 상당히 증가했고 관리재정수지도 적자 상태입니다. 돈을 계속 풀면서 동시에 물가를 잡겠다고 하는 것은 정책적으로 엇박자가 날 수 있습니다.

미시적으로는 저소득층이 많이 사용하는 에너지와 식료품 가격을 관리하면서 표적 지원을 해야 합니다. 중소기업에는 환변동보험과 원자재 관련 금융 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습니다.

주형환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윤동열의 시대유감]에 패널로 출연해 최근의 고환율 원인을 설명하고 있다. jsh@newspim.com

◆ 정부 환율 방어 어디까지…"특정 숫자 정해놓고 지키려 해선 안 돼"

윤동열 교수 

환율이 급등하면 정부가 시장 안정 의지를 밝히고 외환시장에도 개입합니다. 하지만 지금 같은 구조적 고환율 상황에서는 계속 시장에 개입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닐 것 같습니다. 정부가 환율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봅니까.

주형환 전 장관

정부는 환율 '수준' 자체를 관리해서는 안 됩니다.

특정 숫자를 정해놓고 환율을 거기까지 끌어내리겠다는 식의 정책은 정부가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바람직하지도 않습니다.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은 과도한 쏠림이나 급격한 변동이 발생할 때 이를 완화하는 이른바 '스무딩 오퍼레이션'입니다.

현재 외환시장의 하루 거래량은 수백억달러에 달하고 파생상품까지 포함하면 규모가 몇 배로 커집니다. 국가 간 자금 이동도 순식간에 일어납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특정 환율을 목표로 정하고 방어선을 치면 오히려 투기세력에게 공격 지점을 알려주는 결과가 될 수 있습니다.

과거 태국이 바트화의 특정 환율 수준을 방어하기 위해 외환보유액을 소진하면서 외환위기로 이어진 사례도 있습니다.

정부가 지켜야 할 원칙은 세 가지라고 봅니다.

첫째, 목표환율을 정해놓고 방어하지 말아야 합니다.

둘째, 시장의 큰 흐름 자체와 싸우기보다는 과도한 쏠림과 급격한 변동만 완화해야 합니다.

셋째, 정부가 개입하더라도 일관된 원칙을 유지해 시장이 정부의 정책 방향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환율에 영향을 주는 단기적·장기적·구조적 요인을 외환당국 혼자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결국 여러 정책이 함께 움직여야 합니다.

◆ 국민연금 환율방어 동원?…"1차 책임은 국민 노후자금 수익성"

윤동열 교수

국민연금이 세계적인 대형 연기금으로 성장하면서 환율 안정에 중요한 파트너가 됐습니다. 하지만 국민연금을 환율 안정을 위해 지나치게 활용하면 오히려 문제가 생기는 것 아닙니까.

주형환 전 장관

당연합니다.

국민연금의 첫 번째 주인은 어디까지나 가입자인 국민이지 외환당국이 아닙니다.

국민연금의 1차 책임은 막대한 규모의 국민 노후자금을 장기간 안정적으로 운용해 적정한 수익을 내는 것입니다.

환율을 방어하기 위해 수익성이 높은 해외자산을 팔게 하거나 환헤지 비용을 과도하게 부담시키면 결국 그 손실은 미래 연금 수익과 미래 세대의 부담으로 돌아갑니다.

다만 국민연금 규모가 커지고 해외투자 비중도 60% 가까이 되면서 투자 결정이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커진 것은 사실입니다.

따라서 국민연금이 해외자산을 살 때마다 외환시장에서 직접 달러를 사는 대신 한국은행과의 외환스와프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또 환율이 급격하게 오를 때 전략적 환헤지를 제한적으로 활용하거나 투자 시기를 분산함으로써 시장에 미치는 충격을 줄일 수 있습니다.

