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여자인 것 치고는 많이 받았네”... '채용 성차별' 현주소

기사입력 : 2018년11월01일 11:53

최종수정 : 2018년11월01일 11:53

여성 구직자 78% "구직활동시 성차별 받았다" 느껴
최근 금융권 '남녀 성비 내정' 등 채용 성차별 의혹 불거져
채용성차별철폐공동행동 31일 '채용 단계별 성비 공개' 촉구

[서울=뉴스핌] 김준희 기자 = 최근 금융권에서 남녀 채용 성비를 임의로 조정한 사실이 드러나며 '채용 성차별'에 대한 여성들의 반발이 거세다. 실제로 많은 여성들이 구직 과정에서 외모·연애·결혼 등 능력과 관계 없는 질문을 받고 "불이익을 당했다"고 느낀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북 구미시 소재 한 전기전자 제조업체에서 면접을 봤던 A씨는 1일 “(이전 직장에서) 여자인 것 치고는 많이 받았네”라는 소리를 들었다. 여성이 일을 잘 못한다는 편견에서 비롯된 질문이었다.

비슷한 사례로 “여자는 힘들어서 오래 못 견디던데 오래하실 수 있냐”, “여자들은 해외출장이나 해외전시회 보내면 집안에서 부모들이 좋아하지 않는다” 등의 성차별적 얘기를 들었다는 제보가 이어졌다.

한국여성노동자회,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단체들이 모여 만든 ‘채용성차별 철폐 공동행동’은 지난 8월 27일부터 9월 10일까지 채용 성차별 제보를 받은 후 22개 사례를 최근 공개했다.

제보에는 외모지적과 인신공격 사례가 많았다. 여성 구직자들은 “여자인데 왜 화장을 안 하냐”, “이력서 사진과 많이 다르다”, “살을 뺐으면 좋겠다” 등의 지적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지난 6월 잡코리아·알바몬이 취업준비생 1119명을 대상으로 면접경험을 조사한 결과도 이와 유사했다. 조사에 따르면 여성들이 입사를 꺼리게 하는 질문 1위는 '여자치고는~'는 처럼 성차별적인 인식이 드러나는 발언(65.8%)였다.

비슷한 시기 벼룩시장구인구직이 성인 여성 86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서도 전체 응답자의 78.2%가 ‘구직활동 시 여성으로서 성차별을 당한다고 느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차별 내용으로 ‘예상보다 낮은 급여 책정’(35.9%), ‘결혼 및 자녀 유무(22.6%)’, ‘예상보다 낮은 직급 책정’(13.6%), ‘비정규직 등의 고용형태 적용’(13.1%), ‘주어지는 업무 내용’(12.5%), ‘외모평가’(2.4%)가 순이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금융권을 중심으로 불거진 여성 차별 의혹도 “채용과정에서 성차별이 만연하다”는 여성 구직자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채용성차별 철폐 공동행동은 3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채용 성차별 은폐를 규탄하고 채용 단계별 성비 공개를 촉구했다.

공동행동은 “KEB하나은행, KB국민은행, 신한금융그룹 등의 성비 내정과 채용 점수 조작으로 채용 성차별이 드러났다”며 이같이 밝혔다.

하나은행과 신한은행 등이 남녀 합격자 비율을 미리 정해놓고 채용한 사실이 지난해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결과 드러났다. 국민은행은 남성 지원자의 서류 전형 점수를 높여 여성 지원자들을 탈락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공동행동은 또 “채용 과정에서 성차별 채용 의혹이 제기된 삼성·한화그룹 일부 금융계열사 사업장에선 이미 채용서류를 무단으로 폐기했다”며 “이들은 현행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라 채용서류 미보존으로 300만원의 과태료 처분만 받았을 뿐”이라고 규탄했다.

앞서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등 6곳은 성차별 채용 의혹이 제기된 후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을 받았지만, 이미 채용서류를 폐기해 고의로 증거를 인멸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채용성차별 철폐 공동행동이 31일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차별 채용 은폐를 규탄했다. 2018.10.31 [사진=여성노조 페이스북]

지난 24일 정무위 국감에서도 금융공기업이 채용 성차별을 이어가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국예탁결제원·산업은행·기업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공개채용 자료를 공개했다. 자료에 따르면 세 기관 모두 지난해부터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했음에도 최종합격자의 남녀 합격자 비율이 3년 연속 평균 7대 3 수준으로 나타났다.

취업포털 사람인이 기업 489개사의 인사담당자를 설문조사한 결과도 ‘성차별 채용’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국내 기업 인사담당자의 68.4%가 “채용에서 남성이 여성보다 유리하다”고 답했다. 여성이 유리한 편(31.6%)이라고 응답한 기업보다 2배가량 많았다.

