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윤동열 교수가 22일 양성일·송경준 교수와 한국의 높은 자살률을 개인 문제가 아닌 사회 구조 문제로 진단했다.
- 패널들은 취업·주거·노동·연금·지역공동체 붕괴와 정신건강 서비스 격차가 세대별 자살·고립을 키운다며 예방 중심의 통합 컨트롤타워와 지역 기반 맞춤 정책을 촉구했다.
- "왜 혼자 못 버티냐" 묻기보다 국가와 사회가 먼저 손을 내밀어 막다른 골목이 없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혼자 죽는 사회, 개인의 선택 아닌 구조의 신호
청년은 불안, 중장년은 압박, 노년은 고립
치료보다 예방, 병원보다 지역사회 연결망
[세종=뉴스핌] 정성훈 기자 = 한국 사회가 빠르게 성장한 만큼, 고립의 그늘도 깊어지고 있다. 청년은 미래를 포기하고, 중장년은 삶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노년은 관계 단절 속에서 삶을 마감한다. 한국의 자살률은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이다. 이제 질문은 분명하다. 자살은 개인의 정신 건강 문제인가, 아니면 사회 구조가 만들어낸 결과인가.
윤동열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가 진행한 <뉴스핌TV> '윤동열의 시대유감' 11편에는 양성일 분당서울대병원 정책연구기획센터 교수이자 전 보건복지부 차관, 송경준 서울시 보라매병원 공공부원장이 패널로 참여했다. 두 패널은 자살 문제를 개인의 나약함이나 선택으로만 볼 수 없으며, 일자리·주거·가족·지역 공동체·정신건강 시스템이 함께 무너진 결과로 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 자살은 개인의 고통인가, 사회가 다뤄야 할 문제인가
진행자
한국 자살률이 여전히 OECD 최고 수준입니다. 청년은 우울하고, 중장년은 버겁고, 노년은 고립돼 있다는 얘기를 많이 합니다. 이걸 개인의 고통이라고 봐야 할까요, 아니면 사회가 다뤄야 할 이슈라고 봐야 할까요?
양성일 교수
결론적으로 개인의 이슈라기보다는 사회가 다뤄야 할 중요한 주제입니다. 자살률이 높다는 것을 개인의 책임으로만 계속 보면 한국은 앞으로도 OECD 1위 자살률에서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왜 이런 문제가 생기는지 사회 구조적 문제로 파악하고, 그 구조를 하나씩 바꿔야 자살률을 OECD 평균 수준으로 낮출 수 있습니다.
청년은 취업 문제가 가장 큽니다. 디지털 전환과 인공지능(AI) 시대에는 노동 대체 가능성도 커지고 있습니다. 노인의 경우 국민연금 제도가 늦게 시작되면서 다른 나라보다 연금 수급 수준이 낮습니다. 소득이 낮고 외롭고 빈곤하면 극단적인 생각을 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구조적 문제는 반드시 함께 풀어야 합니다.
진행자
청년은 일자리 문제, 노년은 연금과 빈곤 문제, 중장년은 삶의 무게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자살률 증가는 정신 질환 문제입니까, 아니면 사회 구조 문제입니까?
송경준 부원장
응급실에서 자살을 시도한 환자, 안타깝게 자살로 사망한 환자를 자주 봅니다. 하루에도 몇 건씩 응급실을 찾는 경우가 있습니다. 우울증, 불안장애, 알코올 의존 같은 정신 질환이 자살과 관련 있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큽니다.
환자와 인터뷰를 하거나 병력을 보면 반복되는 갈등 상황이 있습니다. 실직, 부채, 가족 갈등, 고립, 미래에 대한 불안입니다. 살고 싶다는 동력과 이유가 있던 분들이 마지막에 몰려 막다른 골목에서 선택하는 것이 자살입니다. 그래서 사회 구조적으로 돌보고 관리하는 시스템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 자살 사망자보다 더 큰 문제는 '자살 시도자'다
진행자
통계를 보면 하루에 40명 가까이 자살로 사망한다고 합니다. 현장에서도 자살이 늘고 있다는 체감이 있습니까?