그 정도 선에서 역할을 해야 합니다.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기조 자체를 바꾸기는 어렵습니다.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수익률을 확보하기 위해 해외투자는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해외투자를 못하게 할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의 방향과 크기를 완화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주형환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윤동열의 시대유감]에 패널로 출연해 최근의 고환율 원인을 설명하고 있다. jsh@newspim.com

◆ 기업이 해외에서 번 달러, 국내로 돌아오게 할 수 있나

윤동열 교수

기업이 해외에서 번 달러를 다시 국내 투자로 돌릴 방법이 있습니까. 각국이 세제혜택과 투자 인센티브를 제공하면서 자국 투자를 유도하고 있습니다. 반면 한국은 노동시장 경직성이나 규제 부담 등이 지적됩니다. 국내로 다시 투자할 유인이 충분합니까.

주형환 전 장관

국내로 자금이 환류하도록 세제와 규제, 금융지원을 과감하게 묶어 제공할 필요가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과감하게'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제가 산업부 장관을 맡았을 때도 유턴기업 지원대책을 추진해봤지만 지원을 조금씩 늘리는 정도로는 기업이 돌아오지 않습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기업이 국내에 투자하고 싶어 하는 환경 자체를 만들어야 합니다.

노동시장은 지금보다 유연해져야 합니다.

규제도 과감하게 풀어야 합니다.

규제의 적용 방식과 정책 방향에 대한 예측 가능성도 높여야 합니다.

그리고 시장에 의해서든 정책적 지원을 통해서든 기업 구조조정을 과감하고 신속하게 추진해 옥석을 가릴 필요가 있습니다.

새로운 성장기업이 성장할 공간을 만들고 경쟁력을 잃은 좀비기업은 퇴출돼야 합니다.

여기에 AI를 활용해 기존 산업의 상품과 생산공정, 비즈니스 모델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이런 변화가 함께 이뤄져야 기업이 해외에서 번 달러를 다시 국내 투자로 돌릴 유인이 생깁니다.

◆ 미·중 AI 패권 경쟁…"한국, AI 발명국 아닌 산업 적용 최강국 노려야"

윤동열 교수

AI 패권 경쟁에서 미국과 중국은 반도체와 에너지, 데이터센터 등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한국이 투자 규모 자체로 미국이나 중국을 따라가기는 쉽지 않습니다. 앞으로 5년간 미·중 기술 경쟁이 한국에 어떤 영향을 줄까요.

주형환 전 장관

냉정하게 보면 한국은 AI 하드웨어 일부에서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습니다.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한 메모리반도체가 대표적입니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분야는 상대적으로 약합니다.

메모리반도체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으로 높은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분야는 그 반도체 위에서 작동하는 AI 소프트웨어와 플랫폼, 데이터센터 등입니다.

미·중 기술패권 경쟁이 심해지면서 미국은 미국 쪽에 서라고 하고 중국도 자국 공급망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한국에는 상당한 압박입니다.

우선 우리가 경쟁력을 갖춘 메모리반도체의 우위를 최대한 유지하면서 이를 지렛대로 다른 AI 분야로 진출해야 합니다.

추론용 AI 반도체를 비롯한 국내 AI 칩 설계기업을 집중 지원해 하드웨어 경쟁력을 넓힐 필요가 있습니다.

두 번째는 제조업입니다.

한국은 미국·중국을 제외하면 일본·독일과 함께 세계적으로 폭넓은 제조업 기반을 보유한 국가입니다. 특히 제조업과 정보통신기술(ICT)을 동시에 갖춘 강점이 있습니다.

이 제조기반과 제조 과정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를 활용해 에이전트 AI와 피지컬 AI 분야를 집중 육성해야 합니다.

자율주행차와 휴머노이드 로봇, 지능형 의료기기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를 토대로 기존 산업의 상품과 생산과정, 비즈니스 모델을 AI 중심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연구개발(R&D) 투자도 지속적으로 늘려야 하고 인재를 대규모로 육성해야 합니다.

전력 문제도 중요합니다. AI 시대에는 데이터센터와 첨단 제조시설에 막대한 전력이 필요합니다. 원전을 비롯해 안정적인 전력을 어떻게 확보할지 정책 방향을 분명하게 해야 합니다.

미국이 AI를 발명하는 나라라면 한국은 발명된 AI를 산업 현장에 가장 잘 적용해 산업 전체를 혁신하는 나라를 목표로 삼을 수 있습니다.

