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 잃은 투자자금...단기 예금·채권 또는 현금 보유
"미중간 관세 전면전 확산되면 실물경기 강타"
[서울=뉴스핌] 민지현 기자 = 글로벌 주식과 채권이 동시에 추락하는 것은 경기 정점 신호라는 분석이다. 이에 단기 예금이나 채권으로 자금을 운용하거나 현금 보유를 늘리라는 조언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올해 세계 금융시장에서 주식과 채권 자금 등을 합해 5조달러(약 5650조원)가 빠져나갔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에 최대가 될 수 있다.
주식과 채권의 동반 하락은 이례적인 현상이다. 대체로 주식시장은 경제 상황이 좋을 때, 채권시장은 경제 전망이 나쁘거나 경기 하강기에 호조를 보이는 경향이 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기가 정점에 있을 때 채권과 주식 시장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기 정점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주가가 경기에 선행해 경기 정점을 예상하고 먼저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최근 미국 경기 둔화 관련 전망이 확대되면서 그동안 올랐던 채권금리가 내년에는 하락할 것"이라며 "내년에는 전 세계 경기가 정점 찍고 내려오면서 금리 하락(채권가격 상승), 주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 |
뉴욕증권거래소(NYSE) 트레이더[사진=로이터 뉴스핌] |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도 "채권과 주식이 대체 관계라는 것은 동일한 경제환경에서 성립하지만, 세계 경기가 악화되고 있는 환경에선 채권과 주식 둘다 약세가 되는 게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채권 이자율은 채권 공급과 관련돼 있는데 정부 등에서 경기 부양 차원으로 공급을 늘려 채권 가격이 떨어지고, 경기가 안 좋으니 기업들은 미래 수익성이 나빠질 것으로 예상해 주가도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고 부연했다.
세계 경기 둔화 신호는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최근 국제 유가는 세계 경제 성장률 둔화에 따라 원유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에 폭락했다. 21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가격은 배럴당 54.63달러에 거래됐다.
특히 미국 경제 침체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월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내년 미국 경제가 2.0~2.5% 성장하는 데 그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골드만삭스는 보고서를 통해 내년 하반기 미국 실물경기가 급격하게 꺾일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미중간 관세 전면전이 추가로 발생할 경우 여파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했다.
세계 경기가 나빠질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에서 투자자들은 주식과 채권 부동산 등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에 단기 예금이나 채권 등 단기적으로 자금을 굴리거나 현금 보유를 늘리는 상황이다.
이동근 현대경제연구원장은 "현재로서는 안전한 단기 예금이나 채권에 투자하는 경향이 있고 주식, 부동산은 자산 가격 하락 위험이 커서 불안한 상황"이라며 "전 세계적으로나 국내적으로나 자금이 갈 곳을 못찾고 투자자들 입장에선 관망상태"라고 우려했다.
jihyeonm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