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 공관 수준에 맞춰 리모델링…왜 호화롭다는 건지 의문”
“스탠포드 200만불 송금은 韓 외교안보 영향력 확대 위한 것”
[서울=뉴스핌] 김규희 기자 = 국가정보원 자금으로 호화 사저를 마련하고 스탠포드대학교에 펀드 명목으로 자금을 송금해 30억원 상당의 국고를 손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혐의 부인 입장을 유지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국정원의 MBC 장악 계획을 수립·실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20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5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8.07.20 leehs@newspim.com |
원 전 원장 측은 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김상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국고 등 손실) 혐의 두 번째 공판준비기일에서 “공소사실 모두 인정되지 않고 따라서 무죄가 선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 전 원장은 재임 당시 국정원 자금 7억8333만여원으로 국정원 산하 기관인 국가안보전략연구소 건물 18층에 160평 상당의 ‘호화 사저’를 마련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전략연 측이 건물이 대로변에 위치해 있고 건물 내 입주업체가 100여 개가 넘어 국정원장의 주거 목적 사용이 부적절하다고 반대했지만 원 전 원장이 이를 묵살한 것으로 드러났다.
원 전 원장 측 변호인은 “건물 18층의 절반 정도를 쓴 것으로 왜 호화롭다고 하는 건지 의문”이라며 “종전 공관 수준에 맞게 리모델링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언론보도가 나가자 피고인이 몰래 들어갔다고 하는데 2012년 말까지 외국 공관이 올때마다 사용했고 잠시잠시 거쳐로 사용했다”며 “사실조회를 요청할 예정인데 실제로 외국에서 오는 정보기관장들 숙소로도 사용됐다. 국정원장으로서 정당한 공관의 연장이었다”고 했다.
원 전 원장은 또 국정원 자금 200만 달러(약 23억원)를 미국 스탠포드대학교에 ‘한국학 설립 펀드’ 명목으로 송금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원 전 원장이 퇴임 후 미국 정착을 염두에 두고 이를 실행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실제로 원 전 원장은 퇴임 직전인 2013년 3월경 스탠포드대학 아태연구소에 일종의 장학생인 ‘코렛 펠로우(Koret Fellow)’로 초빙돼 출국하려다 출국금지로 결국 무산된 바 있다.
이에 대해 변호인은 “외교안보 부분에 있어 대한민국의 영향력 확대를 위한 업무에 의한 것이지 개인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또 “피고인 자격만으로도 코렛 펠로우 자격이 충분했고, 스탠포드로 가는 걸 공공연하게 다 알리고 있었기 때문에 도피의 이유가 없었다”며 “특히 대학원을 다니는 아들이 있었다. 가족을 놔두고 도피할 수는 없는 것”이라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날을 끝으로 재판준비 절차를 마무리하고 오는 12월 18일 오전 11시에 정식 첫 공판을 연다.
q2kim@newspim.com