주형환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윤동열의 시대유감]에 패널로 출연해 최근의 고환율 원인을 설명하고 있다. jsh@newspim.com

◆ "하드웨어 강하고 소프트웨어 약한 구조 반드시 넘어야"

윤동열 교수

한국 제조업의 AI 전환에서 특히 조심해야 할 부분이 있을까요.

주형환 전 장관

우리가 하드웨어는 강한데 소프트웨어가 약하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자동차도 마찬가지입니다.

미래 자동차는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DV), 자율주행차로 가고 있습니다. 자동차의 부가가치 상당 부분이 소프트웨어에서 발생하게 됩니다.

피지컬 AI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로봇이나 자동차 같은 하드웨어를 잘 만든다고 해도 이를 움직이는 운영체제와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다른 나라 기업에 전적으로 의존한다면 높은 부가가치를 확보하기 어렵습니다.

AI 산업 전략에서도 하드웨어만이 아니라 운영체제와 소프트웨어 분야에 대한 연구개발과 투자가 함께 이뤄져야 합니다.

◆ 원화 국제화 가능할까…"10년 내 달러·엔 수준은 과욕, 아시아 통화는 가능"

윤동열 교수

위안화와 엔화도 국제화를 시도해왔습니다. 한국 원화도 무역과 금융거래에서 사용을 늘리고 해외 투자자가 자유롭게 원화를 보유하고 거래하게 만들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봅니까.

주형환 전 장관

정부가 원화 국제화 로드맵을 추진하는 방향 자체는 맞다고 봅니다.

다만 10년 안에 달러화나 엔화와 비슷한 수준으로 국제화하겠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과욕일 수 있습니다.

반면 아시아 역내에서 실제로 많이 사용하는 통화로 원화를 키우는 것은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원화를 규제된 통화에서 보다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는 통화로 바꾸고, 해외 금융기관이 국내 계좌가 없어도 원화를 보유·결제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은 필요합니다.

원화로 무역대금을 결제하는 기업에 정책금융이나 무역보험 혜택을 제공하는 방안도 의미가 있습니다.

외환시장을 24시간 운영하고 원화 결제시스템을 개선하는 것도 필요한 조치입니다.

다만 정책이나 제도 개선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한국의 경제규모는 세계 10위권으로 원화 국제화를 추진할 기본적인 자격은 충분합니다.

하지만 자본시장의 깊이와 개방성, 무엇보다 정책의 예측 가능성과 신뢰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해외 투자자가 원화자산을 장기간 보유하지 않습니다.

외환시장 개방과 자본시장 신뢰 회복, 잠재성장률을 높이기 위한 구조개혁이 동시에 진행돼야 합니다.

그래야 해외 투자자에게 '원화자산을 장기간 보유해도 안전하다'는 믿음이 생길 수 있습니다.

주형환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윤동열의 시대유감]에 패널로 출연해 최근의 고환율 원인을 설명하고 있다. jsh@newspim.com

◆ 환율 문제의 본질은 자본시장인가…"더 깊은 뿌리는 실물경제 경쟁력"

윤동열 교수

말씀을 듣다 보면 환율 문제의 본질이 결국 자본시장 경쟁력에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해 주주환원, 지배구조와 이사회 책임, 소수주주 보호, 규제 예측 가능성을 개선해야 한다고 하셨는데 가장 시급한 것은 무엇입니까.

주형환 전 장관

환율 문제의 본질이 자본시장 경쟁력이라는 데는 절반만 동의합니다.

환율이 하나의 증상인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그 뿌리를 자본시장 경쟁력만으로 보는 것은 순서가 조금 바뀐 것 같습니다.

더 근본적인 뿌리는 실물경제, 즉 우리 산업의 경쟁력과 생산성입니다.

자본시장이 아무리 좋은 지배구조와 주주환원 제도를 갖추고 있어도 그 안에 있는 기업들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성장성이 없다면 투자자가 장기간 머물 이유가 없습니다.

반대로 산업의 생산성과 경쟁력이 높다면 자본시장 제도가 다소 미흡하더라도 자본은 결국 높은 성과를 따라 들어옵니다.