송경준 부원장
교수님이 말씀하신 것은 주로 자살 사망 통계입니다. 하지만 자살 시도자는 빙산 아래처럼 훨씬 많습니다. 우리나라에서 1만5000명, 2만명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자살 사망자입니다. 그보다 훨씬 많은 자살 시도자를 우리 사회가 관리해야 합니다.
진행자
자살 시도자가 훨씬 많다면, 복지 문제와도 연결될 수밖에 없습니다. 청년의 노동시장 불안, 주거 압박, 경쟁 구조를 빼고 설명할 수 있을까요?
양성일 교수
청년과 중고등학생의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입니다. 중고등학교 때부터 심리적 압박이 큽니다. 그 원인은 과도한 교육열입니다. 교육 경쟁은 대학 입시로 이어지고, 다시 취업 경쟁으로 이어집니다.
한국 사회는 한 번 실패하면 패자부활전을 꿈꾸기 어렵습니다. 학교를 잘못 가면 취업도 어렵고, 창업에 한 번 실패하면 다시 일어서기 어렵습니다. 하나의 목표를 향해 끝까지 달리다가 실패했을 때 극단적인 생각까지 갈 수 있는 구조입니다. 결국 취업, 주거, 소득 불안이 모두 연결돼 있습니다.

◆ 치료냐 구조 개혁이냐…자살 예방은 병원 안에서만 풀 수 없다
진행자
그렇다면 자살률을 낮추고 '자살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정책은 어디에 중점을 둬야 할까요. 치료입니까, 구조 개혁입니까?
송경준 부원장
개인의 정신 건강 문제냐, 사회 구조 문제냐를 나눠서 보는 것 자체가 문제일 수 있습니다. 두 문제는 악순환의 고리로 연결돼 있습니다. 경제적 불안과 고립은 정신 건강을 나쁘게 만들고, 나빠진 정신 건강은 다시 실직과 관계 단절을 부릅니다. 그러면 사회적으로 더 고립되고, 정신 건강은 더 나빠집니다.
병원이나 상담실 안의 정책만으로는 극복하기 어렵습니다. 노동시장, 주거, 청년 부채, 지역사회 연결망, 돌봄 문제가 함께 가야 합니다. 사람이 끝까지 혼자 버티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진행자
혼자 사는 사람도 늘고, 혼자 죽는 사람도 늘고 있습니다. 이 문제는 개인, 가족, 사회 중 누가 책임져야 합니까?
양성일 교수
은둔형 외톨이, 고독사 문제는 과거에는 개인의 성향이나 라이프스타일로 보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고립은 개인이 잘못해서 생기는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환경 변화 속에서 구조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인식이 커졌습니다.
개인의 선택과 사회적 책임을 양분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개인의 선택으로만 보면 자살공화국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주거, 교육, 노동, 소득 보장, 복지 정책이 종합적으로 작동해야 합니다. 한 개인이 "국가가 나를 외롭게 두지 않는다"고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 가족·직장·이웃 공동체가 약해진 사회
진행자
예전에는 우울증이나 자살 원인을 개인에게서 찾았습니다. 최근에는 가족 문제를 넘어 사회 문제로 보는 시각이 커졌습니다. 동의하십니까?
송경준 부원장
동의합니다. 가족, 직장, 학교, 이웃 공동체가 변했습니다. 과거에는 정신적 문제나 경제적 문제가 있어도 가족이나 직장, 이웃이 알고 같이 해결하려고 했습니다. 도움을 요청할 관계가 있었습니다.
지금은 개인이 원해서 관계를 맺지 않는 것이 아니라, 고립된 상태에서 다시 사회로 돌아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갈 관계망 자체가 없습니다. 1인 가구 증가, 불안정 노동, 지역 공동체 활동 약화가 모두 원인입니다.
국가가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강제로 만들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관계가 생길 수 있는 여건은 만들 수 있습니다. 돌봄 시스템, 커뮤니티 공간, 정신건강복지센터 같은 인프라가 필요합니다.

진행자
국가는 어디까지 개입해야 합니까?
