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보험 보상, 뿌듯하지만 ‘죽여버린다’ 들을 때면 상처”

기사입력 : 2018년09월24일 06:15

최종수정 : 2018년09월24일 07:23

[정통 보험맨] 최치운 삼성화재 강서대인센터 선임
사고 현장 확인부터 보험금 지급까지...고된 보상 담당
흥분한 고객에 흥분한 상태로 맞서면 일은 꼬이기만

[서울=뉴스핌] 박미리 기자 = # 작년 겨울 한 손해보험사에 자동차 접촉사고를 냈다는 중년 남성의 신고가 접수됐다. 매일 숱하게 접수되는 평범한 사고였다. 하지만 한 사람의 눈에 그냥 넘기기에 미심쩍은 부분이 포착됐다. ‘피해자는 젊은 남성이 사고를 냈다고 했는데?’ 그는 한 달간 사건을 추적했다. 중년 남성은 계속 “내가 운전했다”고 말했다. 가해자로 의심되는 젊은 남성을 찾았다. “경찰서에 접수되면 지금과 다른 불이익이 생길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부인하던 젊은 남성이 실토했다. 보험사는 불필요하게 나갈 뻔했던 보험금 600만원을 아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최치운 삼성화재 선임 2018.07.02 leehs@newspim.com

최치운(30) 삼성화재 서부보상 강서대인센터 선임이 막은 자동차 보험사기 사건이다. ‘병아리’ 대인보상 담당자에게 찾아온 짜릿한 순간이었다. 보험사 대인보상 담당자는 사고가 발생하면 현장 확인부터 보험금 지급까지 전 과정을 챙겨야 한다. 사고에 보험사 책임이 있는지, 어느 정도의 책임인지, 피해자는 어떻게 다쳤는지, 어떤 일을 하는지 등을 조목조목 조사한 뒤 보험금을 지급한다. 무엇보다도 피해자와 합의하는 게 중요한 임무다.

◆ 무사히 설득하면 뿌듯함 커

사고 처리를 위해 최 선임이 통화하는 고객만 매일 30명에 달한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에도 최 선임의 전화기는 쉴 새 없이 울렸다. “제가 지금하고 있는 회의를 마치고 다시 확인해서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는 전화를 다급히 끊고 머리를 긁적이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저랑 얘기 나누시는 분들은 손해를 보고 보상을 받으려는 분들이잖아요. 존대를 하시다가도 합의금이 만족스럽지 않으면 반말로 ‘너 어디 사냐’, ‘죽여버린다’ 협박을 하세요. 이해는 하지만 지킬 것은 지켜 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죠. 저도 상처받거든요.”

그래도 다년간 이 업무를 맡으며 거친 고객을 상대하는 노하우가 쌓였다. 침착하지만 단호한 태도를 유지하는 것. 흥분한 고객에게 흥분한 상태로 맞서면 일은 꼬이기만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최 선임은 “말은 직설적으로 하되 말투나 행동은 공손하게 하는 것이 불필요한 오해를 만들지 않는다”며 “고객의 말이 다소 격해질 때는 통화를 중단하고 일정 시간이 흐른 뒤 다시 대화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도 얻는다고 한다. 고객을 무사히 ‘설득’했을 때다. 최 선임은 “대인보상 담당자는 사회 각계각층의 다양한 사람을 상대하는데, 한 가지 방법으로 이들을 모두 설득할 수는 없다”며 “각기 다른 이들을 무사히 설득했을 때 느끼는 뿌듯함이 굉장하다”고 밝혔다. 이러한 심리적인 보상이 그를 ‘더 잘하고 싶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 방황하다가 적성 찾은 의류학도

최 선임이 처음부터 보험인을 꿈꾼 것은 아니다. 그는 당초 의류 업계에서 일하려 했다. 대학 전공도 의류학과를 선택했다. 하지만 제 몸에 맞지 않는 옷이라는 것을 느꼈다. 입학 후 1년간 방황을 하던 그는 학사경고를 받고 도망치듯 입대했다. 고민은 전역 후에도 이어졌다. 그러다 눈에 들어온 곳이 보험 업계다. 최 선임은 부족한 스펙을 간절함으로 채우며 대학 4학년 때 보험 업계에 발을 들였다.

이제는 어엿한 4년 차 보험인이다. 최 선임은 대인보상 담당자로서 자신만의 신념도 생겼다. 바로 ‘주인의식’과 ‘공정심’이다. 최 선임은 “대인보상은 보험금 지급을 결정하는 일이기 때문에 보험사의 어느 직무보다 주인의식을 가져야 한다”며 “피해자와 가해자에게도 보험이 합당한 수준으로 지급될 수 있도록 항상 공정심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한다”고 강조했다.

