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S, 중성자 들어간 중수 이용 연구성과
[서울=뉴스핌] 김영섭 기자 = 전자현미경에서 고분자 시료가 손상되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방법이 개발됐다. 생체분자의 작동원리를 실시간으로 영상화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1일 기초과학연구원(IBS·원장 김두철)에 따르면 IBS 첨단연성물질연구단 스티브 그래닉(Steve Granick) 단장팀은 중수(D2O)를 이용한 투과전자현미경(TEM)으로 긴 시간 동안 생체분자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했다.
연구진은 중수소 2개와 산소 1개로 이뤄진 중수가 들어간 그래핀 주머니로 유기 고분자 시료 손상을 늦춰 연구적으로 유의미한 전자현미경 관찰 시간을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그림] 중수와 글리세롤-물 혼합액에서 고분자 손상 비교 : 연구진은 중수에서와 물에서의 고분자 손상을 비교했다. (A) 중수(위)와 글리세롤-물 혼합액(아래)에서의 분자 손상 경과. (B) 시간에 따른 이미지의 평균 밝기 변화. 투과전자현미경(TEM)은 전자를 시료에 투과시켜 통과하는 빛을 보므로, 물체가 있는 곳은 어둡고(0) 빈 부분은 밝게(1) 나타난다. 빛의 세기값이 높아질수록 관찰대상 즉, 고분자가 손상됨을 뜻한다. 글리세롤-물 혼합액(초록색)에서는 50초 이후부터 이미지가 일관되게 밝아지고, 중수(빨간색)에서는 100초 가량부터 이미지가 밝아진다. 속이 빈 도형은 폴리머가 없는 빈 액체시료에서 측정한 값이다. [자료=IBS] |
이번 연구결과는 재료분야 세계적 학술지인 ‘ACS Nano’ 7월18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우리 몸은 액체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용액 내에서 생체물질을 관찰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수적이다. 연구진은 이전 연구에서 액체가 든 얇은 그래핀 주머니를 고안해 전자현미경 사용시 발생하는 시료 건조 문제를 해결하며 무염색 고분자의 실시간 움직임을 관찰했다.
하지만 그래핀 주머니 안에 있는 물 역시 빠른 속도의 전자와 만나면 수소와 과산화수소 등으로 분해된다. 액체 환경이 무너지면서 시료인 생체 고분자가 손상되고 그래핀 주머니 안에 공기방울이 생긴다.
기존에는 물에 글리세롤 등 다른 물질을 섞어 전자빔의 영향을 줄여왔지만 관찰 시간을 더 연장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했다.
연구진은 일반 물과 비슷한 성질을 가져 신체와 비슷한 환경을 조성하면서도 중성자가 있는 중수소로 구성돼 전자와 상호작용시 다르게 반응할 수 있는 중수에 주목했다.
연구진은 중수에서와 물에서의 고분자 손상을 비교했다. 즉 고분자가 손상되지 않고 투과전자현미경에 관찰되는 시간을 측정했다. 그 결과 중수 안의 고분자가 2배 가량 더 오래 관찰되어 시료 손상이 훨씬 늦게 나타나는 것이 확인됐다.
아울러 연구진은 중수가 든 그래핀 주머니가 다른 용액을 넣은 주머니에 비해 얼마나 오래 액체환경을 유지하는지 측정했다. 다른 용액 주머니가 일정시간 전자빔에 노출됐을 때, 최대 150초 가량 후 공기방울이 주머니에 가득 찼다. 중수가 든 그래핀 주머니에서는 이 시간이 200초 이상까지 늘어났다.
이번 연구는 액체-투과전자현미경 분야에서 중수를 이용한 첫 사례다. 중수는 상업적으로 구매도 용이하고 별다른 처리과정이 필요 없어 많은 연구에 활용될 수 있다.
IBS 첨단연성물질연구단 스티브 그래닉(Steve Granick) 단장 [사진=IBS] |
그래닉 단장은 “큰 생체물질을 보는 데 응용할 수 있다"며 "특히 2017년 노벨상을 수상한 저온전자현미경에서도 중수를 이용하면 기존보다 관찰시간이 더 확보될 수 있을 것”이라고 이번 연구의 의의를 밝혔다.
kimy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