양성일 교수
국가 개입 범위는 철학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다만 정신건강복지 기본계획에서도 세대별 필요를 해결하고, 사회 속에서 끊임없이 연결될 수 있는 고리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국가가 A와 B를 강제로 연결할 수는 없지만, A와 B가 만날 수 있는 인프라는 조성할 수 있습니다.
노인 자살률을 낮추는 측면에서는 지역사회 통합돌봄 정책이 중요합니다. 시설이나 병원이 아니라 자신이 살던 집에서 의료, 복지, 돌봄 욕구를 해결하고 이웃과의 관계를 이어가는 정책입니다. 청년에게는 대학, 동아리, 심리 지원 서비스 등이 관계망 회복의 장이 될 수 있습니다.
◆ 청년·중장년·노년, 해법은 같을 수 없다
진행자
청년은 관계가 끊어지고, 중장년은 일자리를 잃고, 노년은 고립됩니다. 같은 문제로 볼 수 없고 해법도 같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양성일 교수
세대별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맞춤형 정책이 필요합니다. 청년은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취업 문제가 큽니다. 중장년은 실직 이후 현재의 생계 문제가 어렵습니다. 노인은 관계 단절과 빈곤 문제가 큽니다.
다만 정책의 기본 그릇은 같아야 합니다.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정신건강 문제를 해결하고, 디지털과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예방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그 안에서 세대별 맞춤형 처방을 해야 실효성이 있습니다.
진행자
예산은 한정돼 있습니다. 어느 세대에 더 집중해야 합니까?
양성일 교수
청년 취업 문제는 고용 정책이 풍성해져야 해결됩니다. 중장년 실직 문제는 대체 일자리와 직업훈련이 중요합니다. 노인 문제는 연금 성숙과 통합돌봄이 함께 가야 합니다. 자살 예방 정책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사회 구조 전환 정책입니다.
심리 지원 서비스처럼 빠진 부분에는 예산을 특화해 투입해야 합니다. 하지만 구조적 문제는 각 부처가 맡은 영역에서 전환을 얼마나 부드럽게 해내느냐가 핵심입니다.
송경준 부원장
국가 차원의 통합 정신건강 시스템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다만 실제 서비스는 완벽하게 세대 맞춤형이어야 합니다. 청년, 중장년, 노년이 자살에 이르는 원인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것은 고립된 상태를 찾아낼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고시원, 쪽방촌, 주거 취약 환경에서 몇 달간 외부인과 관계가 없다가 뒤늦게 발견되는 사례가 있습니다. 이것은 몇 개월 동안 고립돼 있었는데 사회가 눈치채지 못했다는 뜻입니다. 학교, 직장, 이웃 공동체 어디에서든 조기에 고립을 알아낼 체계가 필요합니다.

◆ 고독사와 자살 예방, 데이터와 인공지능 활용해야
진행자
보건복지부에도 돌봄 서비스가 필요하거나 위험이 있는 노인을 확인하는 제도가 있지 않습니까?
양성일 교수
고독사를 발견하기 위해 통신 데이터, 수도 데이터 등을 활용하는 시스템이 있습니다. 일정 기간 변화가 없으면 의심 징후로 볼 수 있습니다. 핵심은 예방입니다.
고독사와 자살에는 징후가 있습니다. 관계망이 약해진 사회에서는 사람이 직접 옆에서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이제는 더 스마트하게 예방해야 합니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활용해 이상 징후가 발견되면 주민센터나 경찰서가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데이터 활용 규제가 걸림돌이 된다면 자살 예방이라는 공익 목적을 위해 과감히 풀 부분도 검토해야 합니다. 스마트 예방 시스템에는 예산을 더 과감하게 투입해야 합니다.

◆ 노동 정책이 곧 정신건강 정책이다
진행자
직장 내 괴롭힘, 과로, 감정노동이 반복되면서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졌다는 보도도 있습니다. 일이 사람을 무너뜨리는 겁니까, 사람이 버티지 못하는 겁니까?
송경준 부원장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최근 장년층 자살 증가 리포트가 있습니다. 한참 일해야 할 생산 연령층이 스스로 삶을 마감한다는 것은 심각한 신호입니다.
