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서실장' 김여정과 '보좌 역할' 리설주, 김정은의 '인간적' 이미지 대변
대외 이미지 개선, 김정은 '굿가이' 역할 압박하는 촉매제 될 수도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은둔의 독재자’라는 이미지를 깨고 대중 앞에 ‘인간적’ 모습을 드러내면서 그를 향한 호감도가 급상승하고 있으며, 이는 ‘퍼스트레이디’ 리설주 여사와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의 공이 크다는 미국 언론의 평가가 나와 눈길을 끈다.
18일(현지시각) USA투데이는 과거 북한 지도자는 악랄한 독재자 이미지가 뿌리박혀 있었지만, 최근 김정은은 친근한 모습으로 전 세계의 이목을 사로잡고 있으며, 이러한 이미지를 탈바꿈한 주역은 리설주와 김여정이라고 분석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후 평양 목란관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환영 만찬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 부인 리설주 여사와 건배하고 있다. [평양=뉴스핌] |
매체는 아산정책연구원이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김정은에 대한 호감도가 3월에서 6월 사이 두 배가 됐다면서, 김정은의 온화한 이미지 전략이 먹히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지난 1월 김정은이 평창 올림픽 참가를 결정하면서 그에 대한 이미지가 바뀌기 시작했으며, 4월과 6월에 있었던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을 거치면서 긍정적 이미지는 더욱 굳혀졌는데, 이러한 북한 ‘매력 공세’에 힘을 실어준 것이 김여정과 리설주라는 평가다.
김여정의 경우 지난 평창 올림픽 개막식에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부부 뒤에 자리하고, 문재인 대통령과도 함께 북한 공연을 관람하는 등 북한 외교의 ‘얼굴’이 되고 있으며,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합의안에 서명하는 자리에서도 포착되며 다시금 존재감을 드러냈다.
미국 비영리 정책 연구센터인 스팀슨센터 연구위원 마이클 메이든은 김여정이 미국으로 따지자면 ‘백악관 비서실장’ 격이라면서, 미사일 실험, 정보 및 외교 정책, 김정은의 스케줄과 물류, 안보 관리 등 거의 모든 사안에 관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평양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노동당 본부청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갖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그는 또 김정은이 리설주 여사를 국빈 방문 자리에 여러 차례 동행토록 한 것은 다소 새로운 관행이라면서 “다른 국가 정상들과 마찬가지로 행동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퍼스트레이디와 여동생이 전면으로 나오는 것은 (북한에서는) 정상적이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이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메이든은 리설주도 “중대한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하면서 북한 리더십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면서, 특히 최근에 김정은이 밀짚모자를 쓴 채 젓갈 공장을 방문할 때 리설주가 동행하면서 김위원장의 자문 역할도 하고 있음을 보여준 동시에 인간적 모습을 부각시켰다고 설명했다.
스팀슨센터 리서치 애널리스트 제니 타운은 “뭔가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김정은이 솔직한 모습을 가감 없이 드러내고 있으며, 이는 다소 흥미로운 기회들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동시에 국제사회는 생각했던 것과 다른 김정은의 이미지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를 고민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타운은 리설주와 김여정의 등장이 대외적으로 김정은의 이미지에 긍정적 영향을 주고 있음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물론 참혹한 북한 인권 실태를 생각하면 김정은의 달라진 모습을 의심하게 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김정은의 호감도가 상승하면서 협상 기회를 얻게 됨과 동시에 그 스스로가 행동을 바로잡게 되는 효과를 나을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
타운은 “북한에서 일어나고 있는 좋은 일들을 주목하기 시작하고, 또 김정은이 대중에 모습을 더 드러내면서 장기적으로는 대내외적으로 그의 신뢰가 쌓일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더불어 그러한 모멘텀을 지속해야 한다는 압박도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