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강제징용 소송 등 재판거래 판사 수사 중
김기춘, 박근혜 지시로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 늦춰달라고 요구
[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일본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재상고심에서 대법원이 30일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가운데, 검찰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이 소송을 포함한 재판에 대해 박근혜 청와대와 교감한 정황을 포착해 수사 중이다.
한국 국민이 2005년 일본 기업을 대상으로 한 첫 소송이 무려 13년 만에 최종 승소했는데도, ‘양승태 사법농단’에 연루된 판사들은 불편해지게 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날 “원고들이 구하고 있는 위자료 청구권은 한일청구권협정의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신일본제철의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다수의견(9명)은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은 ‘일본 정부의 한반도에 대한 불법적인 식민지배 및 침략전쟁의 수행과 직결된 일본 기업의 반인도적인 불법행위를 전제로 하는 강제동원 피해자의 일본 기업에 대한 위자료청구권’으로서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했다”고 판시했다.
이런 가운데, 이날 판결이 ‘양승태 사법농단’ 수사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당시 법원행정처장이 강제징용 재판 등을 청와대와 ‘거래’ 의혹을 받는 한 축이기 되기 때문이다.
이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의혹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지난 2013년 차한성 전 대법관과 2014년 박병대 전 대법관이 법원행정처장 자격으로 김기춘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 삼청동 공관을 찾아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송 소송 대응 방안을 논의한 사실을 밝혀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자택 인근에서 박근혜 정부 당시 상고법원 도입을 위한 법원행정처 ‘재판거래’ 파문에 관련한 입장을 밝히던 도중 미소를 짓고 있다. 2018.06.01 leehs@newspim.com |
이 재판은 2005년 첫 소송이 시작돼 원고의 1·2심 재판부 패소 판결 뒤 2012년 대법원은 원고 승소 취지로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고, 2013년 서울고법은 “피해자들에 1억원을 배상하라”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신일본제철이 다시 대법원에 상고해 2013년 8월 접수된 사건은 무려 5년 동안 대법원에 계류돼 있었다. 차 전 대법관과 박 전 대법관 등이 법원행정처장을 맡은 시기였다.
검찰에 따르면 사법농단 수사팀은 이미 지난 8월 조사를 통해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민사 소송 판결을 늦춰달라고 법원행정처장에 요구했다”고 진술을 확보했다.
사법부가 사법부의 독립을 ‘생명’처럼 강조해왔으나, 정작 박근혜 정부의 사법부 수뇌부는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 등을 박근혜 청와대와 거래를 시도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양승태 사법농단’의 몸통으로 불려온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최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구속된 만큼, 검찰은 이들 전 대법관에 대해 소환 시기를 검토하고 있다. 때문에 일본 강제징용 재판거래 여부는 이들 조사를 거쳐야 보다 확실한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사법농단 사태 수사 4개월만에 처음으로 이달 27일 구속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은 청와대와 외교부간의 해당 ‘재판 거래’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임 전 차장의 구속기한이 내달 15일 종료되는 점을 미뤄, 검찰이 내달 초에는 재판거래 의혹을 받는 판사들을 소환 조사할 전망이다.
검찰은 당시 법원행정처가 징용소송 판결을 늦추거나 최종 결론을 뒤집어주는 대가로 청와대로부터 법관 해외파견을 얻어낸 정황을 확보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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