저는 노동 정책 자체가 정신건강 정책이라고 봅니다. 장시간 노동, 실업, 비정규직 노동, 직장 내 괴롭힘, 플랫폼 노동은 정신건강과 직접 연결됩니다. 직장 안에서 인간다운 대우를 받고, 문제가 있을 때 상담할 수 있고, 조기에 이상을 발견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다면 그것이 자살 예방 정책입니다.
진행자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은 상담 시스템을 갖출 수 있지만, 플랫폼 노동자나 소상공인, 비정규직은 어떻게 보호해야 합니까?
송경준 부원장
그 지점에서 역차별이 생길 수 있습니다. 정규직 노동자는 상담과 관리 서비스에 접근하기 쉬운 반면, 노동 환경이 열악한 사람은 오히려 서비스 접근성이 낮습니다. 그래서 직장 내 시스템과 지역사회 시스템이 병렬적으로 필요합니다.
비정규직과 플랫폼 노동자를 위한 직장 내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면 좋습니다. 정부 개입도 필요합니다. 동시에 이들이 살고 있는 지역사회에서 접촉하고 호소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양성일 교수
직장은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곳입니다. 그곳이 지옥 같다면 정신적으로 불행할 수밖에 없습니다. 기업도 직원 스트레스를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지 말아야 합니다. 기업 생산성과 조직 건강의 문제로 봐야 합니다.
대기업은 기업복지 차원의 심리 지원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소기업, 배달 라이더, 플랫폼 노동자는 대기업 문을 두드릴 수 없습니다. 결국 지역사회 건강 안전망이 필요합니다.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역할과 질, 프로그램을 높여야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정신건강 격차로 이어지는 것을 완화할 수 있습니다.

◆ 돈 있는 사람만 상담받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
진행자
상담을 받고 싶어도 돈 때문에 못 받는 사람이 많습니다. 시간당 10만원 가까이 들고, 한 번으로 끝나지도 않습니다. 건강보험과 공공재원에는 한계가 있고 의료 인력도 부족합니다. 확대가 가능합니까?
양성일 교수
취약한 사람은 취업에 실패하고, 돈이 없고, 우울증에 걸리고, 치료를 못 받아 더 악화되는 악순환에 빠집니다. 이 고리를 끊는 것은 국가의 역할입니다.
전 국민 심리상담 서비스처럼 마음이 아플 때 접근할 수 있게 넓힌 것은 잘한 일입니다. 하지만 진짜 취약계층에는 더 과감한 지원이 필요합니다. 민간 인프라의 질을 관리하면서 활용하되, 취약계층 지원 재원은 공공재정이나 건강보험에서 확실히 투입해야 합니다.
송경준 부원장
정신건강 서비스는 응급의료처럼 공공성이 강합니다. 중독, 정신건강 문제, 자살 위험이 실업과 가족 해체, 이웃 단절로 이어지면 사회 전체 비용이 더 커집니다. 조기에 상담받고 치료로 연결되게 하는 것이 오히려 비용을 줄이는 길입니다.
응급실에 자살 시도로 온 환자를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에 연결하는 사업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민간 병원도 복지부 예산 지원을 받아 상담사를 고용하고 있습니다. 이런 서비스를 받은 분들은 추가 자살 시도가 2배에서 4배가량 낮아지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제는 개인에게 맡길 것이냐, 공공이 부담할 것이냐를 논의할 단계를 지났습니다.

◆ 지방소멸은 일자리 문제이자 관계망 붕괴 문제다
진행자
지방소멸 이슈도 큽니다. 지역에 가면 커뮤니티가 붕괴되고, 사람을 만날 곳이 줄고, 상권도 사라지고 있습니다. 단순한 변화입니까, 붕괴입니까?
양성일 교수
지역소멸 원인은 다양하지만, 젊은 층이 지역을 떠나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 문제와 일자리 문제입니다. 지역에 맞는 특화 일자리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으면 이 현상은 지속될 것입니다.
일자리가 없으면 사람이 떠나고, 사람이 떠나면 의료·교육 인프라가 약해집니다. 인프라가 약해지면 청년은 더 떠납니다. 악순환입니다. 지역 커뮤니티 문제는 통합돌봄, 청년 심리 지원, 자조 활동 등으로 관계망 회복을 시도해야 합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지역 일자리 문제가 병행돼야 합니다.