자본시장 경쟁력은 실물경제가 만들어낸 성과를 투자자에게 얼마나 온전하게 돌려줄 수 있느냐의 문제입니다.

그 자체가 경제 성장의 시작점은 아닙니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여전히 1%대에 머물고 있습니다.

우리 산업구조를 보면 지난 수십 년 동안 큰 틀에서 크게 바뀌지 않은 부분도 많습니다. 과거 중화학공업 육성 시기에 성장한 주요 산업과 대기업들이 여전히 경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소수 대기업 중심의 산업·기업 구조가 유지되고 있고 낡은 업종에 자원이 묶여 있습니다. 신산업으로 자원이 재배치되는 속도도 충분하지 않습니다.

이것이 생산성을 떨어뜨립니다.

실물경제의 정체가 국내 투자수익률을 낮추고, 낮은 투자수익률 때문에 기업과 연금, 개인이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것입니다.

따라서 자본시장 개혁만으로 이 흐름을 돌릴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자본시장 개혁이 중요하지 않다는 뜻은 아닙니다.

기업지배구조가 불투명하고 주주환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며 소수주주 보호가 부족하면 실물경제에서 만들어낸 성과조차 투자자에게 온전히 전달되지 않습니다.

결국 산업 구조조정과 생산성 향상을 통해 실물경제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그 위에 자본시장 개혁을 통해 그 성과가 투자자에게 정당하게 돌아가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지금은 두 개혁을 동시에 추진할 수밖에 없습니다.

◆ 저출산·고령화가 환율에도 영향…"성장률·재정·해외투자 세 경로"

윤동열 교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으셨습니다. 저출산·고령화도 장기적으로 원화 가치에 영향을 줍니까.

주형환 전 장관

분명히 영향을 줍니다. 아주 깊고 장기적으로 영향을 줍니다.

첫 번째는 생산가능인구 감소입니다.

노동투입이 줄면 경제성장률이 낮아집니다. 외국인 투자자는 한국 경제의 장기 성장 전망을 낮게 평가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재정입니다.

고령화가 심해지면 연금과 의료, 요양, 돌봄 지출이 늘어나고 정부부채도 증가합니다.

성장 전망이 악화되고 재정 건전성이나 국가 신용에 대한 우려까지 커지면 원화 가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연기금입니다.

고령화 사회에서는 연금이 장기적으로 적정한 수익률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국내 자산에만 투자할 수 없습니다. 안정적인 수익을 찾아 해외투자를 확대합니다.

그 과정에서도 달러 수요가 생깁니다.

저출산 대책과 고령화 대책을 과감하게 함께 추진해야 합니다.

지금 출생한 아이가 실제 산업현장에 투입되려면 20년 이상 걸립니다.

따라서 당장은 경제활동 참여 여력이 있는 여성과 고령자, 불완전 취업 상태에 있는 청년이 노동시장에 더 많이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합니다.

동시에 AI를 활용해 생산성을 높여 노동력 부족을 보완해야 합니다.

그래도 부족하다면 해외의 우수 인력을 적극적으로 유치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노력을 통해 잠재성장률을 유지하는 것이 저출산·고령화 시대의 경제정책이 돼야 합니다.

[윤동열의 시대유감] 진행을 맡은 윤동열 경영학과 교수와 패널로 나온 주형환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토론을 이어가고 있다. jsh@newspim.com

◆ 앞으로 5~10년 최대 충격…"AI 전환에 올라타느냐가 국가 운명 가를 것"

윤동열 교수

인구는 줄고 재정부담은 늘며 기업은 해외로 나가고 AI 첨단산업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향후 5년, 길게 10년간 한국 경제에 가장 큰 위험은 무엇이고 반대로 가장 큰 기회는 무엇이라고 봅니까.

주형환 전 장관

저출산·고령화, AI 전환, 미·중 패권 경쟁에 따른 공급망 재편과 보호무역주의가 동시에 오고 있습니다.

하나씩 오는 것이 아니라 여러 충격이 겹치는 복합위기 상황입니다.

이 가운데 가장 큰 변수는 AI 전환이라고 생각합니다.