그에겐 원대한 포부가 있다. 보험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하고 신뢰받는 보상 담당자가 되는 것이다. 최 선임은 “보험사는 고객에게 보험금을 최대한 주지 않으려는 곳이라는 인식을 많은 분이 갖고 있다”며 “일을 하다 보면 이러한 인식 때문에 힘들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고객에게 ‘이유를 정확히 설명하지 못했구나’, ‘신뢰를 주지 못했구나’ 반성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전문지식과 대화 스킬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진정성이라고 생각한다”며 “진정성을 가지고 하루하루 열심히 일하다 보면 보상 담당자의 말은 신뢰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인식이 뒤따를 것이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milpark@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돌연 취소된 '2+2 통상협상' 왜? [세종 = 뉴스핌] 김범주 기자 = 25일(현지 시각) 미국 현지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한미 2+2 재무·통상 협의'가 돌연 취소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미국 측이 한국 대표단에 '양해'의 뜻을 여러 차례 표명했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설명이지만, 외교상 결례에도 불구하고 협의를 미뤄야 했던 배경에는 한국 협상단을 길들이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영종도=뉴스핌] 김학선 기자 = 미국 측 요청으로 한미 2+2 통상 협의가 연기된 24일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출국 직전 취소 소식을 듣고 인천공항 2터미널을 나서고 있다. 2025.07.24 yooksa@newspim.com 2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구윤철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오전 9시경 이메일로 미국 측으로부터 협의 취소를 통보 받았다. 이날 오전 구 부총리는 협의를 위해 미국으로 출발할 예정이었다. 당시 인천공항 대기실에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기재부는 이 같은 사실을 오전 9시 30분께 언론에 공개했고, 구 부총리는 정부 관계자들과 함께 오전 9시 50분께 공항을 빠져나갔다. 이날 회의가 취소가 된 배경에 대해 기재부 측은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의 긴급한 일정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긴급한 일정'에 대한 설명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 측이 이메일을 통해 여러 차례에 걸쳐 사과 의사를 밝혔지만, 협상 관련 구체적 일정은 확정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의 미국과의 협상은 예정대로 진행된다. 김 장관은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장관 등을, 여 본부장은 제이미스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각각 만난다. 하지만 양국 경제·통상 수장이 구체적 이유 없이 협의를 돌연 취소한 배경으로 한미간 협상이 난항을 겪은 것 아니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지난 20일 미국으로 출국한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오후 귀국할 예정이지만, 고위급 협상에 진전이 없었던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 정부는 1000억달러(약137조원) 규모의 미국 현지 투자 계획을 미국 정부에 제안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보다 먼저 관세협상을 타결한 일본 사례를 참고해 짠 전략으로 풀이된다. 일본은 5500억달러(약 757조원) 규모의 투자 펀드를 약속하고 미국과의 상호관세 15%부과에 합의했다. [영종도=뉴스핌] 김학선 기자 = 미국 측 요청으로 한미 2+2 통상 협의가 연기된 24일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출국 직전 취소 소식을 듣고 인천공항 2터미널을 나서고 있다. 2025.07.24 yooksa@newspim.com 다만 한국 정부가 제시할 투자 규모에 미국 정부가 만족할지 여부는 미지수다. 댄 스커비노 백악관 부비서실장이 최근 소셜미디어(SNS) 엑스(옛 트위터)에 공개한 일본 대표단과의 협상 사진을 살펴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대미 투자액을 상향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투자액이 나온다. 애초 일본이 제시한 투자액 4000억달러는 펜으로 그어져 있고, 그 위에 5000억달러라는 숫자가 써 있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일본의 대미국 투자액은 5500억달러라고 공개했다. 협상액보다 500억 달러가 높아진 셈이다. 촉박한 협상 일정을 무기 삼아 미국이 비관세 영역도 손보려는 의도가 아니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2025년 미국 무역대표부의 비관세 장벽 보고서(NTE)에서도 한국의 방산·통신·원전 분야를 지적했다. 박기훈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방산과 통신은 미국 기업의 진입 장벽이라는 측면에서 구조 개선에 대한 압력을 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wideopen@newspim.com 2025-07-24 18:42
사진
특검, 한덕수 자택·총리공관 압수수색" [세종=뉴스핌] 양가희 기자 = 내란특검팀이 24일 국무총리 서울공관에 대한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국무총리실은 이날 문자 공지를 통해 특검팀의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특검은 이날 한덕수 전 총리 자택 압수수색에도 나섰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 마련된 내란 특검 사무실에서 조사를 마치고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2025.07.02 leehs@newspim.com 한 전 총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알고도 이를 묵인 또는 방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검은 압수물 분석을 마치는 대로 한 전 총리 등을 다시 조사한 뒤 구속영장 청구 여부 등을 검토할 전망인 것으로 알려졌다. sheep@newspim.com 2025-07-24 13:54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