송경준 부원장
지역 커뮤니티와 관련해 의료기관과 지역사회 연계가 중요합니다. 병원에서 치료받고 지역사회로 돌아가는 환자를 병원과 지역사회가 함께 관리해야 합니다. 통합돌봄 시스템도 그런 취지입니다.
정신건강 문제나 자살 시도자 관리도 마찬가지입니다. 병원, 보건소, 주민센터, 지역사회 프로그램이 연결돼야 합니다. 공공병원뿐 아니라 민간 의료기관도 지역사회 연계 프로그램을 고민해야 합니다.
진행자
지방소멸 대응기금으로 보건소, 체육시설, 주민센터 같은 시설은 좋아졌지만 사람은 만나지 못합니다. 개선이 가능합니까?
양성일 교수
건물과 인프라 같은 하드웨어는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것을 움직이는 소프트웨어가 받쳐줘야 합니다. 지역사회 프로그램, 정신건강·복지 연결, 이를 운영할 인력이 필요합니다.
지역 주민이 필요로 하는 일자리는 지역 주민이 잘 압니다. 지역사회서비스 일자리, 사회적 협동조합, 자조 활동 같은 방식으로 소프트웨어를 강화해야 합니다. 하드웨어가 늘어나는 속도에 비해 프로그램은 아직 약합니다.

◆ SNS는 연결을 늘렸지만 비교와 고립도 키웠다
진행자
SNS로 더 많이 연결되는데 더 외롭다는 말이 늘고 있습니다. 연결이 늘었는데 왜 고립이 커집니까?
송경준 부원장
SNS는 연결을 늘렸지만 비교도 늘렸습니다. 다른 사람은 어떻게 살고 있고 나는 어떻게 살고 있는지 계속 비교하게 됩니다. 단순 비교에서 끝나지 않고 혐오나 공격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나는 뒤처지고 있다는 열등감, 익명 뒤에 숨어 표출되는 공격성과 혐오가 외로움과 고립감을 더 키울 수 있습니다. 아무도 나를 도와주지 않는다는 인상을 받게 되는 겁니다.
양성일 교수
정보의 홍수 속에서 어떤 정보가 자신에게 맞는지 판단하는 리터러시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세대별 정보 리터러시 교육이 필요합니다. 노인에게도, 청년에게도 필요합니다.
또 플랫폼 기업은 디지털 공공성을 고민해야 합니다. 이윤을 위해 무작위로 정보를 밀어내면 정신건강 문제가 심화될 수 있습니다. 알고리즘에 대한 자율 규제와 기업의 ESG 차원의 책임도 필요합니다.
◆ 자살·자해 정보 노출은 더 세밀하게 관리해야 한다
진행자
자살 관련 검색이 크게 늘고, 관련 정보가 청소년과 성인에게 무작위로 노출됩니다. 청소년 보호와 표현의 자유 사이에서 어디까지 지켜야 합니까?
송경준 부원장
전체 미디어 규제에 대해 한쪽으로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자살·자해 관련 미디어 규제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유명인 자살 보도 이후 일정 기간 자살률이 올라가는 '카피캣' 현상은 학문적으로도 입증돼 있습니다.
정부가 자살 보도 준칙을 만들었고 많은 언론이 따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아직 한 달에 한 번 이상 관련 큰 뉴스가 나옵니다. 보도 과정에서 이유와 방법을 언급하는 부분은 더 세밀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살·자해와 직접 관련된 내용이 SNS에서 유통되는 문제는 심각하게 봐야 합니다.
양성일 교수
일반적인 미디어 규제는 조심스러워야 합니다. 다만 자살처럼 특정한 영역에서는 외국 사례와 비교해 규제가 미약하다면 공공선 차원에서 더 세밀한 규제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 한국형 고립·자살 대응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진행자
일본은 고독·고립 담당상이 있고, 영국은 외로움 장관을 운영했습니다. 북유럽은 지역 기반 서비스가 갖춰져 있습니다. 한국도 전담 조직이 필요합니까?