AI 전환의 물결을 빠르게 타고 우리 산업과 국가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꾸면 엄청난 이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기회의 창, 이른바 '윈도 오브 오퍼튜니티'는 굉장히 제한돼 있습니다.

빨리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됩니다.

현재 산업구조를 과감하게 조정하고 모든 산업의 상품, 생산과정, 비즈니스 모델을 AI 중심으로 전면 전환해야 합니다.

AI 전환이 실업을 유발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따라서 사회안전망을 지금보다 강화하고 이를 전제로 노동시장 유연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젊은 세대뿐 아니라 중장년층과 고령층까지 계속 재교육받을 수 있도록 교육체제도 전면적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금융과 규제 역시 AI 시대에 맞게 개혁돼야 합니다.

공공부문도 혁신해야 합니다.

포스트 AI 사회에 맞는 산업 재편, 사회안전망 보강, 노동시장 개혁, 교육개혁, 금융·규제개혁, 공공부문 혁신을 동시에 추진해야 합니다.

AI는 전기나 인터넷과 같은 범용기술입니다.

산업과 생산성을 한 단계 '스텝 체인지'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이 시기에 개혁하는 국가와 그렇지 않은 국가의 차이는 앞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벌어질 수 있습니다.

한국은 메모리반도체와 HBM 같은 분야에서 이미 AI 전환의 혜택을 받고 있습니다.

이 경쟁력을 산업 전반과 사회 전반으로 확산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 원화 신뢰 어떻게 되찾나…"국내 투자수익률 높이는 생산성 개혁부터"

윤동열 교수

마지막으로 국내외 투자자에게 원화에 대한 신뢰를 다시 심어주려면 대한민국이 어떤 개혁을 추진해야 합니까.

주형환 전 장관

가장 중요한 것은 국내 투자수익률을 끌어올릴 수 있는 생산성 중심의 구조개혁입니다.

생산성이 올라가면 국내 투자수익률도 올라갑니다.

그러면 기업과 연금, 개인이 굳이 해외로만 갈 필요가 줄어듭니다.

외국인 투자자 역시 한국에 투자할 이유가 생깁니다.

자본시장에 돈이 모이면 자본시장 개혁과 연계해 기업가치가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고 코리아 디스카운트도 줄어듭니다.

자본시장에 모인 자금이 다시 국내 기업의 투자로 이어지면 양질의 일자리도 늘어납니다.

그 출발점이 생산성 중심의 구조개혁입니다.

마침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AI라는 기술이 등장했습니다.

AI를 적극 활용하고 이를 뒷받침할 연구개발 투자를 늘리고 인재와 교육 시스템을 혁신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면 세계의 자본과 인재가 한국으로 모일 수 있습니다.

동시에 단기적으로는 거시경제 측면에서 과도하게 풀린 유동성을 적절하게 조절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윤동열의 시대유감] 진행을 맡은 윤동열 경영학과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jsh@newspim.com

◆ 윤동열 교수 마무리

오늘은 고환율의 해법을 이야기했습니다.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할 수 있습니다. 국민연금이 환헤지를 확대하고 기업의 해외 자금을 국내로 유도할 수 있습니다.

모두가 필요한 조치입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원화의 신뢰가 돌아오지는 않을 것입니다.

세계의 자본이 한국에 투자할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기업이 국내에 공장과 연구소를 세울 수 있는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인재가 한국에서 일하고 머물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자본시장은 투자자의 권리를 보호해야 하며 산업정책은 미래의 성장동력을 만들어야 합니다.

청년은 이 나라에서 자신의 미래를 계획할 수 있어야 합니다.

환율은 숫자입니다.

하지만 그 숫자를 움직이는 것은 결국 신뢰입니다.

한국 경제가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 믿음, 정책이 일관되게 작동할 것이라는 믿음, 투자와 혁신의 성과가 정당하게 보상받을 것이라는 믿음입니다.

대한민국은 높은 환율에 적응하는 나라가 될 것인지, 경제의 구조를 바꾸어 원화의 신뢰를 회복하는 나라가 될 것인지 선택해야 합니다.

