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지널 의약품의 높은 벽…가격까지 대폭 인하
바이오시밀러 경쟁 심화…제네릭처럼 빅뱅되나
[서울=뉴스핌] 김유림 기자 = 글로벌 제약사가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 가격을 대폭 인하하면서, 국내 바이오시밀러(바이오 복제약) 산업 성장에 위기가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바이오의약품 ‘휴미라’의 유럽 특허가 풀리면서, 삼성바이오에피스(임랄디), 암젠(암제비타), 산도스(하이리모즈), 마일란·후지필름쿄와기린(훌리오) 등 4개 기업이 곧바로 바이오시밀러를 출시했다.
미국의 바이오 기업 애브비가 개발한 휴미라는 지난해 미국에서만 123억6100만달러(14조원) 수익을, 전 세계에서 184억2700만달러(약 20조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에 당초 증권가에선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임랄디’ 출시로 모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했었다.
이달미 SK증권 연구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3분기 실적이 부진했지만, 블록버스터급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 휴미라가 10월 유럽 특허가 만료된다”면서 “유럽 시장 규모는 5조원이며, 이미 허가를 마친 임랄디를 출시할 예정으로 매출 상승이 예상된다”고 예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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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11월에 들어서면서 미국의 애브비는 바이오시밀러 공세를 막기 위해 휴미라 가격을 최대 80% 대폭 내렸다는 소식이 알려진 것. 미국 제약전문지 피어스파마는 2023년부터 특허가 풀리는 미국 시장까지 방어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풀이했다.
이에 증권가에선 국내 바이오시밀러 산업의 위기가 시작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애브비가 유럽시장에서 휴미라의 가격을 인하하겠다고 밝히면서 향후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급속한 가격하락으로 수익 실현이 불투명해질 것”이라며 “바이오시밀러는 제네릭과 마찬가지로 시장에서 어느 정도 점유율을 달성하게 되면 더 이상의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봤다.
한 자산운용사 CEO는 “바이오시밀러 시장이 커지면 당연히 경쟁은 치열해지고, 과거에 높은 영업이익률은 낮아질 것”이라며 “바이오시밀러도 제네릭 시장처럼 포화상태인 날이 분명히 올 것으로 시장에선 꾸준히 경고를 해왔는데 3분기부터 그런 조짐이 시작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셀트리온은 가격 경쟁에 돌입하자 지난 3분기 매출 2311억원, 영업이익 736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대비 각각 0.4%, 44.2% 떨어졌다. 이에 더해 4분기 이후 실적도 부진이 예상된다. 배기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트룩시마의 공급 단가 인하와 1공장 증설에 따른 가동률 하락 영향 등으로 원가율이 높아지면서 3분기 실적이 컨센서스를 크게 하회했다”며 “주요 품목의 단가 인하 영향으로 4분기 실적도 부진할 것”이라고 봤다.
제약업계 역시 동일한 가격 선상에서 경쟁한다면 바이오시밀러가 오리지널 약품의 벽을 쉽게 넘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바이오업계 한 관계자는 “휴미라는 류마티스 관절염, 크론병 등 만성 염증성 질환 치료제 특성상 장기간 치료가 필요하다”며 “이미 효과를 보고, 치료를 잘 받고 있는 환자가 가격이 같은 상황에서 바이오시밀러로 굳이 바꿀 가능성은 없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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