남성이 더 유리한 이유(복수응답)로는 ‘회사 특성상 남성에 적합한 직무가 많아서’(77.3%), ‘신체조건 등 타고난 강점이 있어서’(22.2%), ‘근속 가능성이 더 높아서’(18.7%), ‘조직 적응력이 더 우수해서’(12.3%), ‘남성 중심의 조직문화가 있어서’(11.3%) 등을 꼽았다.

이에 시민단체들은 “기업이 채용 단계별 성비를 공개하도록 제도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정부의 근본적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공동대표는 채용 성차별 규탄 기자회견에서 “이런 세상에서 여성이 아무리 열심히 노력하고 스펙을 쌓아도 기울어진 운동장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zunii@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돌연 취소된 '2+2 통상협상' 왜? [세종 = 뉴스핌] 김범주 기자 = 25일(현지 시각) 미국 현지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한미 2+2 재무·통상 협의'가 돌연 취소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미국 측이 한국 대표단에 '양해'의 뜻을 여러 차례 표명했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설명이지만, 외교상 결례에도 불구하고 협의를 미뤄야 했던 배경에는 한국 협상단을 길들이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영종도=뉴스핌] 김학선 기자 = 미국 측 요청으로 한미 2+2 통상 협의가 연기된 24일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출국 직전 취소 소식을 듣고 인천공항 2터미널을 나서고 있다. 2025.07.24 yooksa@newspim.com 2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구윤철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오전 9시경 이메일로 미국 측으로부터 협의 취소를 통보 받았다. 이날 오전 구 부총리는 협의를 위해 미국으로 출발할 예정이었다. 당시 인천공항 대기실에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기재부는 이 같은 사실을 오전 9시 30분께 언론에 공개했고, 구 부총리는 정부 관계자들과 함께 오전 9시 50분께 공항을 빠져나갔다. 이날 회의가 취소가 된 배경에 대해 기재부 측은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의 긴급한 일정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긴급한 일정'에 대한 설명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 측이 이메일을 통해 여러 차례에 걸쳐 사과 의사를 밝혔지만, 협상 관련 구체적 일정은 확정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의 미국과의 협상은 예정대로 진행된다. 김 장관은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장관 등을, 여 본부장은 제이미스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각각 만난다. 하지만 양국 경제·통상 수장이 구체적 이유 없이 협의를 돌연 취소한 배경으로 한미간 협상이 난항을 겪은 것 아니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지난 20일 미국으로 출국한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오후 귀국할 예정이지만, 고위급 협상에 진전이 없었던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 정부는 1000억달러(약137조원) 규모의 미국 현지 투자 계획을 미국 정부에 제안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보다 먼저 관세협상을 타결한 일본 사례를 참고해 짠 전략으로 풀이된다. 일본은 5500억달러(약 757조원) 규모의 투자 펀드를 약속하고 미국과의 상호관세 15%부과에 합의했다. [영종도=뉴스핌] 김학선 기자 = 미국 측 요청으로 한미 2+2 통상 협의가 연기된 24일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출국 직전 취소 소식을 듣고 인천공항 2터미널을 나서고 있다. 2025.07.24 yooksa@newspim.com 다만 한국 정부가 제시할 투자 규모에 미국 정부가 만족할지 여부는 미지수다. 댄 스커비노 백악관 부비서실장이 최근 소셜미디어(SNS) 엑스(옛 트위터)에 공개한 일본 대표단과의 협상 사진을 살펴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대미 투자액을 상향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투자액이 나온다. 애초 일본이 제시한 투자액 4000억달러는 펜으로 그어져 있고, 그 위에 5000억달러라는 숫자가 써 있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일본의 대미국 투자액은 5500억달러라고 공개했다. 협상액보다 500억 달러가 높아진 셈이다. 촉박한 협상 일정을 무기 삼아 미국이 비관세 영역도 손보려는 의도가 아니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2025년 미국 무역대표부의 비관세 장벽 보고서(NTE)에서도 한국의 방산·통신·원전 분야를 지적했다. 박기훈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방산과 통신은 미국 기업의 진입 장벽이라는 측면에서 구조 개선에 대한 압력을 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wideopen@newspim.com 2025-07-24 18:42
사진
특검, 한덕수 자택·총리공관 압수수색" [세종=뉴스핌] 양가희 기자 = 내란특검팀이 24일 국무총리 서울공관에 대한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국무총리실은 이날 문자 공지를 통해 특검팀의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특검은 이날 한덕수 전 총리 자택 압수수색에도 나섰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 마련된 내란 특검 사무실에서 조사를 마치고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2025.07.02 leehs@newspim.com 한 전 총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알고도 이를 묵인 또는 방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검은 압수물 분석을 마치는 대로 한 전 총리 등을 다시 조사한 뒤 구속영장 청구 여부 등을 검토할 전망인 것으로 알려졌다. sheep@newspim.com 2025-07-24 13:54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