그 선택이 앞으로 10년의 산업 경쟁력과 자본시장, 국민의 삶을 결정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윤동열의 시대유감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jsh@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운전대도 없네"…청계천 자율주행버스로 달린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버스가 스스로 달리는 것도 신기한데, 창밖으로 야경까지 볼 수 있네요."(서울시민 박모(53)씨) 지난 22일 저녁 청계광장 '청계 A01' 정류장. 은색 자율주행버스가 출발을 기다리고 있었다. 정류장에 줄을 서 있던 시민들이 기대에 찬 얼굴로 하나둘씩 버스에 올라탔다. 운행 시작까지 20분가량 남은 시점에 이미 정원 8석이 모두 찼다. 길을 지나다니던 사람들은 신기한 눈빛으로 버스 사진을 찍었다. 버스 내부에는 운전석이 있어야 할 앞자리가 텅 비어 있었다. 운전대와 브레이크도 없었다. 그러나 버스는 일반 차량과 다름없이 도로 위를 달렸다. 옆차선에서 갑작스레 차가 끼어드는 상황에서도 사람이 운전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속도를 줄였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22일 서울 중구 청계광장 정류장에 '청계 A01'이 정차돼 있다. 2026.10.22 blue99@newspim.com 서울시는 이날부터 청계천 자율주행버스 '청계 A01'의 야간 운행에 돌입했다. 청계 A01은 '청계광장~청계3가(세운상가)~청계5가(광장시장)' 4.8km를 왕복으로 오간다. 지난해 9월 운행을 시작했다. 기존에는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50분까지 운영됐다. 앞으로는 주간 운행을 중단하고 첫차가 오후 7시, 막차가 밤 11시에 청계광장에서 출발한다. 해당 노선에는 차량 2대가 투입돼 순환 운행한다. 양방향 총 11개의 정류소에 정차한다. 청계광장 기준 30분 간격으로 하루 9회 운영한다. 운영은 오토노머스에이투지가 맡는다. 네이버지도와 카카오맵 등에서 '청계 A01'을 검색하면 정류소 위치와 실시간 운행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버스를 야간 시간대에 정기 운행하는 것은 국내 최초다. 서울시는 청계천이 광화문·종로·을지로 일대의 관광명소와 상권이 이어지는 곳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퇴근 이후에도 산책, 식사, 관광 등을 즐기려는 시민과 관광객의 발길이 많아 심야 교통 확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청계 A01 노선 인근에는 광화문광장, 보신각 등 명소와 종각·관철동의 음식점 거리, 을지로 상권, 광장시장 등이 위치한다. 서울시는 이번 야간 운행이 청계천을 중심으로 형성된 관광명소와 상권을 하나의 교통축으로 연결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청계 A01' 내부 좌석. 2026.10.22 blue99@newspim.com 이날 현장에서는 야간 시간대 운영을 환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청계광장에서 버스에 올라 광장시장에서 하차한 김모(29)씨는 "직장인들은 밤에 버스를 운영해야 탈 수 있기 때문에 야간 운영 방식이 반갑다"며 "목적지까지 갈 수 있으면서도 자율주행버스를 체험해볼 수 있어서 좋다. 향후에도 또 탈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관광객들도 자율주행버스로 서울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집트에서 여행을 왔다는 30대 마리얌씨는 "지나가다가 우연히 자율주행버스가 운행 준비 중인 것을 보고 궁금해서 타봤는데 색다른 경험이라 좋다"며 "서울의 밤거리를 구경하면서 새로운 기술까지 경험할 수 있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달 18일부터 31일까지 야간 시간대 시범운행을 실시했다. 해당 기간 452명이 버스에 탑승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청계천 일대는 밤 시간대 유동인구가 많아 자율주행버스 야간 운행 수요가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며 "실제 서울시민과 내국인·외국인 관광객 등 다양한 이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계 A01은 자율주행하다가 돌발상황이 발생하면 안전관리자가 조이스틱으로 수동운전한다. 서울시는 자율주행버스의 운행 시간대를 주간에서 야간으로 전환한 만큼 안전성 확보에 더욱 주력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 8월 야간 시간대 시범운행을 실시하면서 외부 전문가와 함께 안전성을 미리 검증했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자율주행버스의 정규 대중교통수단 정착을 위해 단계적인 유료화를 추진한다. 서울 순환버스 요금(1400원) 수준을 고려 중이다. 우선 야간운행 초기에는 시민들이 부담 없이 체험할 수 있도록 무료로 운영한다. 요금은 부과되지 않지만 탑승 시 교통카드를 태그해야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는 밤을 체류와 소비의 시간으로 만드는 '야간경제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번 청계 A01 야간 운행이 시민들의 야간 이동 편의를 높이고 지역 상권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blue99@newspim.com 2026-10-23 09:16
