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천하를 손에 넣으려는 당 태종은 수십만 대군을 동원해 고구려의 변방 안시성을 침공한다. 20만 당나라 대군과 5000명의 안시성 군사의 싸움. 40배의 전력 차이에도 불구하고, 안시성 성주 양만춘(조인성)과 전사들은 당나라에 맞서기로 한다.
알려졌다시피 영화 ‘안시성’은 88일간의 안시성 전투(서기 645년, 보장왕 4년)를 담은 작품이다. 안시성 전투는 동아시아 전쟁사에서 가장 극적이고 위대한 승리로 전해지는 전투. 하지만 역사 속 기록은 단 세 줄에 불과하다. 메가폰을 잡은 김광식 감독은 짧게 기록된 그날의 이야기에 영화적 상상력을 더해 135분의 대서사시로 탄생시켰다.
영화 '안시성' 스틸 [사진=NEW] |
영화의 백미는 단연 상영 시간 대부분을 차지하는 전투 장면이다. 오프닝을 여는 주필산 전투를 제외하고도 ‘안시성’에는 총 세 번의 공성전이 등장한다.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는 김 감독의 말이 헛되지 않다. 전투 장면의 긴박감은 물론이거니와 화려하고 다양한 볼거리로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긴 전쟁 영화는 지루하다’는 편견을 보기 좋게 뒤집었다.
연출 덕이 크다. 김 감독은 공성전을 세 가지 콘셉트로 나눠 각 전투에 색을 달리했다. 모든 성민이 하나 돼 당군을 무찌르는 1차, 양만춘이 영웅적으로 성을 지키는 2차, 성민들과 토산을 무너뜨리고 사흘간 지키는 3차(토산 전투)다. CG를 통한 기술적 재미도 있지만, 그보다 작전과 전술을 통해 만들어지는 재미가 쏠쏠하다. 여기에 드론, 로봇암, 팬텀, 러시안 암 등 최첨단 촬영 장비 동원해 현대전 분위기까지 입혔다. 지루함을 덜고 관객이 전쟁터 한가운데에서 직접 경험하는 듯한 느낌을 살렸다.
풍성한 이야기는 ‘안시성’의 또 다른 힘이다. 큰 줄기는 참된 리더다. 영화는 성민과 동등한 위치에서 일하고 이야기하는 양만춘을 통해 진정한 리더가 무엇인지, 리더의 말과 행동이 백성을 어떻게 바꾸고 또 나라의 운명을 어떻게 좌우하는지 보여준다.
여기에 다양한 곁가지를 더해 극을 풍성하게 했다. 조인성-남주혁(사물 역)-배성우(추수지 역) 관계를 중심으로 박병은(풍 역)과 오대환(활보 역)의 브로맨스, 엄태구(파소 역)와 김설현(AOA 설현, 백하 역)의 멜로, 성동일(우대 역), 여회현(마로 역)의 가족애 중심 이야기가 진행된다. 흥미로운 지점은 수많은 캐릭터와 드라마가 등장하지만, 모두 적절히 안배돼 저마다 그 안에서 제자리를 찾고 있다는 거다.
영화 '안시성' 스틸 [사진=NEW] |
배우들의 연기는 기대 이상이다. 사실 ‘안시성’은 경쟁작들에 비해 배우들에 대한 기대치가 적었다. 스타성은 단연 앞서나 연기력까지 고려한다면 우려되는 부분이 많았다. 하지만 조인성을 필두로 남주혁, 배성우, 박병은, 오대환, 엄태구, 김설현 등 ‘팀 안시성’은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최상의 연기를 뽑아냈다.
조인성은 기존 장군 상에서 벗어나는 영리한 선택으로 자신을 단점을 감추고 장점을 극대화했다. 강렬한 카리스마에서 벗어난, 소탈하고 인간적인 장군의 모습은 조인성과 완벽하게 맞물리며 영화의 몰입도를 높인다. 걱정했던 남주혁과 김설현의 연기도 좋다. 두 사람은 액션, 감정 연기 모두 무난하게 소화해내며 선배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여기에 박성웅(이세민 역), 성동일, 장광(소벌도리 역), 유오성(연개소문 역) 등 베테랑 배우들이 출연, 묵직한 연기로 영화에 힘을 보탰다. 오는 19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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