양성일 교수
범정부 컨트롤타워가 필요합니다. 한국 자살률은 월등히 높습니다. 부끄러운 국가 지표 중 하나입니다. 복지부가 중심 역할을 하지만, 청소년과 가족은 여성가족부, 학교는 교육부, 직장은 고용노동부가 맡고 있습니다. 개인의 삶은 여러 부처 영역이 겹칩니다.
컨트롤타워는 어느 부처 기능을 빼앗자는 것이 아닙니다. 부처 간 틈새가 보이지 않도록 유기적으로 연결하자는 것입니다. 대통령 직속 위원회든 총리 소속 위원회든 행정위원회든 강력한 권한이 있어야 실효성이 있습니다.
송경준 부원장
북유럽처럼 지역 기반 복지가 강하고 공동체 신뢰가 높은 나라의 모델을 그대로 가져오기는 어렵습니다. 한국은 노령화, 고립, 자살 문제를 매우 빠르게 맞닥뜨리고 있습니다.
한국형 돌봄 모델, 통합 모델이 필요합니다. 노동, 주거, 보건복지, 정신건강 정책은 따로 갈 수 없습니다. 정부가 어떤 형태로 이 통합 모델을 만들고 운영할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 예산은 대응보다 예방에 더 무게를 둬야 한다
진행자
예산은 한정돼 있습니다. 교육, 조기 상담, 발굴, 선별 검사, 응급 개입, 핫라인, 고위험군 관리 중 무엇이 먼저여야 합니까?
양성일 교수
크게 보면 예방과 대응입니다. 자살 시도 이후 관리와 사후 대응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실질적 효과를 얻기 어렵습니다. 이제는 예방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징후를 조기에 파악하고 개입해야 합니다. 국가가 예산을 지원하되, 지역사회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특성에 맞는 자살 예방 정책을 펼쳐야 합니다. 일본이 자살률을 낮춘 큰 이유도 지자체 중심 정책이었습니다.
송경준 부원장
응급의학에서는 골든타임이 중요합니다. 자살 시도 후 응급 개입, 고위험군 개입, 24시간 핫라인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자살률을 낮추는 데에는 예방 중심 정책이 더 중요합니다.
학교, 직장, 이웃 공동체에서 고립된 사람을 빨리 알아내고 개입할 수 있어야 합니다. 부채, 파산, 일자리, 주거 문제와 연결된 프로그램도 필요합니다. 응급 개입 투자는 유지하되, 장기적 감소를 위해 예방 정책과 재정 투입을 강화해야 합니다.
◆ "혼자 견디지 못하냐" 묻기 전에 손을 내밀어야 한다
진행자
고립, 우울, 자살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무엇이 필요합니까?
양성일 교수
"왜 혼자 견디지 못하느냐"고 묻기 전에 벼랑 끝에 선 국민에게 사회와 국가가 따뜻한 손을 내밀어야 합니다. 그런 선택을 하지 않도록 하는 사회로 전환해야 합니다. 교육, 제도, 복지, 노동, 주거 등 여러 영역의 변화가 함께 가야 한국이 가장 부끄럽게 생각하는 자살률을 낮출 수 있습니다.
송경준 부원장
자살은 우리 사회 구성원이 막다른 골목에 이르렀다는 신호입니다. 막다른 골목을 해결하는 방법은 연결입니다. 막다른 골목이 없어야 합니다. 어디로든 이어져 있고, 그 길 끝에서 도움을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런 선택을 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우리 사회 어딘가에 막다른 골목이 있지 않은지 돌아봐야 합니다.

◆ 진행자 마무리 발언
오늘 확인된 것은 하나입니다. 이건 개인의 문제가 아닙니다.
누군가는 일자리에서 밀려나고 누군가는 관계에서 밀려납니다.
그리고 결국 사회에서 밀려납니다. 그 끝이 혼자 죽는 사회라면 지금 우리는 어디에 서 있는 걸까요?
정책이 필요합니다. 복지도 필요합니다. 공동체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결국 바꿔야 하는 것은 구조입니다. 혼자 멋지는 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사회로 갈 수 있을지 그 질문은 남겨두겠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윤동열의 시대유감이었습니다.
jsh@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