사진
재정난 佛 시위가 한국에 던지는 경고는? [세종=뉴스핌] 김범주 기자 = 프랑스 주요 도시들이 대규모 시위에 이어 폭력사태로 혼란에 빠졌다. 열악한 교육 환경에 반발한 고등학생들의 시위에 생활비 상승과 공공서비스 축소, 불평등에 불만을 품은 노동자들이 가세하면서 사회적 혼란이 확산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긴축 기조에 대한 반발까지 겹쳤다. 그 배경에는 누적된 재정적자가 자리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가 2027년 예산안에 약 540억 유로 규모의 지출 절감 방안을 담겠다고 밝힌 것이 '저항의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가 없다면 내년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6.5% 안팎까지 불어날 것이라는 게 프랑스 정부의 추산이다. 한국 경제는 이와 전혀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월간 수출액은 사상 처음 1200억달러를 넘어섰고, 세수는 정부 예상보다 63조원 넘게 더 걷힐 전망이다. 하지만 연초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부문을 제외한 성장률은 1%대에 그쳤다. 특정 산업의 호황에 기댄 세수 증가를 바탕으로 재정지출을 늘리는 것이 지속 가능한지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생활비와 유가 상승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지는 가운데, 복면을 쓴 한 시위자가 불타는 자전거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실적 따라 출렁이는 법인세…의무지출은 계속 불어나 22일 관세청에 따르면 9월 수출 확정치는 1211억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83.7% 늘었다. 월간 기준 사상 최대 기록이다. 이 가운데 반도체 수출이 605억달러로 전체의 절반을 차지했다. 반도체 호황에 나라 곳간도 두둑해졌다. 올해 국세수입은 추가경정예산 대비 63조2000억원 더 걷힐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세입 전망은 더 낙관적이다. 2027년 국세수입 예산안은 584조4000억원으로 올해 본예산보다 194조2000억원 늘었다. 특히 법인세는 216조7000억원으로 올해 추경 기준보다 115조4000억원 많다. 문제는 법인세가 경기와 기업 실적에 민감한 세목이라는 점이다. 실제 법인세 수입은 2022년 103조6000억원에서 2023년 80조4000억원, 2024년 62조5000억원으로 2년 만에 41조1000억원 줄었다. 반도체를 비롯한 기업 실적 악화와 세제 변화 등이 맞물리며 대규모 세수 결손으로 이어졌다. 반도체 밖으로 눈을 돌리면 성장 동력도 뚜렷하지 않다. 한국은행이 올해 초 제시한 IT 부문 제외 성장률은 1.4%에 그쳤다. 반도체 기업들이 수출 기록을 갈아치우는 동안 청년 취업자는 47개월째 감소했다. 수출과 세수는 호황인데 일자리와 내수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양극화가 이어지고 있다. 세수는 경기 흐름에 따라 급변할 수 있지만, 한번 늘린 지출은 다시 줄이기 어렵다. 호황기에 늘어난 세입을 토대로 장기간 이어가야 하는 사업을 확대하면, 경기 하강기에 재정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장기 전망도 밝지 않다. 국회예산정책처의 '2025~2072년 장기재정전망'에 따르면 GDP 대비 의무지출 비율은 2025년 13.9%에서 2072년 21.6%로 오를 것으로 추계됐다. 의무지출에는 연금과 복지급여, 지방이전재원, 이자지출 등이 포함된다. 전체 정부 지출에서 의무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54.4%에서 64.3%로 높아질 전망이다. 정부가 쓰는 돈 100원 가운데 64원 이상을 법률과 기존 제도에 따라 지출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뜻이다. 정부가 지난해 9월 발표한 장기재정전망에서도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2035년 71.5%에서 2055년 126.3%까지 오를 것으로 추계됐다. 현행 제도와 일정한 경제·인구 가정을 전제로 한 전망치지만, 장기적으로 국가채무 부담이 커질 가능성을 보여준다. 