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의 직접 경험부터 역사적 순간까지 소스도 다양
[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실화는 언제나 힘이 세다. 가을 막바지 극장가에 또 한 번 실화 소재 영화들이 쏟아지며 관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영화 '암수살인' 스틸 [사진=쇼박스] |
개봉 2주 차 주말에도 박스오피스 정상에 오르며 장기 흥행 중인 ‘암수살인’. 영화는 2010년 부산에서 일어난 연쇄살인사건을 모티프로 각색한 범죄실화극이다. 감옥에서 7건의 추가 살인을 자백하는 살인범(주지훈)과 자백을 믿고 사건을 쫓는 형사(김윤석)의 이야기를 다뤘다.
메가폰을 잡은 김태균 감독이 해당 사건을 접한 건 지난 2012년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전파를 탄 ‘감옥에서 온 퍼즐-살인리스트의 진실’ 편을 통해서였다. 우연히 방송을 본 김 감독은 무작정 부산으로 내려가 취재를 시작했다. 실제 주인공인 김정수 형사를 만나는 등 준비 기간에만 5년이 걸렸다.
김 감독은 “포기하지 않고 피해자의 죽음을 끝까지 밝혀내는 한 형사의 열정과 집념 때문에 영화를 만들었다. 피해자를 단순 증거가 아닌 누군가의 딸, 엄마라고 생각하고 사람에 집중하는 형사를 보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고, 그런 파수꾼 같은 모습을 담고 싶었다”고 제작 의도를 밝혔다.
영화 '미쓰백' 스틸 [사진=리틀빅픽쳐스] |
올해 신고된 아동학대 1만3000여 건. 이 가운데 가정 내에서 발생한 경우가 80%를 넘는다. 지난 11일 개봉한 ‘미쓰백’는 바로 이 아동학대 실화를 소재로 했다. 영화는 스스로를 지키려다 전과자가 된 미쓰백(한지민)이 자신과 닮은 아이 지은(김시아)을 만난 후 지은을 지키기 위해 참혹한 세상과 맞서게 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이지원 감독이 직접 겪은 경험이 ‘미쓰백’의 시발점이 됐다. 이 감독은 몇 년 전,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옆집 아이와 마주쳤다. 아이의 간절한 눈빛을 봤지만, 당시 누구보다 몸과 마음이 지쳤던 이 감독은 아이를 지나칠 수밖에 없었다.
이 감독은 “이후 꾸준히 아동 학대 관련 뉴스를 접하면서 죄책감이 더욱 커졌다. 그래서 원래 준비하던 작품을 덮고 ‘미쓰백’을 준비했다. 이 영화는 뒤늦게나마 그 아이에게 내미는 사과의 손길이다. 세상 어딘가에서 고통받고 있을, 숨어있는 지은이들을 지나치지 않고 돌아봤으면, 한 명이라도 찾아볼 수 있었으면 했다”고 털어놨다.
영화 '퍼스트맨' 스틸 [사진=UPI코리아] |
두 작품과는 결이 다르지만, 역시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 또 있다. 오는 18일 국내 개봉을 앞둔 영화 ‘퍼스트맨’이다. ‘퍼스트맨’은 1969년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한 역사적 사건을 구심점으로 삼았다.
1961년 출발한 영화는 1962년 제2기 우주비행사로 선발, 1966년 3월 제미니 8호의 선장으로 아제나 위성과 최초의 도킹에 성공하고, 1969년 7월20일 아폴로 11호로 인류 역사상 최초의 달 착륙에 성공하기까지의 닐 암스트롱의 실화를 담아냈다. 아직 개봉 전이지만, 31.9%(16일 오후 5시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의 높은 예매율을 보이며 흥행 꽃길을 예고하고 있다.
이 외에도 한국전쟁 고아 이야기를 담은 추상미 감독의 ‘폴란드로 간 아이들’이 오는 31일 개봉을 앞두고 있고, 1997년 IMF 당시를 그린 ‘국가부도의 날’과 1986년 분단의 도시 베를린 실화를 바탕으로 한 ‘출국’이 11월 개봉을 예고해 관객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영화계 한 관계자는 “말 그대로 실화는 힘이 세다. 실제 사건에서 출발했다는 것에 관심과 호기심은 더 갈 수밖에 없다. 현실이라고 생각하니 더 빠져들게 되는 거다. 때문에 실화 소재 작품은 끊임없이 나오고 있고 관객들 역시 꾸준히 찾고 있다”고 말했다.
jjy333jj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