다만 한국과 프랑스의 국가채무비율은 통계 범위가 다르다. 한국의 장기전망은 국가채무(D1)를, 프랑스는 일반정부부채(D2)에 해당하는 범위를 쓴다. 숫자만 단순 비교해 한국의 재정 상황이 프랑스보다 나빠질 것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지난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시위 현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위기 때 늘린 지출, 끝내 되돌리지 못한 프랑스 재정 측면에서 프랑스 위기를 들여다보면, 경기침체기에 늘린 지출을 이후 충분히 줄이지 못한 구조적 문제가 드러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26년 프랑스 경제보고서'에 따르면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프랑스와 유로존은 GDP 대비 기초재정지출을 비슷한 폭으로 늘렸다. 하지만 2019년까지 유로존이 증가분의 약 4분의 3을 되돌린 반면, 프랑스는 절반가량을 줄이는 데 그쳤다. 그 결과 2019년 프랑스의 GDP 대비 기초재정지출은 금융위기 이전보다 2.1%포인트(p) 높은 수준에 머물렀다. 여기에 고령화에 따른 사회보장 지출 증가와 코로나19·에너지 위기 대응 과정에서 불어난 재정 부담이 더해졌다. 올해 2분기 말 프랑스 정부부채는 3조5955억유로로 GDP의 119%에 달했다. 전 분기보다 1.5%p 높아진 수치다. 지출을 줄여야 할 필요성은 커졌지만 교육·복지·생활비 지원 등 공공서비스 확대 요구도 계속되고 있다. 긴축을 둘러싼 갈등이 쉽게 풀리기 어려운 배경이다. 장영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북미·유럽팀장은 "프랑스 사태는 공공서비스에 대한 불만, 생활비 부담, 사회적 불평등 등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다만 장기간 누적된 재정적자가 정부의 대응 여력을 제약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제28회 반도체대전(SEDEX 2026)'이 열린 지난 1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삼성전자 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이 차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인 HBM4E(7세대)를 관람하고 있다.[사진=뉴스핌DB] ◆ 반도체가 벌어준 '골든타임' 고령화는 한국에 더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OECD에 따르면 생산가능인구(20~64세) 100명당 65세 이상 인구는 2024년 한국이 29.3명으로 프랑스(40.2명)보다 적었다. 그러나 2054년에는 한국 84.5명, 프랑스 53.4명으로 역전된다. 국제통화기금(IMF)도 2025~2030년 한국의 GDP 대비 연금 지출이 0.7%p 늘어 프랑스(0.1%p)의 7배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고령화로 재정 여력이 빠르게 소진될 수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한국과 프랑스의 재정 여건과 사회·정치적 환경이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한번 늘린 지출의 지속 가능성과 향후 구조조정에 따르는 사회적 비용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김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한번 늘린 지출을 앞으로 들어올 세수로 감당할 수 있느냐가 논의의 핵심"이라며 "정부가 구상 중인 미래대응기금이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일반회계에서 100조원 적자가 나는 상황에서 그만큼을 기금에 넣는 게 바람직한지는 정부의 설명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학자는 "장기적인 재정위기로 가는 길을 택했다기보다는 새로 생긴 세원을 두고 사회적 논의를 시작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며 "되돌릴 수 없는 지출에 세수를 모두 쓰는 것보다는 낫다"고 말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반도체가 한국 경제에 시간을 벌어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 시간을 미래에 쓸 돈을 마련하는 데 쓸지, 미래에도 계속 돈을 써야 하는 구조를 만드는 데 쓸지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wideopen@newspim.com 2026-10-23 06:00
기사 번역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종목 추적기

S&P 500 기업 중 기사 내용이 영향을 줄 종목 추적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